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로 돌아가는 차 안에는 침묵만 흘렀다. 고객님을 진노케 하고 쫓겨나다시피 한 처지이니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이런 일이 물론 처음은 아니었지만, 겪을 때마다 쓰라린 삶이 한탄스러운 것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어휴…….”
둘은 동시에 배꼽 밑에서부터 치밀어 오른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모처럼 마음이 통했다는 생각에 현과 지수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해, 내가 괜한 이야기를 해서.”
현이 말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지수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어쩐지 이번 계약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어.
“아니에요.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이었어요.”
지수가 위로했다. 그리고 또다시 찾아온 침묵. 이번에는 그 어색한 정적을 지수가 쾅, 깨뜨렸다.
“그런데 신지영 고객님도… 좀 일반적이진 않아요.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모성애만으로 아들의 인형을 만드는 느낌이 아니랄까.”
“너도 그래? 사실 나도 인터뷰하는 중간부터 뭔가 불편했어.”
현은 조금 전까지 그 집에서 있었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확실히 남들과는 뭔가 달랐다, 지영 씨는.
*
“이 정도 자료면 대략적인 외형은 구상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한 가지 고객님과 상의할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현이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며 지영 씨에게 물었다. 옆에서 지수도 부지런히 그것들을 가방에 집어넣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끝없이 들어가는 그만의 요술 가방에―
“모친이시고 용도가 리얼돌이 아니니까 드리는 말씀인데요. 의상으로 가려지는 신체 부분, 특히 하체 같은 경우에 제작을 어찌하실 건가요? 고객님께서 고인의 신체 특징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계실 리도 없고, 또 그렇게 디테일하게 제작할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몸체 부분을 마네킹처럼 제작하는 건 어떨까…”
“잠깐만요!”
상품 제작을 위한 인터뷰 막바지 단계였다. 현의 이야기를 지영 씨가 황급히 가로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런 식으로 만들 거라면 MyDoLL을 선택할 필요도 없었어요.”
지영 씨는 단물이 다 빠진 껌을 휙, 내뱉듯이 말했다. 현의 제안 따위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 투였다.
“죄송합니다. 고객님을 언짢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러나 지영 씨는 현의 사과를 받을 의사가 없어 보였다. 그녀는 잔뜩 격앙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모든 걸 아들과 똑같이 만들고 싶다고요, 똑같이. 알겠어요? 벗은 몸까지도. 그래야 내 아들이 돌아오는 거니까. USB 안의 영상 뒤져보면 아이가 다 벗은 모습도 있을 거예요. 그거 참고해서 만들어요, 솜털 하나까지 똑같이. 비용 같은 건 상관없으니까― 이만 가주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과 지수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피곤한 출장을 끝낸 지수를 먼저 귀가시키고, 현은 자료를 챙겨 사무실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저벅저벅 시영 타워 계단을 오르는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이 간절했다.
‘아들이란, 또 어머니란 어떤 존재일까…….’
현은 똑똑히 보았다. 박스 안을 뒤적이는 지영 씨의 뒷모습 너머로 가지런히 정리된 수많은 가죽 앨범들. 매일 집에서 아들을 찍었다는 사진들이 가득한― 그리고 날짜와 시간, 장소까지 기록된, 다양한 각도의 CCTV 촬영본이 저장된 산더미 같은 USB들. 그리고 그 아들의 자살. 이후 솜털 하나까지 똑같은 리얼돌을 만들려 하는 엄마.
정녕 모자 관계란 이런 것일까? 아이가 없어서인지 정말 혼란스러운 현이었다.
*
“이게 누구야?!”
순간 현은 자신을 사로잡고 있던 상념으로부터 풀려났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은 계단 아래였다. 현은 난간 밑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눈이 마주친 사람은 1층 뮤직 카페 ‘낮 그리고 밤’의 사장이자 그녀의 전 남편인 용이었다.
“오랜만이야.”
용은 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