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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13. 2020

아이와 나파밸리 와이너리를 여행하는 법

나파밸리 소노마

나파밸리에서의 둘째 날, 10월 마지막 날부터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한 시카고와는 다르게 이 동네는 선선한 초가을 같은 날씨였어요. 높은 건물이 없어서인지 호텔과 그 주변의 와이너리 모든 땅들에 따뜻한 아침 햇살이 쫙 비추는데 같은 미국 땅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죠. 이 날은 본격적으로 나파밸리와 소노마 지역을 탐험해보기로 했어요.



이 지역을 며칠 머무면서 여행하려면, 특히 아이들과 함께라면 렌터카를 하는 게 편해요.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이용하게 되는데 나파밸리 지역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리거든요. 공항에서 픽업을 해서 나파밸리까지 올 수 있고, 또 와이너리들이 모여 있는 게 아니라 뚝 떨어져 있기 때문에 차로 이동하는 게 편하죠. 물론 운전하는 사람은 와인 테이스팅을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요.


첫날은 어느 와이너리를 가볼까 고민을 하다가 우선 제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가보기로 했어요. 원래는 그 옆에 있는 오퍼스 원 와이너리를 가서 프라이빗 투어를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아이들이 출입을 못하게 되어있더라고요. 와이너리에 대해서 좀 더 미리 알아보고 예약을 하고 왔다면 더 좋은 곳들을 가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긴 갓 태어난 신생아를 돌보며 무슨 와이너리 공부를 할 수 있었겠어요!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해서인지 와이너리 투어도 자주 있고, 테이스팅 하는 곳도 잘 만들어놨어요. 특히 가을이 되어 노란색으로 물든 와이너리와 가을 햇살 아래에서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야외 라운지가 마음에 쏙 들었어요. 이 곳 와이너리들에 가면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와인 이외에도 와이너리에서만 마실 수 있는 특별한 와인들 몇 종류가 있어요. 그래서 우린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 곳만의 와인들을 마셔보기로 했죠. (사실, 와인 맛을 잘 알진 못하지만 이 곳에서만 마실 수 있다고 하니 더 특별한 맛 같았지요)


원하는 와인을 한 잔씩 주문할 수 있는 와인 테이스팅룸
사진 한 장에 부부의 인생이 모두 들어있는 듯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오너
엄마는 와인을, 아기는 우유를!


나파밸리에 가면 와인 투어 말고도 빼놓지 말아야 될 것이 있어요. 바로 미식 투어죠. 이 쪽 나파밸리 소노마 지역은 와인이 발달되어있고, 식재료가 풍족해서인지 맛과 실력이 뛰어난 미슐랭 식당들이 많이 있어요. 미국 잡지들을 봐도 항상 이 곳 지역의 식당들이 소개가 되죠. 시카고에서 먹는 중부 특유의 투박하고 기름진 음식들과는 다르게 섬세하고 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살린 아름다운 음식들이 많이 있죠. 사실 진짜 유명한 곳들을 가려면 몇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되는데, 우린 그러지도 못했고, 설령 예약을 했다 해도 아이 둘과는 그런 곳을 아직 못 가요. 그래서 아쉬운 대로 맛있는 레스토랑들이 많은 곳으로 유명한 욘트빌의 식당 한 곳을 갔는데 정말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같이 다 성공적이었어요. 정말 예약하기 힘든 곳들은 얼마나 더 환상적인 맛일까 궁금했죠. (제가 좋아하는 청담동의 프렌치 식당 '비스트로 욘트빌'이 바로 이 곳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란 걸 이번에 알았어요!)

가정식 프랑스 음식이 맛있었던 Bistro Jeanty


이 곳에 오기 전에는 나파밸리에 오면 아이가 좀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어요. 호기심 많은 아이는 추수가 끝난 와이너리 사이를 걸으며 아직 한 두 개 달려있는 포도알도 신기한 듯 구경하고 어떤 와인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초콜릿 향이 난다는 것도 킁킁거리면서 배웠죠. 또 무섭게 추운 시카고의 12월을 잠시 피해있기에 따뜻하고 달콤한 나파밸리만큼 좋은 곳이 또 어딨겠어요? 각자 즐기는 방법은 달랐지만, 나중에 이 날의 포도밭 사진을 보면 즐거웠던 추억이 떠오르겠지요.

 

태어난 지 20일된 아기 연우는 이 날의 햇살을 기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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