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살려고 합니다

by 심바

교대근무를 해온 지 어느덧 10년이 가까워져오고 있다.

보통의 주 5일 근무를 하는 직장인들과는 조금 다른 시계를 가진 나의 삶. 어떤 날은 남들이 출근할 때 퇴근을 하고, 어떤 날은 남들이 퇴근할 때 출근을 한다. 불규칙 속에 나름의 규칙이 있지만 4일을 주기로 낮과 밤을 바꾸어서 일해야 하는 것은 분명 몸에 부담이 가는 일이다.

야간교대근무는 생체리듬을 교란시키고 수면 부족, 호르몬 분비 변화, 스트레스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야간교대근무를 2A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고 한다.

어차피 산다는 것은 매일 죽음에 가까워지는 일이라고 하나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천천히 그리되었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 이 피곤한 몸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건강검진을 가면 의사가 매번 똑같이 강조하는 말이 있다.

"아침에 퇴근하면 꼭 어둡게 하고 억지로라도 주무세요."

수면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할뿐더러 불규칙적이기까지 하니 무조건 지켜야 한다, 내 건강을 위해서.


남들의 시계가 아닌 나만의 시계로 사는 교대근무자의 삶.

그러나 흐트러지기 쉬운 일상을 붙잡아준 것은 의사의 말이 아닌 덤벨의 무게였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인 엄마의 하루 속에서는 사실상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내가 빈 시간은 육아의 공백을 의미했으므로.

그러다 갑자기 발령이 나 하게 된 교대근무는 나에게 의외의 틈을 가져다주었다. 아무도 없이 나 혼자 누리는 나만의 시간. 설사 그 시간이 피곤으로 범벅되었다 할지라도 더없이 귀하고 소중했다. 아주 조금씩 느리게 야간 근무 체계에 적응해 갔고, 선물같이 주어진 시간으로 나는 운동이라는 인생의 좋은 반려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수영으로 시작한 운동은 코로나 시국에 홈트레이닝으로 이어져 급기야 20kg짜리 덤벨을 구비했다. 그것들을 집으로 옮길 때 문 앞에 던지다시피 두고 간 택배사 직원의 노고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더 길었던 사회적 거리 두기의 기간 동안 나는 집에서 유튜브로 온 세계의 운동선생님들을 만나며 덤벨로 근력을 만들어나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힘겨운 시간이 결국은 지나가고 나는 드디어 방구석 운동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악몽 같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내 운동의 마중물이 되어줄 줄이야. 인생사 정말 한 치 앞도 모를 일이다.






살려고 합니다.

왜 운동을 하냐는 말에 나는 대게 이렇게 답하곤 한다. 야간 근무 다음날 아침이 되면 내 수명이 짧아지는듯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싼다. 그렇게 줄어든 내 삶의 시간을 운동을 하면서 약간 메꾸는 거라고 얘기한다. 살기 위해서 나만의 생존근육을 만들어가고 있다. 운동을 사랑하게 된 것은 어쩌면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버티듯 시작했을 뿐인데 수영과 헬스와 달리기와 무에타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내가 되어 있을 줄은 10년 전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삶은 초콜릿 박스와 같아서 어떤 초콜릿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지. 나는 아마도 내 삶을 행복하게 해 줄 그것을 잘 뽑았나 보다.

나노바나나나나나나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