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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Dec 12. 2016

뉴잉글랜드 애머스트 가을 나들이

  

우리 가족이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떠난 여행은 바로 보스턴. 여기가 의미 있는 첫 여행 장소가 된 이유는 바로 남편이 4년 동안 대학 시절을 보낸 대학교가 바로 이 곳에 있기 때문이죠. 정확히 말하면 보스턴 외곽으로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애머스트란 동네예요. 남편의 대학시절 이야기에 종종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애머스트 컬리지 앞에 팔던 초콜릿 케이크, 기숙사 근처 일식당의 튜나 롤이었는데요, 드디어 그것들을 맛볼 기회를 찾아 나선 겁니다.


우중충한 가을 날씨였던 보스턴의 아침에 출발해 한참을 드라이브하여 도착한 이 곳은 마치 저 밖의 도시와는 다른 세상 같았어요. 저희가 여행을 간 시기가 마침 뉴잉글랜드 지역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였던 덕분도 있겠지요. 어린 시절 제가 참 좋아하던 퍼즐에 나온 아름다운 미국 마을 그림을 꼭 닮은 곳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이 곳에서는 오래 전부터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들을 많이 배출했다고 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 '가지 않은 길'의 로버트 프로스트, 그리고 미국의 대표 여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이 바로 이 곳 출신이죠. 에밀리 디킨슨의 할아버지는 애머스트 컬리지의 설립자이기도 해요.


에밀리 디킨슨이 살던 집이 이제는 박물관으로.


남편의 모교인 애머스트 컬리지는 특이하게 4년 동안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하는 학교에요. 이 학교는 리버럴 아츠라고 불리는 형태의 대학인데요, 대부분의 대학교 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운영이 되고, 학부 중심의 대학이죠. 학생수가 적어 가족같은 분위기가 있고, 지도교수님 당 학생 수도 작아 아무래도 학교에서도 학생 개개인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다고 해요.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이 곳 학부를 졸업한 후에 바로 사회에 진출하는 대신 대학원을 가는 경우가 많아 좀 더 학구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나중에 우리 딸도 이 학교에 보내 아빠와 동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왔지요.

 

아빠랑 딸이랑 같은 학교 동문이 된다면 참 좋겠다.
학교의 중심 역할을 하는 강당. 매년 졸업생들도 이 곳에 모인단다.
강당 안에는 설립자부터 지금까지 총장님 초상화가 걸려있다.


애머스트 마을은 작고 한적한 동네라서 하루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어요. 사실 학교 외에는 딱히 구경을 하거나, 이 곳까지 찾을 만큼의 가치를 가진 맛있는 식당이 있는 곳은 아니에요. 그래서 이 곳을 여행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보스턴에서 출발해서 이 곳까지 오는 길에 세일럼(Salem)이라는 마을을 함께 들러보면 좋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 실제로 마지막까지 마녀사냥이 있었던 약간 으스스한 동네에요. 마침 저희가 갔던 기간이 할로윈 시즌이라 이 동네가 가장 북적일 때였죠. 실제로 이 곳에 가면 마녀사냥 심판이 있었던 법원도 남아있고, 마치 우리나라 점집처럼 다양한 점술집이 한 집 걸러 하나씩 자리잡고 있어요. 시간 여유가 된다면 고스트 투어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 곳 또한 작은 마을이라 다 둘러보는데 서너 시간 정도면 충분하니, 보스턴에서 애머스트 가는 길에 들르기 적당한 곳이에요.


마녀사냥 재판을 재현한 공연


이 뉴 잉글랜드 지역을 여행하는 방법 또 하나는 대학 캠퍼스 투어를 하는거에요. 미국에서는 보통 고등학생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대학 입시 전에 어떤 학교가 나에게 맞을지 사전 답사를 간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학교별로 투어 프로그램이 아주 잘 되어있어요. 저희는 하버드 대학교와 웰슬리 대학교를 구경갔었는데, 아, 우리 부모님도 저를 좀 일찍 이런 구경을 시켜주셨다면 이런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남았지요. (좋은 대학 못간 건 항상 환경 탓...) 꼭 입시생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대학 캠퍼스 투어를 다니는 건 이 곳의 문화, 이 나라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이왕이면 잘 알려진 대학과 잘 알려지지 않은 리버럴 아츠 대학을 함께 비교해보며 방문해보는 것도 재밌겠죠?


언제 또 다시 이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 돌아오게 될까요? 그 때는 저희 가족도 미국 생활에 좀 적응을 했으려나요?




여행을 떠나는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내가 머물렀던 숙소


Lord Jeffery Inn (로드 제프리 인)

http://www.lordjefferyinn.com/ 


학교 캠퍼스 안에 있는 이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아담하고 예쁜 호텔이 사실 저희 보스턴 여행의 첫 시발점이었어요. 남편이 학생 때 이 호텔 앞을 지나갈 때마다 나중에 가족이 생기면 꼭 같이 여행 오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었거든요. 1926년에 문을 열어 Historic Hotels in America에 소속되어 있는 이 호텔은 손님의 대부분이 이 학교의 학부모나, 졸업생이라 1층 로비에는 학교 설립부터 지금까지 매해 졸업 앨범이 구비되어 있어서 얼굴을 찾아볼 수 있어요. 호텔 외관도 참 아름다워서 결혼식 장소로도 인기가 있고, 이 안에 있는 30 Boltwood 레스토랑도 숨어있는 맛집이에요. 작지만 가족적인 분위기의 친절한 이 호텔은 애머스트 마을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숙소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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