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꿈을 꿨다. 꿈에서 모르는 아이가 죽었나 살해당했나 그랬다. 꿈이 뭐 이래 하면서 잠이 깼다. 휴대폰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46분... 그러고 다시 잠이 들었다. 보통 이런 꿈은 아침에 깨면 잊어버리는데 이날은 아침에도 찝찝했던 꿈의 기억이 선명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꾼 꿈은 대부분 소위 말하는 개꿈이었다. 개꿈이었겠거니 하고 아침을 시작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회사를 가기 위한 준비를 했고 금요일이라며 아침에 딸한테 야호를 외쳤다.
요즘 슬럼프가 극에 달했다. 회사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쳤다고 해야 하나... 필요 없는 부품이 되는 느낌이 커지면서 탈출 준비를 시작할까 마음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이럴 때가 있지만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하고 견디면 나아졌는데 이번에는 정도가 심각했다. 옥상달빛의 '걸어가자'는 노랫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고, 다른 즐거운 걸 찾아보자는 지인들의 말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면서 현재 내 상태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3가지 옵션으로 정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냥 이 상태로 묵묵히 회사를 다니면서 영혼 없는 직장생활을 한다. 회사에서 느끼는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조용히 탈출 준비를 한다. 이 중 어떤 걸 선택할지는 좀 더 내 마음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 정도까지 정리된 상태에서 어김없이 출근길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은 우리 팀에 특별한 날이었다. 모두가 영혼을 쏟아부었던 일에 결과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결과가 나겠지 하면서도 결과가 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다른 일들처럼 난 뭐했나 이런 생각이 들면 다시 좌절감과 상실감만 커지려나? 기쁘려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발표는 기다려졌다. 회사 공용메일을 몇 번이나 열었는지 모르겠다. 결과 발표에 심사 통과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아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기쁨과 설렘, 만감이 교차했다. 거의 7년 동안 매번 떨어지기만 했던 이 심사를 드디어 통과했구나 하는 안도감과 여기서 내 역할은 그래도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이어진 축하자리.... 최근의 슬럼프를 벌써 털어놓을 생각은 없었는데 술기운인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왔다. 그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해서 속은 시원했다. 이후로는 아직 모르겠지만.... 다들 거나하게 취한 틈에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문득 새벽에 꾼 꿈이 떠올랐다. 아이가 죽은 꿈 이건 뭐였지 내 속에 있던 아이가 죽은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말도 안 되는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건가 하면서도 그런 느낌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갑자기 꿈을 믿는 사람이 되는 건가 싶지만 그냥 내 마음속 이야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아이이고 싶은 내면 속에서 이제는 이렇게 한걸음 성장해야 한다는 암시를 준 건가? 아직 결론은 20대 때와 똑같이 '모르겠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