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외출 11화

여행은 낯선 문으로…

두근두근 57세, 홀로 캐나다(밴프)

by 전나무


여행은 낯선 문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궁금함이 낯섦을 만날 때의 설렘,

그 야릇한 흥분은 언제나

언제나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낯선 문 뒤에 뭐가 있을까?


기다림은 행복입니다.


궁금함과 낯섦과 셀렘과 기다림이 만나는 것

그게 여행입니다.


새벽 6시,

two jack lake는 텅 비었습니다.

새의 노래가 한 줄 한 줄 곡선을 그리며 지나갑니다.

차 문을 잠그고 몸을 돌려

낮은 둔덕 너머의 호수로 시선을 돌렸을 때

시인이 말했던 향그러운 관(冠)이 보였습니다.

두 마리의 엘크가 액자 없는 그림처럼

미동도 없이 서 있습니다.

그 새벽, 호수의 문 뒤에

그토록 적요한 생명이 숨어있음에

나는 노 없는 배처럼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융처럼 한없이 보드라울 것 같은 솜털에 덮인

관(冠)의 기품을 바라보는 동안

내 눈에는

조금씩 조금씩 붉은 기운이 차올랐지만

윤곽이 흐려졌을 뿐

귀퉁이 하나 부스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울고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노래처럼요


그때 알았습니다
우연히 만났던 곰과 산양, 엘크들이

그곳의 주인이라는 것을…

당분간

낯선 문 앞에 서지 않아도 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때, 그곳에

아무 마음도 두고 오지 말아야 했습니다.

지금 이토록 그리운 걸 보면요.







그의 목소리에선

흐린 구석에 접어둔 푸른 먼지 냄새가 납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들어간 낯선 문 뒤에는 뭐가 있었을까요?


두고 오지 못한 그날을 떠올렸던 노래입니다.


넌 어디서 와
내 강가에 머물고
이 늦은 저녁
내 어둠을 지키려 하는지

넌 어디서 와
내 숲 속에 잠들고
이 깊고 푸른
내 슬픔을 가지려 하는지

내 멀고 또 먼 그 옛날 저쪽
영원의 시간 지나
기쁨으로 여기 왔을까
그 끝없이 조용한 곳에서

넌 어디서 와
내 하늘을 나르고
이 길고 긴 날
내 꿈속을 들여다보는지


조동진 곡, 시, 노래 - 너는 어디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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