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점심

by 심바

오전에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과 러닝머신 달리기를 두 시간쯤 한 다음 정갈하게 씻고 집에 와서 혼자 먹는 점심을 좋아한다. 메뉴는 꽤나 높은 빈도로 정해져 있다. 바로 라면이다. 그날엔 아침메뉴도 이미 정해져 있다. 지중해식 샐러드와 견과류와 요거트와 과일과 계란프라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한 식사를 했으니 점심은 조금 길티 해져도 된다. 나만의 셈공식이다.



라면물을 올린다. 바닥에 기포가 하나둘 올라오면 스프를 탁탁 털어 냄비에 넣고 끓는점을 낮춰 보글보글 하는 시간을 당긴다. 절대 반으로 가르지 않은, 온 것 그대로의 면을 냄비에 넣은 다음 집에 있는 야채들을 굉장히 많이 넣는다. 야채는 사랑이니까. 면이 좀 익어가면 계란을 한 알 톡 깨트려 가운데 올린 후 뚜껑을 덮는다. 식탁에 냄비받침을 깔고 냄비째 조심조심 옮긴다. 약간 남은 밥과 파김치를 꺼내 옆에 각을 맞춰 놓는다. 덮어둔 뚜껑을 조심히 옮겨 싱크대에 던지듯 넣고 나서 재빨리 의자에 앉아 미리 골라둔 예능프로를 재생한다. 나만의 홀리한 점심식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나 혼자 사는 프로그램에서 샤이니의 민호 군이 운동을 힘들게 한 후 집에 와 초치기 게임을 하듯 샤워를 하고 그 사이에 라면을 멋들어지게 끓여 정말 맛있게 먹는 걸 본 적이 있다. 저 라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을 텐데. 고개를 수도 없이 주억거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내게 가장 참기 힘든 유혹은 누군가 라면을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두 시간도 넘게 운동을 하고 왔다. 명분마저 완벽하지 않나. 조용한 집에서 나 홀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며 '후루루루루룩' 먹는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끓인 라면. 맛 좋은 라면.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 흔히 광고나 티브이에서 보듯 국물을 호로록하고 마셨던 어느 저녁식사 시간, 남편은 소리를 내지 않고 먹을 수 없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전까지 나는 면은 '후루룩', 국물은 '호로록' 먹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후부터 나는 음소거의 식사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남편과 함께 하는 식사자리에서는.

많은 국가에서 식사 중 소리를 내는 것(쩝쩝, 후루룩 등)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긴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면치기가 복스럽게 먹는 모습으로 여겨지지만, 외국에서는 오히려 소란스럽고 예의에 어긋난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하니. 남편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혼자 먹을 때는 외국인도 없고 남편도 없다. 나는 면치기를 사랑하는 라면 러버니까 마음껏 '후루루루루룩'을 하기로 한다. 절대 중간에 끊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먹어야 완성이다. 내가 이걸 먹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했구나. 단백질은 소중하니까 계란도 야무지게 먹어야 한다. 알싸한 파김치와 라면을 날계란에 찍어 먹는다. 고소함은 배가 되고, 파김치의 알싸함도 중화되는 이 완벽한 맛. 여기가 천국이로구나.


안 되겠다. 내일 점심은 라면이다!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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