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나무 Feb 16. 2019

책이 있어 아름다운 방, 조아니나

5. 코임브라



포르투갈은 도시 간 이동 거리가 짧아 기차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숙소의 체크 인 시간에 맞춰 가자니 오전에도 꽤 많은 시간 여유가 있는 셈이죠.

아베이루의 숙소 반대쪽의 동네로 아침 산책을 갔습니다.

커다란 쇼핑몰도 있고 성당과 관공서들이 모여 있더군요.

나무 벤치에 앙증맞은 동화 같은 그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포르투갈의 모든 길은 작은 돌을 깔아놨는데 같은 무늬가 하나도 없습니다.

길바닥만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되는 곳이지요.

마침 일요일이어서 문을 닫은 상가가 많았고 성당으로 향하는 노인들의 느린 발걸음만이 도시를 흘러가고 있습니다.

미사가 진행되고 있는 성당의 성가가 고개를 숙연하게 만들었지요.

어느 성당이든 울림이 좋아 노랫소리가 천상의 소리로 느껴집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나무 벤치의 그림


코임브라 B역에 내려 택시기사에게 주소를 건넸습니다.

자동차는 깎아지른듯한 언덕을 꼬불꼬불 오르고 또 올라갔습니다.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숙소를 구할 때 집이 몇 층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언덕 꼭대기에 있는 집인지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높은 곳이면 숙소에 꼼짝없이 갇혀 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체념을 할 무렵 자동차가 다리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지요.

차가 멈춘 곳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디좁은 일방통행의 할 골목이었어요.

휴~ 다행입니다.

언덕이긴 하지만 그리 높지는 않아요. 게다가 코임브라 대학이 지척이었습니다.



코임브라 숙소



호스트 캐롤리나는 눈이 예쁜 아가씨였어요.

작지만 구석구석 앙증맞은 집기들이 아기자기합니다.

침대 머리 위에 피노키오가 어서 와~ 인사하며 앉아 있어요.

수프를 끓이고 방울토마토와 채소에 올리브유와 발사믹을 뿌려 샐러드를 만들었지요.

풍성한 식재료들을 준비해준 캐롤리나의 따뜻한 친절로 우리들의 식탁이 근사하게 뚝딱 차려졌습니다.



코임브라 중심에는 몬데구 강이 흐릅니다.

산타 클라라 다리가 코임브라 구 대학교가 있는 구 시가지와 산타 클라라 수도원이 있는 동네를 연결해줍니다.

강가에 나란히 서 있는 나무들의 빈 가지가 강물에 비친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시가지는 아름다운 돌들이 무늬를 뽐내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주인의 돈 통을 입에 물고 앉아있는 반려견의 충성이 보기 드문 풍경입니다.

청년의 눈빛이 헛헛합니다.





초콜릿도 아니요, 쿠키도 아닙니다.

이 어여쁜 모양의 앙증맞은 캔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생선 정어리 통조림입니다.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져서 모든 제품을 한 개씩 다 갖고 싶을 정도예요.

하지만 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comur는 1942년부터 이어지는 대표 브랜드입니다.









‘공부는 코임브라에서, 돈은 리스본에서 벌고, 말년은 포르투에서 즐기자’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코임브라 대학은 포르투갈 최초의 대학으로 1290년 처음 리스본에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초기에 예술, 법률, 의학, 교회법에 관련된 학과들이 개설되었습니다. 연구를 위해 대학이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로 떠나야 했던 자국의 인재들을 양성하려는 목적에서였습니다. 

정치적 방침에 따라 리스본에서 코임브라로, 다시 리스본으로 가기를 반복하다가 1537년 주앙 3세의 결정으로 코임브라에 안착했습니다. 

이후 1557년까지 200년간 코임브라 대학은 유럽의 명문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유럽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대학교로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시인 카몽이스, 노벨상 수상자인 에가스 모니스가 이 대학 출신이라고 합니다.



코임브라 대학도서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화려하게 장식된 서가, 천장을 가득 채운 프레스코화, 웅장한 건축물 등입니다. 1717년부터 1728년 사이에 건축된 조아니나 도서관은 포르투갈 바로크 건축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유럽에서도 손꼽힐 정도입니다. 

조아니나 도서관은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구분됩니다. 

가장 많이 알려지고, 도서관의 얼굴 역할을 하는 ‘장엄 홀(noble floor)’, 실제 학술 연구활동이 이루어지고 도서관의 책을 보존하며 관리를 했던 공간인 ‘사이층(intermediate floor)’, 그리고 일반 법령의 지배를 받지 않고 대학 내 법률에 따라 죄를 다스렸던 ‘학술 감옥(academic prison)’이 있습니다. 장엄 홀은 전 세계에서 공수한 이국적인 소재로 건축되었고, 주앙 5세의 권위와 포르투갈 제국의 관대함이 도서관을 장식한 상징 곳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 백과)


아직 이른 아침이라 우리 외의 여행자들은 몇 되지 않았지요.

도서관과 성당에 들어가려면 티켓을 구입해야 합니다.

신학, 의학, 법률 등 각 학부의 특징을 조각해 놓은 철의 문을 지나면 커다란 광장에 나옵니다.

ㄷ 자로 건물이 배치되어 있는데 주앙 5세 도서관과 상 미구엘 성당이 대표 건물입니다. 

광장 한쪽에는 이 대학의 설립자 주앙 3세의 동상이 있습니다.



철의 문




대학 설립자 주앙 3세



왕이 저녁 시간을 보내던 사도의 방은 대학교가 문을 연 10월 둘째 주 수요일에 학위식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사도의 방


상 미구엘 성당은 지금은 학생과 교수 연합회 본부이지만 왕의 예배당으로 중앙에 십자가 대신 왕관이 있어요.

천장과 벽면이 봄꽃 가득한 화원 같아요.

몇 백 년 전에 그 같은 컬러와 무늬를 연출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지요.

바로크식 파이프 오르간의 묵직한 소리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예배당 정면에 십자가 대신 왕관이 걸려 있다. 





주앙 5세 도서관(조아니나 도서관)은 시간 예약을 해야 합니다. 

입장객을 한 번에 20명으로 제한하는 건 고서들을 보호하기 위함이겠지요. 

외부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외벽의 두께를 무려 2.2m나 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도서관 내부에는 작은 박쥐들이 사는데 그들이 책을 갉아먹거나 배설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자 책장에 철망을 쳐 놓았더군요.

책장은 특이하게 양쪽이 반대의 색으로 되어있습니다.

한쪽의 책장은 겉은 녹색이고 책이 꽂히는 안쪽은 핑크색으로, 반대쪽의 책장은 겉이 핑크색인데 안쪽은 녹색입니다.

이 방은 책을 보호하는 이유로 촬영이 되지 않습니다.

아래 세 장의 사진은 구글에서 다운로드하였습니다.





박쥐로부터 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서가에 철망이 쳐있다.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 도서관의 롱 룸(long room)을 보았을 때의 감동과는 또 다른 놀라움이었지요. 책이 그토록 화려한 곳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의 롱 룸


약 20만 권의 책이 포르투갈의 자존감을 뽐내며 늠름하게 서 있습니다.

라틴어가 많고 오래되어 읽을 수도 없지만 책의 장정이 뿜어내는 아우라가 무시무시합니다.

책은 세상 그 어떤 장식품도 따라갈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오래된 것은 아름다움의 깊이가 있습니다.

사람도 그러리라 생각하며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지닌 노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합니다.

아래 책들은 사진이 허용된 아래층 도서관에서 찍은 것입니다. 

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반할 수밖에 없는 곳, 책이 있어 아름다운 책 방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줄무늬 하우스, 코스타 노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