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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 Feb 14. 2022

올림픽 때마다 드는 생각

항상 TV를 많이 봤다. 집 밖으로 나가기 힘드니 어릴 때부터 TV는 필수처럼 항상 켜져 있었다. 오후 5시쯤부터는 만화가 하는 시간대니, 그 시간을 줄곧 기다렸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큰 경기가 하는 게 싫었다. 좋아하는 만화도, 예능도, 드라마도 안 하니 TV에서 볼 게 없었다.

엄청난 움직임을 보여주는 운동경기들이지만 나에게는 TV에서 정적이 느껴지던 시기였다.


커가며 관심사도 바뀌는지 어느새 경기를 보는 내가 있었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은 다른 사람들처럼 미쳐 있었고, 언제부턴가 큰 경기들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아쉽지 않은 건 아니다. 내 주 관심사에서 운동은 항상 마이너이기 때문에 올해처럼 올림픽이 열리면 잘 보는 드라마와 예능의 결방 소식이 아쉽다.


나는 좀 예열이 필요하다.

관심을 갖는데 필요한 시간. 그래서 그 아쉬움도 저녁 시간마다 경기를 챙겨보면 흐릿해진다.

어느새 올림픽이 끝날 때쯤 역으로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못 본다는 아쉬움이 생기지만.   

  

작은 불평을 늘어놓던 나는 이제 다른 생각을 한다. 관심과 주목, 노출도에 대해서.


모두가 관심을 갖고 주목하는 인기종목은 방송사마다 보여준다. 각자 매력적인 해설위원을 섭외해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인다. 


반대로 비인기 종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선수가 나가지만 경기 시간이 겹칠 때는 비인기 종목은 TV 중계를 보기 어렵다. 비인기 종목이 관심을 받으려면 메달권에 들어야 가능하다. 그제야 사람들 앞에 짜잔 이런 선수가 나타났습니다 두둥! 하며 카메라에 비춰준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력하며 실력을 다져왔으니 빛을 보는 것일 테다.


메달을 딴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의미는 있다. 특히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우린 그런 선수들을 많이 봐왔다. 최선을 다하며 꼭 메달권이 아니어도 자신의 기록에 기뻐하던 선수들과, 그 선수들에게 박수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점점 이런 분위기가 커졌으면 좋겠다. 그 사람들의 관심이 식지 않고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한 가지 더, 본심을 얘기하자면 패럴림픽에도 이 관심이 이어지면 좋겠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에서 하니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정말 즐겁게 봤었다.

근데 패럴림픽에선 좀 아쉬웠다. 개막식과 폐막식은 볼 수 있었지만 선수들의 경기는 방송을 잘 해주지 않았다. 중요도와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국가대표로 나갔지만 같은 관심과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보여주지도 않는다면 관심을 가질 기회, 동기, 계기는 생기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의 노력이 좀 더 많이 비추어졌으면 좋겠다고.


올림픽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내 사소한 불평에서 바램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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