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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무렇지 않아.

다시 찾은 어릴 적 호기심

by 시마

반가운 이를 만나러 가던 중, 우연히 발견한 서점.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 책방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곧, 어린 시절 헌책방을 찾아다니던 그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books.jpg 많은 책들이 있는, 하지만 다양한 책들로 보이진 않는다.

내가 국민학생, 중학생이던 시절.

나는 '미스터리, 공포, 초현상'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 시절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만나는 것이 즐거웠다.


나의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

마음이 가지 않던 책들을 읽어야 했던 시기,

매 페이지마다 이해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던 성격에,

책 한 권 끝까지 읽는 것을 힘들어했다.


때문에 속독, 다독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고,

그러한 독서법을 찾아서 따라 해 보기도 했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나의 대학생, 사회초년생 시절.

더 높은 곳을 향한 생존을 위한 독서를 했지만

여전히 내게는 고된 시간들이었다.


어느덧 중년이 된 시점을 맞으며

독서의 즐거움을 새롭게 발견하였다.


아주 어릴 적 나는

흥미로운 부분을 쫓았기에 독서할 수 있었다.


조금 더 큰 나는

억지로 해야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고,


그보다 좀 더 큰 나는

억지로 해내야 하는 것에 고통스러워했다.


고통에 적응이 될 만큼 큰 나는

요령 있게 고통에 맞섰지만, 결코 즐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알게 되었다.

애당초 나와 독서가 어울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음을,

단지 어느 날의 거부감 이후에 너무나 멀어져 있었음을...


뒤늦게(아니, 어쩌면 이제라도) 취미가 된 독서,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하지만, 어딘가에는 있는)

아주 어릴 적 찾아다니던 헌책방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 참고 :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나를 괴롭히는 기억. 그 이유는?


인간은 과거의 불편했던 경험을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움찔하거나, 마음이 저절로 외면하려 들 때가 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뇌가 살아남기 위해 택한 생존 전략 중 하나이다.


뇌 속에는 편도체(Amygdala)라는 감정처리 중추가 있는데

이곳은 위협적인 자극이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빠르게 감지해

‘다음번에는 같은 상황을 피하라’는 신호를 저장해 두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비슷한 상황이나 대상이 다시 나타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회피반응을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책 읽기 과제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펼치기 전부터 막연한 저항감이 들 수 있게 된다.

뇌가 그때의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문을 닫아버리는 식이다.


하지만 뇌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기억을 덮어쓸 수도 있다.

이전의 고통을 다른 감정으로 덮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마침내 그 기억을 직면하고도 견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통은 지워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기억을 덮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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