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꼭 운동을 하러 갈 거다.
챗GPT를 눌렀다.
'나는 오늘 야간근무고, 낮에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왔어. 근력운동을 1시간 했고, 러닝머신을 10km 뛰었어. 내일은 비번인데, 스케줄에 맞는 운동을 추천해 줘. 주말에 10km 마라톤 대회가 있어.'
3초도 채 지나지 않아 GPT는 아주 친절한 말투로 상냥하지만 혹독한 훈련을 추천한다.
'응. 오늘 너의 운동을 분석해 보면... <대략 엄청 열심히 하라는 얘기>... 쿨다운 5분으로 마무리해 보자!'
나의 근무스케줄과 대회 일정과 운동상태와 멘탈에 신체능력까지 모두 고려해 아주 적절한 훈련을 알려주니 잘 따라만 하면 선수도 될 판이다. 나는 무조건 내일 헬스장에 가서 이렇게 운동해야지. 달리기 실력도 좀 올리려면 저렇게 페이스도 올려야 하고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하는 거야. 없던 의지도 샘솟게 만드는 이 요물 같은 AI.
내일이 오늘이 되었다. 남들은 대게 출근하는 아침에 퇴근을 하면 상대적으로 아주 조금의 우월한 기분도 들지만 컨디션은 대체로 난조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바삐 내 신체가 소모되어 가는 느낌. 다시 챗GPT를 켠다. 어제의 대화에 이어 지금 나의 상태를 소상히 적는다.
'지금 네가 알다시피 나는 비번이잖아. 근데 오늘 나 근육통이 좀 있어. 그리고 너무 졸린데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왜 나는 운동을 쉴 때도 꼭 GPT의 허락을 받아야 마음이 편할까.
대게 운동을 빠질 때의 나의 루틴이 이러하다는 것을 최근에 발견했다.
GPT에게 선수가 할 법한 강도의 훈련을 추천받고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열심히 상상운동을 한 후, 다음날 약간은 질린 채로 운동을 쉴 핑계를 찾기.
열심히 운동하고 싶어서 찾은 나의 AI선생님은 특유의 자상함과 친절함으로 쉬어도 될 이유를 소상히 마련해 준다.
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쓰냐면
어제 GPT를 만나 오늘의 운동루틴을 조언받았지만 운동은 하지 않았다고 자백해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