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서관

by 심바

도서관을 좋아한다.

도서관의 고즈넉한 풍경을 좋아한다.

서가에 색인 순서대로 정갈하게 꽂힌 책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집 근처나 회사 근처의 도서관들을 대체로 매우 잘 활용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서점은 아무래도 책의 판매가 목적이라면, 도서관은 책의 읽힘이 그 존재의 목적이다.

그 공간 안의 모든 책들은 딱 그 책의 크기만큼의 공간을 동등하게 차지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나 유명한 드라마에 나온 화제의 책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다만 독자들이 줄을 서서 예약을 할 뿐.

모든 책에게 평등한 공간. 나는 그래서 도서관을 좋아한다.






요즘 도서관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처음 듣는다면 깜짝 놀랄 정도다.

일단 내가 사는 곳의 도서관은 인당 20권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책나르샤(상호대차) 제도를 활용하면 우리 도서관에는 없지만 권역 내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을 5권까지 우리 도서관으로 받아볼 수 있다. 게다가 한 달에 3권까지 희망도서 구입을 신청할 수도 있다. 이게 정말 복지다.


아이들에게 잠자리 독서로 영어그림책을 읽어줄 때에는 인근의 그림책도서관을 밥먹듯이 드나들었고, 청소년 소설을 많이 읽고 싶어 하는 요즘엔 청소년도서관에 자주 방문해 책들을 수없이 실어 날랐다.

도서관만 잘 활용했을 뿐인데, 대체 교육비를 얼마나 아낀 거야. 어깨가 빠질 것 같은 무게로 배낭에 책을 가득 담아 도서관에 다녀온 날에는 늘 남편에게 생색을 냈다. 내 수고는 내가 알아주고 내가 티를 내줘야 한다. 암.






도서관에 자주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다독이 일상이 되었다. 세상에는 보고 싶은 책이 너무나 많아...


읽다 보니 좋아진 작가님의 책 몰아서 읽기.

그 책에서 작가님이 인용한 책 읽기.

결이 비슷한 친구의 SNS에서 재미있다고 한 책 읽기.

이렇게 콕 집어서 읽는 책들은 대게 실패가 없다. 나의 취향이 한껏 가미되었기 때문.


하지만 지난해 도서관에서 제목만 보고 뽑아 든 에세이를 읽어보고 너무 좋아서 그 작가님의 책을 읽다가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낀 적이 있었다.

바로 김보통 작가님이었는데(물론 나만 빼고 모두 다 알만한 유명한 분이지만) 넷플릭스의 시리즈 D.P의 원작자였던 것. 그 사실을 알기 전에 탐독했던 작가님의 모든 책들이 너무 내 취향저격이어서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지인들을 볼 때마다 추천하고는 했다. 특히나 나의 부모님이 암으로 병원에 다니시던 때에 읽었던 <아만자>는 온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도서관에서 별사탕 같은 작가님이나 책을 만나면 마음이 더없이 풍족해진다. 좋은 책, 좋은 작가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게 된 것 같아 나 스스로가 대견해진다. 좀 멋진데.






소파에 잠시 앉아있을 때 읽는 책.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읽는 책.

서재 방에서 각 잡고 읽는 책.

T.P.O에 맞게 멋진 옷을 입지는 못해도 T.P.O에 맞는 책들은 잘 고른다.

그래서 집은 대게 정돈의 미를 찾아보긴 힘들다. 눈이 닿는 거의 모든 곳에 책이 있기 때문.

덕분에 아이들도 책의 재미를 아는 청소년으로 자라고 있다. 그게 가장 기쁘다.


도서관의 매력에 풍덩 빠져들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