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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10. 2017

저 산 위에 진짜 포틀랜드가 있었다

미국 여행 포틀랜드 멀트노마, 오레곤

포틀랜드 여행을 떠났던 시기는 가을이 깊어진 10월 중순, 포틀랜드는 가을이 깊어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있었어요. 찬바람이 불고, 도시는 관광객들이 줄어 좀 조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오레곤 주의 가을을 만끽하기에 이 시기도 괜찮은 것 같아요.


포틀랜드에 있는 동안 저희는 하루 차를 빌려 근교로 나가보기로 했어요. 포틀랜드 주변에는 마운트 후드를 비롯해서 아름다운 자연경관들을 많이 볼 수 있거든요. 원래 가지고 오려던 포틀랜드 여행책이 늦게 도착해버리는 바람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저희는 구글맵에 그냥 목적지를 마운트 후드로 넣고 달려보기로 했지요.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데, 가면서 중간에 괜찮아 보이는 곳에서 쉬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기로 하구요.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우리나라 양평 느낌이 나는 곳 어느 주차장에 차들이 많이 서있었어요. 마침 출출하기도 했고, 식당이나 있으면 들어가려고 했지요. 그렇게 해서 우연히 발견한 곳이 바로 오레곤의 명물, 멀트노마 폭포(Multnomah Falls) 예요.


멀트노마 폭포는 189m 높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폭포예요.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면 아찔한 높이를 자랑하죠. 중간에 멋진 다리가 하나 있는데, 이탈리안 석공이 만든 벤슨 브리지입니다. 입구에서 저 다리까지는 5분 정도만 올라가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서 사진을 찍는 곳이지요. 저희도 딱 그렇게 사진을 찍고 오기로 하고 차에서 내렸는데, 아뿔싸, 자연경관 보는 걸 좋아하는 남편이 이 폭포의 정상까지 올라가 보자고 했어요.


산 정상까지 올라가려면 보기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요. 계단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의 굽이굽이 둘레길로 가야 되기 때문이죠. 저희는 아기를 데리고 가야 되기 때문에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아마 보통 성인 걸음으로 한 시간 정도 오르면 될 거예요. 올라가는 길에 단풍잎이 떨어져 있는데 윤서는 마음에 드는 단풍잎을 발견할 때마다 머리에 꽂아달라고 했지요. 엄마 머리에 꽂아주기도 하고요.



폭포 정상에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만 지루하지 않았어요. 가파르지는 않지만 산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는 오솔길이기 때문이죠. 중간중간 작은 폭포들도 볼 수 있어요. 산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모양의 키 큰 나무들도 발견할 수 있고요. 중간중간 휴식할 수 있는 곳도 잘 만들어져 있었고, 또 멀트노마 폭포가 잘 보이는 곳에는 벤치를 만들어놓아 쉬면서 감상할 수 있었어요. 중간에 매점이나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만약 이 곳을 갈 거면 간단한 간식과 음료는 필수입니다. 저희도 혹시나 해서 가져간 간식들을 모두 먹고 가방을 텅텅 비워서 내려왔어요.



한참을 걸어 올라 산 정상에 오르면 멀트노마 폭포의 출발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작은 강처럼 보이는 저곳이 바로 물이 한순간 폭포가 되어 떨어지려고 준비 운동하는 곳이지요. 산 정상에는 작은 나무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을 내려볼 수 있어요. 정말 아찔하지요. 떨어지는 폭포를 위에서 처음 본 윤서는 무서운지 두 눈을 질끈 감았어요. 저 멀리 주차장에 차들이 작은 미니어처처럼 보입니다. 정말 높이 올라왔네요. 



산에 가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바로 하산할 때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올라갈 때 미쳐 보지 못했던 나무 이끼들도 하나씩 다 만져보고, 또 한쪽 방향으로만 나있는 나무들도 신기한지 한참을 구경했지요. 수 백 년 된 나무들의 나이테도 보고, 또 더 나이가 많은 속이 텅 비어버린 만화에 나올법한 나무들도 만나고요. 중간중간 낭떠러지가 있어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아이 손만 잘 잡아준다면 충분히 함께 걸어 내려올 수 있는 길입니다. 



이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윤서는 단풍이 가득 쌓인 곳을 보면 그냥 지나쳐버리지 못하는 낭만 아가가 되었어요. 그리고 단풍을 머리에 꽂아달라고 하고 꽂아주면 깔깔 웃으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자연을 뒹굴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즐길 줄 아는 그런 아이로 자라나길 바랬는데, 아마도 제 소망이 이제 막 조금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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