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짧은 장마가 지나고 역대급 폭염이 온다는 예고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두 번 폭우가 쏟아진 것 말고는 장마라는 느낌도 안 든 장마철부터 하루라도 샤워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날씨가 이어졌다.
근데 이상하게 한 번도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지 않았다. 예전에 어른들이 한여름에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시원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의아해했다. 이렇게 뜨거운 물이 어떻게 시원할 수가 있지 하고 말이다. 나도 이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는 게 익숙해진 어른이 된 거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시원하다고 느끼는 건 실제로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한다. 뜨거운 물이 피부에 닿으면 자율신경계가 자극을 받아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올라가며 소름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또 근육이 이완되고 긴장이 풀리면서 하루의 피곤함을 녹여준단다. 이런저런 과학적 근거가 있다지만 직접적으로 이런 걸 체험했다기보다 몸이 이제는 찬물 샤워를 못 받아들인다. 서서히 따뜻한 물 샤워를 하는 게 아니고 한 순간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 드라마에서 전미도가 정경호와 밥을 먹으면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걸 봤다. "나이 드니까 입맛도 바뀌나 봐 그것도 한순간에" 이런 비슷한 걸 느낀 적이 있다. 여름 다가올 때쯤 회사 선배와 삼계탕집에 갔다. 그때도 몸에 좋은 걸 먹어보자고 간 것이다. 먹으면서 삼계탕은 어릴 때 집에서 어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이었고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걸 이 돈 주고 사 먹게 될 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땀을 흘렸다. 둘 다 건강해진 느낌이라며 뿌듯해했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끼니를 거르는 게 아무렇지 않았다. 새우깡 한 봉지가 저녁밥이 되고 그랬던 시절이다. 근데 언젠가부터 점심, 저녁 두 끼는 꼭 챙겨 먹는다. 저녁은 딸이 친정집에 있다는 핑계로 아직도 어머니가 해 주는 밥을 먹는 어른이지만 주말에 딸을 위해서는 요리를 한다. 요리에 취미가 없어서 깊은 맛은 물론 맛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딸 먹는 건 챙겨줘야 한다.
"이렇게 한 세대가 가고 또 다른 세대가 오고"하는 말을 어머니께서 나랑 딸을 보며 하신 적이 있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여전히 세계일주라는 꿈을 꾸며 순수함을 간직하고 살고 싶지만 이제는 분명 어른이쯤은 된 거 같다. 한 때 방송 프로그램이었던 '어쩌다 어른'이란 제목이 참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