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외출 1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나무 Feb 27. 2017

안주나 비치의 보석, Eva Cafe

깔랑굿 해변, 안주나 해변




뻥 뚫린 도로, 오가는 사람은 한적하고 바다에는 작은 배가 몇 척 떠 있습니다.

한가로운 풍경이네요.

아직 오픈을 하지는 않았지만 케이크 전문점도 카페도 보입니다.

한참을 걷고 나서야 짜이 파는 곳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부자 동네입니다.

낡은 플라스틱 의자 몇 개와 청소를 기다리며 세워진 비가 이채로운 모습이에요.



오늘 안침 산책은 Fish Market입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숙소와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항구에 형성된 수산 시장은 아니지만 노점상을 비롯해 꽤 큰 규모로 싱싱한 해산물들이 즐비합니다.

대하라고 할 수 있는 크기의 새우 스무 마리와 오렌지 2개를 샀어요.

전날 레스토랑과는 달리 생물 수산물의 값은 역시나 무척 저렴하고 싱싱했습니다.

인도 여인들이 커트나 펌을 하지 않고 묶어나 땋아 내리기 때문에 미용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반면 이발소는 심심찮게 보입니다. 시장에도 어김없이 이발소가 있더군요.




고아에는 수많은 해변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동쪽에 수 십 개의 해수욕장이 늘어선 것과 흡사해요.

그 모두가 아라비아 해를 접하고 있지요.

기차에서 만났던 여행자가 배나울림이 조용하고 좋다는 조언을 해주었지만 빤짐에서 배나울림은 좀 멀더군요.

그러므로 선택한 곳이 같은 모래사장을 쓰는 깔랑굿과 바가 비치와 자유분방한 장기 배낭여행자들이 많다는 안주나 비치입니다.

버스 스탠드에서 깔랑굿으로 가는 버스를 탔고 요금은 400원이 못됩니다.

택시를 탔으면 2만 원은 줘야 하는 먼 거리거든요.

고아에서 가장 개발이 많이 된 해변으로 리조트와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곳인 깔랑굿,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넓은 백사장에서 바다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날이 토요일이라 유독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가족끼리 가방에 먹거리를 바리바리 싸 갖고 와서 백사장에 펼쳐놓고 먹고 마시고 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이네요. 우리네 가족 여행과 별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에요.

와인샵에는 술을 사려는 젊은이들이 줄을 섰습니다. 고아는 전 지역이 술값이 면세인 곳이어서 여행자들이나 술을 좋아하는 현지인들에게는 꿈같은 곳이지요.

노랗고 빨간 수 백 개의 파라솔이 질서 있게 펼쳐져 있고 수영복이 아닌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채 바다에 뛰어든 인디언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밝은 햇살과 노란 모래와 대조적으로 더 까맣게 느껴지는 인도인들의 피부로 인해 바다가 거무튀튀한 느낌이에요.

노란 비치파라솔 아래에서 탄두리 치킨과 볶음밥, 그리고 수산 시장에서 샀던 새우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늘 아래면 어디든 더위는 덜하지요.

사람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더군요.




그곳에서 안주나 비치로 가려면 맙사로 가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기에 택시를 탔습니다.

안주나는 사람들의 숫자가 확연히 적었습니다.

게다가 그곳에는 인도 현지인들보다 거의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외국인이더군요.

해변도 조용하고 레스토랑이나 카페, 옷을 파는 상점이 무척 많아요.

같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해변이지만 그렇게 다른 게 신기할 정도였지요.

매력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게다가 근처에서 숙박을 한다면 몇 날 며칠이고 찾아갈 것만 같은 예쁜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Cafe Eva'

맨 위 사진에 발찌를 주렁주렁 매단 맨발의 주인공이 바로 카페의 쥔장 이바예요.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진 안락의자, 낡은 의자에는 면으로 만들어진 얇은 방석,

크기와 모양이 다른 면실로 짠 레이스 테이블보가 여기저기 놓여있고 하얀 회 칠을 한 작은 화분 세 개,

린넨 천에 올려진 조개껍데기 하나, 무채색 파라솔과 대나무로 짠 벽걸이엔 걸린 작은 사진들,

모든 디스플레이와 소품들이 하나하나 너무 아름다워 눈길을 뗄 수가 없었지요.  

아라비아 해를 바라보는 탁월한 위치와 앤티크한 인테리어, 맛있는 음식과 마실 거리까지 갖춘 그 분위기는 어느 것 한 가지도 부족함 없이 맘에 딱 드는 곳이었어요.



게다가 모히또는 이제껏 경험한 마실 것 중에 단연 최고였습니다.

럼주와 라임즙을 베이스로 민트 잎이 들어간 모히또는 스페인 술이지만 몰디브나 중남미에서도 많이 통용되는 칵테일이지요.

바다에 부서지는 햇빛은 보석보다 더 반짝이고 간간히 까마귀가 처마 끝에 날아와 깍깍거리며 살랑거리는 바람과 새콤 시원한 모히또 한 잔에 몸은 벌써 최고의 릴랙스 타임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카페 옆에 오두막 같은 작은 집에 머리카락을 질끈 묶은 남자가 이바의 룸메이트,

안주나에 여행 왔다가 그곳이 너무 맘에 들어 아주 눌러앉게 된 에바는 프랑스 사람이었어요.

물론 생계를 위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템들을 예쁘게 꾸미고 작은 소품과 셔츠를 판매하며 여행자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그녀가 한층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심지어 화장실까지 예쁘더군요.

맘 같아선 두어 시간 후면 보게 될 석양 때까지 앉아있고 싶었지만 워낙 협소한 공간에 테이블은 많지 않고 손님은 많은 터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어서야만 했지요.

그곳에 앉아있던 1시간 반은 그야말로 힐링 타임이었고 모히또를 마실 때마다 그곳이 생각날 것을 예감했습니다.  



호텔로 돌아오니 붉음으로 메이컵 한 태양이 바다 가득 물들이는 게 보였습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왔지요.

아침에 떠오는 해와 저녁에 지는 해는 같지만 다름이 있습니다.

마치 떠나는 게 아쉬운 듯 발버둥 치듯 노을은 강렬하게 붉지만, 아침 해는 부드럽고 느긋하며 온화한 여유가 있습니다.

모든 시작과 끝이 그 해를 닮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김없이 떠오른 태양을 따라 또 아침을 걸었습니다.

일요일이다 보니 운동장에는 크리켓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네요.

고급 주택가지만 공터에는 어김없이 천막 속에 사는 가족이 보입니다.

쇠 절구에 뭔가 푸른 이파리를 짓찧는 엄마의 손길이 분주한 게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어디나 빠짐없이 걸려있는 빨래들이 새벽 태양의 조명을 받아 밝게 빛나요.


비반타 바이 타지 호텔은 공항까지 무료 픽업 서비스를 해줘서 편리했습니다.

고아 공항은 초라했지만 뭄바이 공항은 무척 세련되고 화려합니다.

마치 현대 미술관의 설치 미술작품 같은 거대한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천장이나 벽 하나까지 무척 세세한 배려로 만들어였더군요.

인도의 마지막 도시인 뭄바이까지 비행기를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요.

기차로 한 번 애를 먹은 터라 더욱 그랬습니다.

하야트 그랜드 호텔을 선택한 것은 뭄바이 공항에서 가까운 이유가 가장 컸지요.

더구나 근처에 있는 산타크루즈 역에서 국철을 타면 거의 대부분의 관광지에 갈 수 있다는 게 강점이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도시 뭄바이에서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하군요.


 




이전 14화 오래된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   하워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