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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한집사 Nov 09. 2024

페르소나 / 사회적 가면을 쓰고 바라본 세상

페르소나
 본디 연극배우가 쓰던 탈을 가리키던 말이었으나 확장되어 인간 개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철학에서 이성적인 본성을 지닌 개별적인 존재자를 칭한다.



 당연히 이런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계획도, 자신도... 그 무엇도 없었다.


 거울에 비추어 본 나는 아무리 후하게 평가한다 해도 몸만 훌쩍 자라고 만 미성숙한 어린아이였고, 그것도 울보에, 제멋대로인 안하무인이었다. 타인을 사랑하는 법도, 자신을 사랑하는 법도 알지 못하는- 그래서 연애할 때에도 늘 상대의 생활은 모두 통제하고 싶어 하면서도, 의존적인 어린아이로서 관심을 독차지하는 모순적인 캐릭터이길 원했다.


 하지만 이런 병신 같은 나도 어른이 되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밥벌이를 안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니까. 하필 내가 선택한 직업은 ‘교사’였다. 미성년자들에게 모범적인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하는-


 사실 나 스스로도 이런 내가 누굴 가르친단 말이냐- 라는 자조적인 생각에 첫 발령일 전, 얼마나 많은 고민에 휩싸였는지 모른다.


 처음으로 선생이라는 페르소나를 쓰고 교편을 잡은 학교는 경기도 외곽의 고등학교였다. 도시도, 그렇다고 시골도 아닌 그곳에서는 내가 학교를 다니던 때보다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연일 교실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가자마자 덥석 담임부터 맡은 상황에서 한 명 한 명 상담을 시작하며 듣게 된 학생들의 이야기는 처참했다. 나와 비슷한 유년을 보내는 중인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내 속된 기준으로 평가할 때 더욱 극한 상황에 내몰린 친구들도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나는 등신같이 학교를 빠지길 밥먹듯이 하며 결국 자퇴까지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현명하게 학교의 울타리 안에 있길 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믿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직도-


 그곳에서 비로소 나는 그동안 허울 좋은 낭만과 패션 우울증인 양 겉치레하며 품고 살았던 내 피해

의식들이 모두 허섭 쓰레기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타인을 존중하고, 규범을 준수하는 삶.

 허무에 빠지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

 사람들이 말하는, ‘보통의 삶’이 지닌 가치를 사회적 가면을 쓰고서야 겨우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담임이라는 이유만으로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자신의 삶에서 일 년이라는 귀한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청춘들 덕분에, 나는 성숙하게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을 배운 듯하다.


 학교에서 성장하고 있는 건 결코 학생들만이 아니라, 교사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나도 뒤늦게나마 조금씩 어른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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