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니체의 산책로, 에즈
Eze village
골목골목 아기자기하고 예쁜 상점들로 유명한 마을, 에즈 빌리지
마을 꼭대기에는 선인장 열대 정원이 있다.
나는 선인장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종류나 이름, 꽃의 모양이나 생태에 대한 관심도 없다.
또한 에즈에서 내려다보는 지중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이라는 말은 마땅치 않다.
아름답다 라는 것은 주관적인 느낌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라는 말은 그냥 그 말을 한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내가 에즈에서 궁금했던 것은 니체가 자주 애용했던 산책길이다.
니체는 건강상의 이유로 니스에 머무른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부가 집필되었다고 한다.
산책길은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에즈 빌리지로 가는 방법에는 니스에서 기차를 타고 가서 버스를 타는 방법과 처음부터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버스를 선택했는데 예상대로 버스 정류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여행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에즈 빌리지 지도
니체의 산책길 이정표(역에서 해변까지 45분)
예상대로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언덕 마을은 아기자기 예쁜 소품과 미술품을 판매하는 샵이 많았다.
울퉁불퉁한 돌길로 짐을 나르는 남자들이 간간이 보였다.
그야말로 옛날 방식으로 이고 지고 나를 수밖에 없는 마을이다.
놀라운 것은 그 언덕 마을에 꽃집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저기 꽃이 지천인데 말이다.
길은 자연스럽게 선인장 정원으로 이어졌는데 압도적인 크기의 열대 식물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나는 그냥 입구에서 가까운 바위에 앉아 지중해를 바라보았다.
하얀 돛을 펼친 요트들이 금빛 바다를 떠다니고 모나코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해안도로에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에즈 빌리지는 13세기에 로마의 침략을 피해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한다.
당시 로마의 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에즈 빌리지는 쓰레기통조차 예쁘다.
에즈라는 글씨와 마을의 모습을 구멍을 뚫어 새겨놓은 게 이채롭다.
에즈의 에지 있는 쓰레기통
좁은 언덕길 사이로 만들어진 마을이다 보니 레스토랑 역시 그냥 길목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두고 영업을 한다.
그 또한 숫자가 많지 않아서 레스토랑을 예약을 해두었다.
청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싱그러운 곳이다.
마을은 진짜 작아서 돌아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가보고 싶다'라는 욕구로 인해 여행지를 정한다.
그런데 실상 가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오길 잘했어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냥 그저 그런 곳이 있다.
내게 에즈 빌리지는 전자도 후자도 아닌 느낌이었다.
다시 오고 싶을 정도도 아니고 별 거 아니네 하는 정도도 아니었다.
다음 날, 니스를 떠나는 친구들 셋은 PCR 검사 결과지를 받으러 공항으로 갔다.
그리고 나와 두 친구는 서프라이즈 만찬을 준비하기로 했다.
메뉴는 양갈비 스테이크, 영국 여행 때부터 종종 만들어먹곤 했는데 친구들이 모두 좋아한다.
마트에는 신선한 양갈비가 없다.
LJ가 폭풍 검색하여 그야말로 푸줏간(프랑스어로 Boucherie)의 위치를 찾아냈고 신선한 고기를 살 수 있었다.
가니쉬로 쓸 양송이와 붉은 양파, 마늘, 아스파라거스, 샐러드용 채소와 와인 두 병을 샀다.
냅킨을 곱게 접어 커트러리를 세팅하고
고기까지 굽고 나니 친구들이 돌아왔다.
다행히 PCR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고 니스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u revoir mes amis
Au revoir mes amis
Au revoir mes am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