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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외출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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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Aug 29. 2017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길, 아이스필드 파크 어웨이

두근두근 57세, 홀로 캐나다(재스퍼 2)


Maligne lake


양쪽 벽이 급경사를 이루어 폭이 좁고 깊은 골짜기를 캐년(canyon)이라 하지요. 세계에서 가장 큰 협곡이라고 배운 미국의 그랜드 캐년과 스페인 론다의 엘타호 캐년에 갔을 때의 기억이 공존합니다. 멀린 캐년으로 향하는 동안 눈으로나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거대한 산과 호수들에 의해 발목이 자주 잡힙니다. 상남자 같은 로키의 산들이 옥색 드레스를 입은 호수를 너그럽게 품어주고 있어요. 쉼터처럼 마련되어 있는 간이 주차장에 멈춰서서 맘껏 눈호강을 할 수 있었지요. 멀린 협곡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운 좋게도 가까스로 만차 직전이었습니다.


협곡의 트레일을 따라 걷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나이 든 큰 키 나무들이 온몸으로 자외선 가득한 해를 가려주고 천둥 치듯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와 폭포처럼 떨어지는 빙하수가 천연 미스트처럼 뿌려주었기 때문이에요. 높고 깊은 협곡에서 떨어지는 물은 무서울만큼 포효하며 떨어졌습니다.



협곡의 4번 다리까지 갔다가 돌아오기까지 두 시간 쯤 걸렸어요. 주차장 옆에 있는 통나무 테이블에 앉아 빵을 먹고 있는데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함께 앉아도 되냐고 묻습니다. 할머니부터 꼬마까지 다섯 명, 거의 다 먹은지라 테이블을 양보하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가방에서 도시락과 과일 등 주섬주섬 꺼내는 엄마는 세상 행복한 표정입니다. 맛있게 먹으라고 하니 수줍게 웃네요.


멀린 캐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의 근원은 메디신 호수입니다. 메디신 호수의 왼쪽은 거대한 도끼로 사선으로 내려친 듯 날카로운 돌산이 솟아있어요. 호수의 바닥으로 나 있는 구멍으로 빠져나간 물이 17km 떨어진 멀린 캐년까지 흘러내려간 후 쏟아니다. 그러므로 가을이 되면 물이 마법처럼 사라진다고 해요. 그리고 빙하가 녹기 시작하는 5월 경부터 다시 서서히 호수에 물이 차오르게 되는 거지요. 그러므로 원주민들은 메디신 호수를 마법의 호수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메디신 호수


다음날 예정된 멀린 호수의 크루즈 승선 시간은 아침 10시, 재스퍼에서 멀린 호수까지는 약 한 시간 정도의 거리입니다. 8시에 숙소를 출발했어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여유를 갖고 다니는 게 훨씬 부드러우니까요. 특히나 여행은 그렇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약속 시간이 10시면 9시 반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여라, 그러면 혹시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늦지 않는다. 약속 시간보다 적어도 10분 일찍 도착하는 습관을 가지면 맘이 편하다.'

 

아버지 말씀대로 언제나 예정 시간보다 일찍 움직이는 습관을 갖게 된 까닭도 있지요. 운전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동차는 멍청하다. 밟으면 가고 밟으면 서는 게 자동차다.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stop이라고 쓰여있으면 서고, 경적을 울리라는 사인이 있으면 클랙슨을 누르고, slow라고 쓰여있으면 천천히 가면 된다. 그러면 사고 날 일이 없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말씀이지만 그 말씀을 잊지 않고 운전을 해서인지 20년 넘도록 가벼운 접촉 사고 조차 한 번 없이 무사고입니다. 병석에 앓아눕게 되셨던 70세까지 40년간 운전을 하셨던 당신께서도 무사고셨지요. 로키에서 느낀 것은 운전자 모두가 철저하게 원칙에 따라 운전을 한다는 거였어요. 도로가 좁건, 넓건 사거리엔 반드시 네 곳에 stop이라고 써진 글씨가 있습니다. 운전자는 다른 쪽에 차가 없어도 무조건 완벽하게 섭니다. 우리처럼 속도를 늦추며 좌우를 살피고 대충 직진하거나 좌회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일단 정지한 차는 잠시 서 있습니다. 대부분 내가 먼저 가는 게 아니라 상대가 먼저 지나가길 기다리는 식이라 몇 초간 서있는 건 다반사입니다. 양보의 수신호나 먼저 가겠다는 수신호를  보내고 움직이지요. 횡단보도에서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너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처음엔 답답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로마 법이다 여기고 따르니 마음도 느긋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멀린 호수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안 되었습니다. 선착장 주변을 산책하는데 후드 집업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쌀쌀합니다. 머플러와 야상을 꺼내 입었지요. 호수 주변을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심상치 않아요. 털모자에 장갑까지 완벽한 겨울 무장을 한 사람도 있었지요.

잔뜩 흐린 하늘로 인해 시리도록 푸른 물색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잠자듯 침착한 호수의 고요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9시 45분이 되니 10시 티켓을 가진 승객들은 승선 준비를 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크루즈라고 하면 보통 만 톤이 넘는 호텔식 배를 타고 여행하는 걸 연상하지만 실상 크루즈는 유람선이라는 뜻이에요. 멀린 호수를 돌아보는 크루즈는 승선 인원이 약 70명 정도의 작은 배였어요. 나무 몇 그루만 서있는 작은 섬 spirit island(영혼의 섬)까지 40분, 배에서 내려 잠시 트레일을 걸어보는 시간 15분, 그리고 돌아오는 시간 40분, 약 1시간 30분이 걸립니다.


멀린 레이크


젊고 잘 생긴 가이드가 크루즈를 운항할 선장 아가씨 이름과 자기를 소개하면서 호수에 대한 안내 멘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불안 불안합니다. 대여섯 명의 한국인이 같은 배에 승선했는데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지요. 배가 출발하고 10분쯤 되었을까? 모두들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왜 불안한 예감은 비껴가지 않는 걸까요? 잔잔한 호수에 마구잡이로 던지는 돌멩이처럼 배 안의 평화가 흩트려졌습니다. 맨 앞에 앉아계신 백발의 할머니가 몇 번이가 뒤를 돌아보시다가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쉬~'라는 소리를 냈지만 효과가 없었어요. 그러자 할머니는 다시 한번 더 '쉬~'하셨고 그 소리는 파도타기처럼 뒷 좌석의 사람들에게 이어져 여기저기 '쉬~' 하는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그 상황에 가장 초조한 사람은 아마도 나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소란은 잦아들지 않았지요. 밍구스러움을 견디지 못한 제가 나섰습니다.


'저기요~ 지금 가이드가 설명하는데 너무 시끄러우시네요. 사람들이 모두 '쉬~ ' 하는 소리 안 들리세요?'


내 말을 알아들은 내 나라 사람들이 그제야 입을 다물더군요. 그런데 자연스레, 아니 당연히 흘러나와야 할, 흔하디 흔해서 누구도 다 아는 단 한 마디 'Sorry'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 소란의 주체가 그들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더 미안한 건 어쩔까요? 그러는 동안 배는 스피릿 섬이 눈앞에 보이는 호숫가에 도착했습니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트레일을 따라 계단으로 올라갔지만 그들과 섞이고 싶지 않은 나는 호수 아래쪽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교양이란 우선 수치스러움을 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책 <청춘의 착란>에 나오는 말입니다. 오줌 싼 갓난아기에게 교양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눈치도 없는 언행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내가 겪게 된 수치심에 화가 났습니다. 사진작가들이 배를 빌려 타고 사진을 찍으러 갈 정도로 아름답다는 영혼의 섬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옥을 갈아 풀어놓은 듯한 호수에는 흰 구름 사이로 부슬부슬 비가 내렸지요. 갑자기 속상한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나더군요. 호수가 깨진 거울처럼 금이 간 모습으로 보였어요. 영혼의 섬을 떠나 선착장으로 돌아올 때는 가이드의 설명이 없었습니다. 대신 굴곡 심한 억양과 데시벨 높은 경상 코리언들의 목소리가 콘서트를 하듯 보트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출입문을 열고 갑판으로 나갔지요. 바람이 꽤 찼지만 소란에서 벗어날 수 있어 참을 수 있었습니다.              


고도 1697m의 스피릿 아일랜드


호수를 떠나 자동차로 돌아왔는데 몸이 덜덜 떨립니다. 히터를 켰지만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지요. 카 시트 히터 의 온도가 높아지고 나서야 좀 나아지더군요. 그날, 7월 24일의 재스퍼의 아침 기온은 영상 4도였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따끈한 크림수프를 먹고 잠시 쉬고 나니 훨씬 나졌어요. 어찌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일에 과민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요.

광활한 로키 산맥의 도로에는 그 어디에도 주유소가 없었어요. 대부분이 국립공원이니까 당연한 일입니다. 주유를 해야 하는데 유종이 뭔지 모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렌터카 사무실에 물었더니 캐나다는 모든 렌터카가 휘발유를 쓴다고 해요. 시가지에는 3-4곳의 주유소가 몰려 있습니다. 보통부터 고급까지 3단계의 휘발유가 있지만 가장 저렴한 걸로 주유했지요. 영화에서 보았듯 주유를 하고 난 후 주유소에 딸린 작은 마켓으로 들어가 계산을 했습니다. 1리터에 1달러가 안되니 900원이 안돼요. 그야말로 기름이 물 값 보다 싸네요.


 


스카이 워크와 애서바스카의 설상차를 타기 위해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파크 어웨이로 향합니다. 그곳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10분 정도지만 곳곳에 절경이 많다는 내용을 익히 보았으므로 서둘러 길을 나섰지요.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산들이 가도 가도 새롭게 펼쳐집니다. 빙하를 껴안거나 머리에 이고 앉은 산이 많았지요. 귀부인의 드레스 자락 같은 바위들이 흘러내릴 듯 걸쳐있고 눈이 쌓인 건지 바위인지 가늠되지 않는 것들이 시선을 빼앗습니다.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 제 몸집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홀로 걷는 청춘들을 지나 멋짐을 뽐내고 있는 광활한 산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계속 중얼거립니다. '어머나 어쩔 거야, 너무 멋있어, 너무 예뻐.'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순간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요. 누구랑 함께 왔으면 좋았을 걸 이라거나, 쓸쓸할 겨를 없이 오감을 올인하게 되는 곳입니다. 연필을 꽂아둔 듯 한치도 비뚤어지지 않고 곧디 곧은 히말라야시다와 가문비나무, 전나무들이 빼곡했지요.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 그대로 끝없는 파노라마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지요. 낯선, 그래서 좋은 시공간 속에 내가 뭔가를 이룬 것 같은 뿌듯함이 가득했습니다. 여행은 이가락(離家樂)이라는 정지용 시인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집을 떠나야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바로 그곳에 펼쳐져 있었으니까요.


Endless chain


멀리 오른쪽에 유리로 만들어진 반구형 스카이 워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앞에 이르자 주차장이 어디지? 하며 천천히 지나는데 곧바로 내리막 도로가 나타나며 순간적으로 그곳을 지나치게 되었지요. 말하자면 그곳은 산의 정상이었던 것입니다. 편도 1차선 도로에 왼쪽은 산이요, 오른쪽은 강으로 이어지는 절벽에다가 내리막 곡선 길인지라 유턴할 수도 없는 상황, 게다가 뒤에는 차들이 줄줄이 따라옵니다. 도리 없이 직진하는데 앞서 가던 차가 오른쪽의 작은 공터로 들어가는 게 보였어요. 나 또는 그 차를 따라 좁은 공간으로 잠시 들어가 가까스로 차를 돌렸습니다. 그 운전자도 똑같은 상황이라는 걸 짐작했지요.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언덕을 올라 스카이 워크 앞까지 갔지만 주차장은 없었습니다. 오직 브루스터 여행사에서 운행하는 버스만 주차할 수 있는 겁니다. 앞 차가 직원에게 물어보는 동안 안내판이 보여 읽어보니 6km 전방의 아이스필드 센터에 주차장이 있다고 써있더군요. 그제야 이해가 되었지요. 방금 내가 차를 유턴한 곳에서 다른 차들이 또 열심히 유턴하는 모습이 보였지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겠구나 생각했어요.


sky walk


오른쪽으로 거대한 빙하 위에 개미만큼 작아 보이는 설상차가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아이스필드 센터 주차장은 각종 차들로 빼곡해요. 주차를 하고 센터 건물로 들어가니 인산인해,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과 나처럼 설상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일단 그곳에서 블루스터 버스로 약 10분, 빙하 근처까지 간 다음 사람 키만 한 크기의 바퀴가 달린 설상차로 바꿔 타고 또 다시 10분 쯤 빙하로 이동합니다. 빙하 체험을 한 후, 다시 블루스터 버스로 스카이 워크까지 가는 시스템이더군요.


Icefield Centre
Athabasca Glacier


약 10만 년에 걸쳐 생성된 컬럼비아 대 빙하에서 흘러내린 다섯 개의 빙원 중 세계에서 유일하게 설상차가 운행되는 곳은 애서베스카 빙하뿐입니다. 그곳은 적어도 400년 전의 눈으로 만들어진 빙하라고 해요.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컬럼비아 대 빙하의 총면적은 서울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이고 그중 애서베스카는 폭 1km, 길이가 6km에 그 두께가 약 300m 정도라고 합니다. 매년 10m씩 빙하가 녹아내리기 때문에 설상차 운행을 언제 중지할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듣던 대로 빙하는 푸른빛이었습니다. 유리가 부서져 내린 것 같은 투명한 빙하수가 얼음을 타고 졸졸 흘러내렸어요. 일부 여행자들은 빙하의 위쪽으로 올라가기도 했지만 바닥이 워낙 미끄러워서 엄두가 나질 않았지요. 빙하수는 미네랄이 풍부해서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설상차 기사이면서 가이드에게 갖고 있던 생수병을 건네주고 빙하수를 받아달라고 부탁했어요. 400년을 견디다가 몸을 푼 얼음물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려갔습니다. 짜릿한 차가움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주어진 20분은 너무 짧게 지났습니다.



다시 설상차를 타고, 브루스터 버스로 갈아탄 후 스카이워크로 갔지요.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그곳에 세워질 시설의 모든 공정을 외부에서 완성시켜 가져다가 조립하여 만들었다는 스카이워크, 그러니까 공중에 걸을 수 있는 투병한 길을 만들어놓은 것인데요. 주변이 빙하로 둘러싸여 있고 수목한계선 위로는 나무가 자라지 않는 특이한 풍경을 볼 수 있는데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서 편했습니다.    



투어를 마치고 재스퍼로 돌아가던 중 차들이 길 한편에 죽 늘어서 있습니다. 동물이 있다는 뜻이죠. 차를 세우고 내렸습니다. 곰은 대부분 혼자 이동한다고 합니다. 검은 곰 한 마리가 느릿느릿 걸으며 나뭇잎을 뜯어먹습니다. 안전거리도 확보해야 하고 울창한 나무 틈에 있다 보니 뚜렷하게 볼 수는 없었어요. 사진을 몇 컷 찍고 돌아가다는 길에 다른 곳에서 두 번이나 더 곰을 만났습니다.        


Bow lake


로키의 여름 늦게까지 지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백야 정도는 아니지만  밤 11시가  돼서야 어둑어둑해지더군요. 외로울까봐 혼자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화가 그립고 혼자 잠들거나 혼자 밥 먹는 게 싫어서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련하고 흐릿한 어떤. 삶의 숨결 같은, 마음의 풍경 같은, 젊음의 상처를 재촉하는 열기 같은, 물안개처럼 번지는 쓸쓸함 같은, 그런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모든 기울어가는 것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서쪽에서 태양의 부스러기들이 오래된 얼굴로 흩어졌지요. 하루의 스위치를 내리고 낮은음자리표로 돌아눕는 밤, 또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아쉬움이 벌써입니다.  

            

피라미드 호수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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