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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Aug 03. 2022

10.니스의 대화

10.Nice




흔히 지중해의 진주라고 부르는 니스.

그러나 사적 취향으로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 도시였다.

첫 번 째 방문은 독일로 합창 공연을 갔다가 들르게 된 터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왔었고

두 번째 방문은 마티스와 샤갈 미술관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번은 소위 '남불 원정대'라는 타이틀에 맞추려면 꼬트 다쥐르를 포함시켜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폴로 동상이 우뚝 솟아있는 분수의 이름은 포세이돈,

지그재그 컬러의 대리석 바닥이 인상적인 그곳은 마세나 광장이다.

카니발이 열리는 광장 주변에는 라파예트 백화점을 비롯하여 갤러리, 명품 샵들이 즐비하다.


그곳에는 독특한 이질감을 주는 남자들 일곱 명이 기다란 기둥 위에 앉아있는 설치물이 있는데 밤이면 각각 다른 컬러의 조명이 켜지면서 가로등 역할을 한다.

이것은 스페인의 조각가 하우메 플렌사(Jaume Plensa)가 만든 "니스의 대화(conversation à nice)"라는 작품이다.

남자들을 받치고 있는 7개의 기둥은 7개의 대륙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음 날 다른 곳에서 그의 작품을 또 만나게 될지 몰랐다.



Massena 광장의 포세이돈 분수
하우메 플렌사(Jaume Plensa)가 만든 "니스의 대화(conversation à nice)"
빌딩과 여인의 조화로운 컬러



카니발은 아니지만 때 마침 왁자지껄 악기 소리와 함께 행렬이 이어졌는데 그것은 성소수자들이 벌이는 시위였다.

각종 타악기들의 리드미컬한 연주와 갖가지 파스텔 톤의 현수막 때문에 시위라기보다 축제 행렬처럼 느껴졌다.

행렬은 남녀노소, 그리고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함께했는데 친구 J는 그 음악에 취해 둠칫둠칫 몸을 흔들며

'음악때문에 나도 저 사람들 따라갈 것 같아' 하며 연신 스트릿 댄스 삼매경이다.

그 여운은 광장에서도 이어졌는데 비지스의 stayin alive가 흘러나오자 마세나 한복판에서 또 다시 댄스 댄스!

 

언제나 에너지와 흥이 넘치며 우리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친구가 시모를 모시고 살자니 얼마나 힘이 들까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저렇게 밝으니 가능한 거야 싶기도 했다.



니스에서 만난 성 소수자들의 시위 행렬


매주 월요일이면 니스 해변에서 멀리 않은 곳에 살레야 마켓이라는 일종의 벼룩시장(Flea Market)이 열린다.

마침 월요일이라 마켓 구경을 갔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기회가 될 때마다 많은 벼룩시장을 다녔지만 유독 고가이고 늘 그렇듯이 짐을 늘릴 수 없는 여행자이다 보니

눈요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파리의 방브 벼룩시장과 덴마크의 뉘하운에서도 느꼈지만 벼룩시장의 상인들은 모두 멋쟁이다.

상인들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인데 그야말로 꾸안꾸(꾸민 듯 꾸미지 않은)의 정석이라 자꾸 눈길이 간다.

부스스한 은발에 낡은 면 재킷을 툭 걸쳤을 뿐인데, 검은 뿔 테 안경에 곱슬머리를 질끈 묶었을 뿐인데 멋지다.

명품을 걸치고 들었다고 그 사람이 명품이 될 수는 없다.

내면에 쌓인 지성과 현명한 지혜가 쌓여 사람을 은은하게 빛나게 되면 그사람이 곧 명품이 아닐까 싶다.

단순한 내 생각이다.



벼룩 시장엔 탐나는 앤티크들이 무수히 많다.


벼룩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니스 오페라 하우스가 있었다.

오페라 맥베스 공연 포스터를 보면서 아쉬웠는데 마침 그 앞 쪽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당 이름이 공교롭게도 오페라이다.

피자와 버터에 볶은 홍합탕은 짭조름했지만 더위에 지친 우리들에겐 안성 맞춤인 메뉴였다.


  

Nice opera house
opera 식당



평일의 니스 해변은 일요일과 다르지 않게 북적였다.

'우리도 시원한 음료 한 잔 마시자'           

니스 해변은 호텔 전용 비치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곳이 많다.

올 화이트와 블루 스트라이프의 파라솔들이 넓게 펼쳐진  'L'opera Plage'로 내려갔다.


니스의 비치파라솔 아래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있자니 조금 성공한 인생 같은 기분 좋은 나른함이 몰려왔다.

친구들의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음료를 서빙하던 가르송이 끼어들어 손가락으로 V를 만들었다.     

갑작스레 끼어든 그의 사소한 해프닝에도 우리는 웃고 또 웃었다.

여행을 할 때면 평소의 수십 배를 웃는다.

일상에서 벗어난 것 하나만으로도 즐거운 것이 아닐까 싶다.


Nice Beach

     


나의 관심을 끈 사진이 있다.

해변에는 하얀 나무 벤치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벤치 사이사이에 사진들이 걸려 있다.

그런데 사진들이 모두 벤치가 배경이다.

벤치들이 끝나는 곳에 전시중인 사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전시중인 브루노 베르(Bruno Bébert)의 사진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인 브루노 베르(Bruno Bébert)가 첫 번째 파도를 포착한 지 이제 10년이 되었다. 2011년 11월의 폭풍우 치는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언론사를 위해 영국인 산책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는 Negresco 호텔 앞의 퍼걸러 아래에서 첫 사진을 찍었다.

그는 뭔가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옳았다.

파도가 해안에서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고 30분 후, 그의 렌즈 앞에서 파도가 부서졌다.

Le Figaro Magazine은 사진의 양면 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제목을 붙였다.


'이 장면은 아마도 우리가 이제까지 출판한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것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화가만이 요소의 분노와 그러한 대조를 발명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포착한 것은 사진작가였습니다. 웨이브가 탄생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평가에 힘을 얻은 브루노 베르트는 "이미지 헌터"에서 "파도의 헌터"로의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년 동안 코트다쥐르를 강타한 폭풍우가 있을 때마다 밤낮없이 눈비 가리지 않고 사계절을 함께 했다.

그의 첫 번째 사진 현장인 Hotel Negresco 맞은편에 현재 wave의 전시가 되고 있다.

너무 다른 동시에 너무 가까운 파도 10개를 위해 그는 10년 동안 이곳에 머무른 것이다.


벌써 열하루가 지났다.


'피카소를 만나러 앙티브로 가는 내일은 어떤 행복한 그림이 그려질까?'




Hotel Negresco
사진작가 브루노 베르(Bruno Bé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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