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올해는 나름 다사다난한 편이었다.
지난 일 년 동안 부쩍 병원에 많이 다닌 해였고, 7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둔 해였다.
나는 선천적 장애가 있지만, 생각보다 병원을 많이 다니진 않았다. 그래서 작년 겨울 갑자기 수술하게 되었을 때부터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의사는 간단한 수술이라 했지만, 수술을 받는 환자로선 간단한 수술은 없는 법이다.
그래서 유난히 힘든 겨울을 보냈고 그 후로도 계속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검사를 받았다.
그러다 지난 10월, 수술할 상황이 되었다. 작년과는 다른 큰 수술이어서 몸과 마음이 힘든 시간을 잠시 보냈었는데, 다행히 수술은 하지 않게 되었다.
퇴사도 작년 수술을 하며 조금씩 고민이 되었던 거 같다. 안정적인 직장이지만 내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게 느껴지니까 참 고민이 많이 됐다. 그만두긴 아까운 회사여서 더 그랬다. 그러다 올해 수술 이야기가 나오며 퇴사를 결정했다.
결국, 수술은 안 했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문득 쉬어갈 때라는 뜻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하면서도 자꾸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본업도 벅차면서 압박감과 욕심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쉴 때는 푹 쉬면 좋겠지만 마치 나태해진 거 같았다. 나만 뒤처지는 거 같달까. 그런 어중강한 마음이 오래 같다.
그러니 몸을 편하게 두지 못한 것도 있다. 틈이 있다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그런 나에게 신호를 보낸 거 아닐까 싶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라고. 잠시 쉬어가야 한다고.
덕분에 나는 다른 때보다 여유로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오랜만의 긴 휴식이다.
내년에는 다시 일을 구해야겠지만 일단은 천천히, 조급하지 않게 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마음속에 있던 조급함은 버리고, 새해에는 느리더라도 오래 나아갈 법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