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
1. 거머리강의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2. 착 달라붙는 상태가 매우 끈덕진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착취하는 상태가 매우 모질고 끈덕진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분명 엄마는 나의 우주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미치는 영향력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사람들은 내 모든 행동의 원인을 엄마의 부재에서 찾았다.
내가 손톱을 물어뜯어도-
내가 바닥을 보고 걸어도-
내가 수업 시간에 졸아도-
그래.
그냥 내가 웃어도, 울어도, 잠자고, 똥을 싸도-
이 모든 것은 내게 엄마가 없기 때문이었다.
한 번은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그 친구의 어머님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도 있었다.
“다른 친구 엄마들이라면 너랑 우리 애, 못 놀게 할 거라는 거 알지? 그나마 네가 공부라도 잘하니까 놀게 놔두는 거야. 엄마도 없는 애랑 놀라고 할 부모는 없다.”
이처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는 모두 철저히 부재한 엄마에 의해 해석되고 재구성되었다. 나는 타인에게 엄마 없는 가련한 혹은 몹쓸 존재였고, 그렇기에 동정의 대상이 아니면 불가촉천민처럼 취급되었다.
나는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당시 내게 필요한 감정은 동정이나 혐오가 아니었다. 사랑, 특히 모성이라는 이름의 맹목적이고도 무한한 애정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연애만 하면 거머리처럼 상대에게 들러붙었다. 그의 머리 꼭대기에 서서 일상을 지배하며, 모든 것을 소유해야만 비로소 안정을 느꼈다. 밤마다 그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않으면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나만의 것이었다.
이런 나였기에 이별은 더욱 고통스러웠다. 내가 처음으로 죽음을 생각했던 이유가 고작 남자 때문이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실소가 나올 일이지만, 그때는 사랑만이 전부이던 20대였다. 엄마처럼 그를 잃을 수는 없었기에 죽자고 매달렸고, 그런 내게 질려버려 끝내 거부하는 그를 붙잡으려 몸에 상처까지 낸 바보가 누구던가.
이렇게나 미성숙한 나를 두고 한 정신과 의사는 BPD가 의심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내게 이별이란 알러지와 같아서 자칫하면 정신과 육체 모두 파괴할 수도 있는 질병과 같다고-
엄마가 없는 나,
결국 이별을 마다하며 들러붙는, 징그러운 거머리로 자랐다. 그런 사랑법밖에 모르는 기생 동물로.
그런데
이런 나도 어느 날, 엄마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