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서 바라본 물길과 사람길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나란히 이어진 개천과 산책로.
물고기와 오리가 지나가는 물길이 있고,
자전거와 사람이 오가는 산책길이 있다.
한쪽은 물살을 따라 몸을 맡긴 생명들이 유영하고
다른 쪽은 걷거나 달리며 각자의 속도로 나아간다.
두 길은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는 있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침범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곧 질서가 된다.
질서란 '다름을 인정하며 유지되는 공간의 약속'이다.
물길은 물길대로, 사람길은 사람길대로.
각자가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
비로소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만에 하나,
갑작스러운 범람으로 물이 넘쳐
산책로까지 흘러든다면?
그 물은 더 이상
물고기와 오리만의 것이 아니다.
그 순간 ‘경계의 붕괴’는 시작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것은
눈에 띄지 않으나, 가장 고귀한 일들 중 하나다.
서로의 경계가 안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그것은 진정한 질서의 기반이다.
그러지 못하여 무너진 경계는
단지 그 안에 머물러 있던 이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것은 질서를 지켜야 할 모두의 몫인 것이다.
※ 참고: 개천 옆 산책로의 설계 기준
개천(하천) 옆 산책로는 단순한 ‘길’이 아닌
자연과 도시, 사람과 생태가 공존하도록 설계된 경계 공간이다.
이러한 산책로는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계획된다.
1. 하천 유지 수위와 범람 위험 고려
- 홍수나 폭우시 물이 넘치지 않도록 법적 여유고를 확보한다.
- 제방 높이나 도로 고도는 규격에 맞는 높이로 설계된다.
2. 보행자와 자전거의 분리
-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색상, 폭, 표지판 등으로 구분한다.
3. 생태 보존 구역 확보
- 자생식물 군락지와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산책로와 개천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확보한다.
4. 배수 및 토양 안정화
-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구와 투수성 포장재 등을 활용하여 지반 유실과 미끄럼 사고를 방지한다.
5. 조명과 안전시설 설치
- 야간 산책을 고려해 가로등, 비상벨, CCTV를 설치하여 시야확보, 범죄예방과 함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인다.
이처럼 산책로는 단순한 길이 아닌, ‘공공을 위한 통로’이자 ‘자연과 도시의 접점’으로 설계된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질서)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불편, 위험, 사고를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