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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갱년기를 책임져줘

by 심바
쩌억. 퍽. 착착착.


혹시 글러브로 미트를 쳐 본 적이 있는지. 이제 고작 두 번 수업을 받은 사람치고 너무 유난인가 싶지만, 누구에게나 특별한 경험은 있을 테니까. 나에겐 무에타이가 그런 경험이므로 매일매일이 새롭고 신기한 것투성이다. 지난주 토요일 오전, 남편과 함께 두 번째 수업을 다녀왔다.




https://brunch.co.kr/@simba/67


사실 내 수업은 원장님의 아내를 입문시킬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번 수업은 그분과 함께 하지 못한 채 나와 남편만 참여했다. 짐작컨대 아직 무에타이를 배운다는 데 완전히 동의를 하지 않으신 것 같았다. 지난 수업에서 유난히 더 힘들어하는 모습과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았기 때문이다. 원장님은 이렇게 수업을 유지하고 있으면 언젠가 아내가 다시 배우겠다고 할 거라며 흔쾌히 아내 없는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그저 감사드릴밖에.



남편은 사실 시작한 지 반년도 넘었지만 주 2회의 수업을 다 간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라서, 오늘은 그냥 가기 싫어서 등등. 옆에서 하고 싶은 '널 위한 잔소리'는 너무 많았지만, 말을 물가로 끌고 가도 물을 억지로 먹을 수는 없지 않나 싶어서 그냥 보고만 있었다. 오늘도 남편은 원래 저녁에 수업을 가는 날인데, 나와 같이 하기 위해 오전으로 바꿔 진행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가장 힘든 3분 줄넘기부터 시작이다. 아이들에게도 체력 증진을 위해 줄넘기를 500~1000개씩 시키고는 하는데, 역시 보는 것과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얘들아, 좀 줄여도 될 것 같아...)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면 알림 소리가 울린다. 모든 운동의 기본은 체력이지만 다시 한번 발끝으로 체감한다.


다양한 종류의 기본운동을 진행한 후 이제 본 라운드 시작. 원장님이 나와 남편을 번갈아 미트를 잡아주면서 수업을 해주셨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걸 이미 알고 계신지라 수업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다. 글로브를 이리저리 휘두르던 순간,


아니, 남의 말을 잘 안 들으시네


두 번의 수업만에 간파당한 것인가. 원장님이 치라는 대로 잽이든 훅이든 스트레이트든 쳐야 하는데, 성격 급한 나는 되는대로 주먹을 날린다. 몇 번을 그러자 말을 듣고 치라며 주의를 주셨다. 아유, 민망해라. 사실 아직 걸음마단계라 구분해서 치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마음만 급해 제대로 듣지도 않고 얼렁뚱땅 해버리는 안 좋은 자세를 들켜버렸다. 나는 아직 못하는 게 당연하잖아. 바삐 달려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여본다.


사실 지난번 첫 수업을 받은 후 약 2주 동안 꼬리뼈 통증으로 고생을 했더랬다. 달리기를 좀 무리해서 했던 시기와도 겹쳐서 그 통증이 무엇 때문인지 헷갈렸는데, 이번 수업으로 발차기를 하고 나니 알게 되었다. 의지만 가득한, 힘이 가득 들어갔던 발차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모든 동작은 코어에 힘을 주고, 스탠스를 항상 바로 해야 하는 것이거늘 또또또 의지만 한가득 앞서서 발을 내질렀더니 부상을 입고야 만 것.

'건강하자고 하는 운동인데 시작부터 부상은 안될 말이지.' 오늘은 조금 더 기본에 집중해서 능력치에서 벗어나 과한 동작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다치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양쪽을 번갈아 하는 운동이다 보니 내 몸의 좌우 밸런스가 얼마나 깨져있는지도 바로 보였다. 무에타이를 할수록 몸의 균형이 잘 맞아갈 거라는 원장님의 말씀을 몸으로 배우고 있는 중이다.






오늘 아침 기말고사 마지막 날인 큰 아이가 새벽밥을 먹으며 대뜸 묻는다.

"엄마는 갱년기가 오면 어떻게 할 거야?"

평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지만 대답은 이내 할 수 있었다.

엄마는 운동해야지!

역시 엄마답단다. 아마 머지않아 찾아올 나의 갱년기를 달리기와 헬스와 무에타이로 반갑게 맞아줘야지.

앞으로 오래오래 나와 같이 해줄 거지, 무에타이: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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