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후 Sep 15. 2016

8. 누구의 선망도 자랑도 되지 못했던 나의 누나

중산층 진입 실패의 르포르타주 - 취준생 바보 아빠

저와 저의 누나. 우리는 남매간의 정을 싹 틔울 시간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사실 아빠와도, 엄마와도 함께 나눈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같이 나눈 행복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누나는 공부를 못했고 뚱뚱했고 예쁘지도 않았습니다. 누나는 중학교 때 가출을 했고 우리는 그 후 십여 년이 지나서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긴 가출이 있기 전까지 짧은 가출이 여러 번 있었고, 그럴 때마다 누나는 맞고, 또 나가길 반복했습니다. 누나는 이런저런 나름의 고민과 함께 동생인 저와 비교를 당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대학  알게 된 제 친구도 가출을 자주 했습니다. 가출을 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그 친구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이제 다 해결이 되었니?”  


친구는 ‘아니요’라고 말하고 다시 가출을 했답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친구의 아버지는 어떤 분일?’    


한 번은 옷을 사러 시내에 갔는데, 그 날 제 옷만 사고 누나의 옷은 사지 않았습니다. 누나는 삐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시내를 걸었습니다. 엄마는 뭐라 뭐라 야단을 치셨지요. 튀어나온 입을 안 집어넣냐면서.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 누나가 맘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것을. 그리고 제 옷 한 벌만 사고, 누나 옷 한 벌 못 살 정도로 그렇게 우리가 가난했었다는 것을.

     

집에서 크게 야단맞을 일이 없었던 저와는 달리 종종 말썽을 피웠던 누나는 엄마 아빠에게도 혼이 났지만 한동안 같이 살았던 이종사촌 형에게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편견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거치면서 누나는 공부 못하는 ‘문제 학생’이자 '나쁜 학생'으로, 이종사촌 형은 공부 잘하는 ‘모범 학생’이자 '착한 학생'으로 머릿속에 각인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고 집안 어른들의 눈에는 비슷한 하층 서민의 자식인 누나와 이종사촌 형의 장래가 훤히 보였을 것입니다. 누나는 서민으로, 형은 중산층으로의 사회적 계층 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누나는 손발이 고생하고, 형은 잘 먹고 잘 살 것이라는 믿음은 분명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7. 집안의 자랑이었던 이종사촌 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