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던 발견
그날은 스트레스가 내 머릿속을 뒤엉키게 했다.
나는 온몸에 따뜻한 물을 흘려보내며 생각했다.
“이 온기로, 마음속 스트레스도 씻어낼 수 있을까?”
그런 기대와 함께 조금 더 뜨겁게, 온도를 높였다.
피부를 데우는 열기 속에서,
스트레스의 정체를 하나하나 들춰냈다.
나를 불편하게 하던 그건 바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래, 불확실성은 나를 쉽게 흔들리게 만든다.
샤워를 마치고 물을 잠근 뒤 거울 앞에 섰다.
그 순간 마주한 건,
뿌옇게 김서린 거울 속 나의 얼굴.
희미하게 번지는 실루엣.
마치 지금 내 마음처럼,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 마음을 감추고 싶어
수건을 들어 거울을 닦으려는 찰나,
김서림이 천천히, 조금씩, 저절로 사라지고 있음을 알았다.
곧 수증기 너머로 드러나는 그림.
그리고 그곳엔 짜증 난 얼굴을 한 내가 보였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무언가에 몰두하다가, 너무 진지해졌던 나 자신을 보고.
나는 거울을 향해 중얼거렸다.
"이봐, 난 이제 눈을 떴어."
불현듯 떠오른 영화의 한 장면.
'파이트 클럽'에서 들었던 대사.
“Tyler, My eyes are open.”
그래,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훨씬 많아.
그러니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어.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도 있으니까.
거울 위 수증기처럼, 서서히 드러나게 되니까.
스트레스를 씻어내고 싶어 샤워를 했지만,
뜻밖의 발견이 스트레스를 덜어주었다.
결국, 해결의 시작은 움직임이었다.
가끔은 어떤 문제에 몰두할수록
그 문제에 발목이 잡혀 더 괴로워진다.
그럴 땐,
한 발짝 물러서서
그 감정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
※ 참고 : 예측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힘, "회복탄력성"
우리는 본능적으로 ‘예측 가능한 환경’을 원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뿌리에 깃든 생존 본능 때문이다.
과거의 인류는 작은 변화에도 생명을 위협 받았기에,
예측 가능해야 통제감을 느낄 수 있었고,
통제감을 통해 비로소 안정을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조상의 DNA를 가진 우리는
지금까지도 다가올 미래, 결과, 타인의 반응처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는다.
실제로 심리학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불안장애나 강박 행동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상황을
미리 예측하거나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떻게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바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기르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이란
“삶이 꺾일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다.
실수해도, 실패해도, 상처받아도
다시 중심을 잡고 일어나는 능력.
바로 그 힘이 불확실한 세상을 견디게 해준다.
이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하고 체화할 수 있는 태도이자 습관이다.
때로는 어떤 일에 몰입함으로써,
또는 반대로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길러진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자신을 믿는 것,
그 믿음이 회복탄력성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