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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Feb 23. 2019

포르투갈의 쉼표

12. 카스카이스




리스보아의 지척에 있는 카스카이스는 여름 휴양지로 유명하다는군요.

고급 리조트와 맛깔스러운 음식점, 그리고 예쁜 상점들이 많습니다.

Cais do Sodre역에서 우리나라의 국철에 해당하는 기차를 타니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달려갑니다.

역 앞에는 18번 트램이 지나다니는데 노랗게 물든 나무 이파리가 개나리꽃처럼 화사하네요.


  



기하학적 무늬의 아줄레주가 있는 간이역의 청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바다에 비치는 태양과 바닷물이 만나니 보석 부러울 것 없이 반짝입니다.

볼 수 있다는 것처럼 고마울 게 또 있을까요?

말하고 듣고 보고 걸을 수 있음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누구나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기능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으니까요.


화이트와 블루 컬러의 대관람차마저도 청량함을 뽐내고 있어요.

야자수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서있습니다.

해변에는 비치 발리볼을 하는 청년들의 함성이 빛나고, 엄마 따라 나온 아기가 파도와 장난을 치고 놉니다.

모래사장에는 강아지와 갈매기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누구든 걷는 자가 주인이니까요.

프랑스의 유명한 빵집인 폴(paul)이 보여 반가웠어요.

하늘에 뒤질세라 유리창을 맑게 닦는 성실해 뵈는청년의  뒷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카스카이스의 광장에도 호시우 광장과 같은 물결무늬의 돌이 깔려 있습니다.

야외테이블에 앙증맞은 바이올렛이 따사로운 햇빛 속에 파스텔컬러를 뽐내고 있어요.

쇼윈도에 걸린 옷들이 1월을 무색하게 하는 비비드 컬러들이에요.

밍크코트나 오리털 패딩이 필요하지 않은 겨울을 보내는 것도 축복이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흰 눈 펑펑 쏟아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상상도 못 하겠지요?

겨울은 코가 시리도록 매서운 바람도 매력 있다 싶습니다.

 





휴양지답게 노천카페와 멋진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외투를 벗은 사람들이 햇빛을 즐기며 식사를 하거나 책을 보는 모습이 한가롭습니다.

주택들이 모여있는 골목길에서 중국식당을 발견했습니다.

한 번쯤 중국 음식을 먹는 것도 좋겠다 싶어 들어갔지요.

중국인 주인은 우리에게 중국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여행자들이 찾아 들어갈만한 위치가 아니어서인지 모처럼 찾아온 동양인이 반가웠던 모양인가 봐요.

주민들로 보이는 손님들이 꽤 많더군요.

딤섬과 볶음밥, 그리고 탕수육이라 생각한 음식을 주문했어요.

역시나 지나치게 짭조름한 맛이 문제였지요.

해물 볶음 우동이 맛있어 보이기에 추가 주문을 했습니다.

메뉴의 음식 이름 옆에 iron plate라고 쓰여있어요.

뜨거운 철판에 음식이 담겨 나오더군요.

그 역시 맛을 있으나 짭짤한 게 아쉬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값은 저렴했지요.

유럽 어딜 가나 저렴하고 푸짐하고 무난한 음식이 중식이니까요.

  

  










하늘이 비정상적으로 파랗습니다.

쥐어짜면 파란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요.

맛나 보이는 빵집에서 나타와 커피로 디저트를 먹었지요.

매일 먹는 음식의 칼로리가 평소의 두 배는 될 겁니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먹을 수 있는 건 그만큼 맛이 있고, 많이 걸으니 소화도 잘 되기 때문이지요.

포르투갈은 가죽 제품이 무척 저렴합니다.

물론 상점마다 50% 이상 세일을 하는 곳이 많긴 하지만 가죽 구두 한 켤레가 5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더군요.

어딜 가나 특산품인 코르크로 만든 가방, 구두, 모자, 지갑, 벨트, 냄비 받침들이 많습니다.

가볍고 질긴 특성을 갖고 있어서 사용하기 편리하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그 비주얼이 취향에는 맞지 않더군요.

가죽과 철사를 엮어 만든 브로치를 샀습니다.

벽화는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문에 사람 얼굴을 그려 놓은 건 좀 생소하지요.

개성이 넘치는 발상입니다.

짚을 엮어 만든 파라솔이나 지붕에 이엉처럼 장식을 해 놓은 상점도 휴양지 다웠고요.

갈매기들도 해바라기를 하고 앉아있습니다.

쉼표 같은 도시, 카스카이스는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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