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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 Nov 16. 2021

장애인은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

중학생 때, 음악 선생님이 나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평범하게 산다는 게 제일 어려운 거야.”


짧은 대화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 대화다.


어릴 때의 나는 장애가 있는 나를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내가, 특수학교에 다니는 상황이 ‘일반적인’ 것과는 다르니까.


평범한 건 뭘까?


사전에서 ‘평범하다’를 찾으면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라고 나온다.

사람들도 평범하다는 말을 딱히 긍정적으로 쓰진 않는다.


남들보다 두드러진 면이 없을 때, 특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볼 때 자신은 평범하다며 투덜거린다.

하지만 평범하게 사는 게 어렵다는 음악 선생님의 대답은 다른 의미였고 나와 같은 뜻을 의미했다.

우리 두 사람의 평범하다는 무탈하게, 별일 없이, 이런 의미였을 거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 많이 묻고 대답하는 질문 중 하나는 ‘어디 고등학교 나왔어?’였다. 

같은 지역을 나온 신입생들끼리 묻기도 했고, 선배들이 묻기도 했다.


"저는 특수학교를 나와서요."

끝맺음이 흐릿했다. 흐릿한 대답만큼 질문한 사람의 얼굴에도 짧은 난감함이 스쳐 갔다.

별 질문도 아닌데 질문하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어색하게 만들었다.

특수학교를 나온 건 창피한 것도 아니고, 잘못한 일도 아니었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나는 대답할 때마다 조금은 난감하고 머뭇거렸다.


그런 사소한 부분들에서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느꼈고, 그건 평범하지 않게 여겨졌다.

그래서 나는 남들처럼 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장애가 있어도 남들처럼 살 수 있다고.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나도 할 수 있다고.

내 노력만큼 운이 따라준 것인지, 나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취업에 성공했다. 쉽지 않았지만 출퇴근하며 비장애인들과 함께 회사생활을 했고 첫 월급에 감격도 했다.

물론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는 무난하게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최근 ‘평범한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올해 나는 병원에 입원했었다. 장애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큰 수술을 할지도 몰랐다. 병원의 하루는 확실히 일상과는 다른 하루여서 방심하면 우울함이 서슴없이 찾아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일에 지쳐있을 때라 불만이 있었던 상태인데, 그 불만이 그립기도 했다.


내 하루하루가 참 별일 없는 지루한 날들이었는데.

그 별일 없는 하루가 대단한 거구나 하면서.


어릴 때와 달리 내 장애는 이미 내가 가진, 어쩔 수 없는 디폴트였다. 그러니 남들과 다르던, 아니던 이제는 굳이 내 장애를 갖고 씨름하진 않게 되었구나 싶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내가 내 장애로 고민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 일이니까.


여전히 나는 무탈하고, 별일 없이 살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게 평범한 건가 의문이 든다.

사실 무탈하고 별일 없는 하루라는 건 참 대단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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