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인 줄 알지만 잠시도 짬이 없는(듯한) 날이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 보면 핸드폰 들여다보는 시간 10분, 잠 10분, 먹지 않아도 되는 간식 먹는 시간 10분만 모았어도 30분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멍 때리는 시간은 힐링의 필수요소이며, 주전부리는 잘못이 없다. 자책하지 말고 하루를 다 내려놓지 않은 채 계속하는 힘이 필요하다. Keep Going!
이럴 때의 비움과 정리는 어떻게 하나?
1보 전진을 놓치지 않으려면 단 10분만이라도, 물건 딱 한 개라도 비우자는 심정이면 된다. 그래서 좋은 것이 비움 모임이다. 그런 공동체에서는 서로의 인증을 보며 힘을 내기도 하고 페이백 제도의 보상을 생각하며 인증의 노예가 되어서 어떻게든 비울 수 있게 된다. (혼자 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온라인 비움 모임 비채나 프로젝트 강추합니다.) 그 정신으로 오늘 나는 마른 사인펜과 망가진 칫솔, 굴러다니던 병뚜껑, 세탁소 비닐, 작아진 한복을 비웠다. 한 줌의 비움이라도 지속하는 것, 필사적인 짐정리의 마지노선이다.
어느 글쓰기 모임에서 유독 글을 잘 써서 총애를 받던 남학생이 있었다. 선생님은 체육과를 나온 그에게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쓰게 되었는지 물으셨다. 그 남자는 자신이 군대에 있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노라고 했다. 사실 모든 분야가 다 그런 것 같다. 날마다 반복하는 힘을 누가 당하랴. 내년을 그려본다. 운동이든, 독서든, 바이올린 연습이든 단 10분이라도 좋으니 매일 손 놓지 말 것!
D-43
주일은 쉽니다. (꼼수 부리려다 이실직고. 아니, 어제 매일의 힘에 대해 그렇게 써 놓고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하지만 나는 AI가 아니다. 생일인 아드님이 계셨고, 파티가 있었고, 엄마는 오랜만에 연주도 했다. 하루종일 고생했고 비움이라면 내일 두 배로 고생하면 된다. 신난다.
D-42
빠른 정리를 위한 팁을 하나 흘리자면, 아이방이나 책상 위에 잡동사니가 정신없이 많을 때는 커다란 장바구니에 한꺼번에 싹 쓸어 담고 후에 솎아내기를 한다.
손님초대를 했는데, 보이는 곳만 치워놓고 나머지 방들은 굳게 문을 닫아놓았다가, 손님이 잠시 개인적인 전화를 받아야 한다며 안방에 들어가시는 바람에 난리현장을 들켜서 창피하게 봉변을 당한 후 체득한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외부인이 올 때, 시간이 부족할 때, 무조건 너저분한 것들을 한 곳에 담아놓은 후 처리한다.
그렇게 쓸어 넣은 것 중 수개월 동안 방치한 것이 있다. 급하게 꼭 쓸 물건이 들어있지 않았나 보다. 다 비워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고롭게 분류하다가 소중한 종이 모빌을 발견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엉킨 채 잡동사니 속에 섞여 들어갔던 것인데, 다행히 회생의 기회를 얻어 거실 한 구석에서 부활했다. 정리를 하면 보물을 얻기도 한다.
짐과 내내 싸우며 깨우쳤다.
정리와 비움은 땅따먹기 같은 것이다.
어질러진 물건들과 청정 비움 영역의 싸움.
양쪽 모두 기를 쓰고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 전쟁 중이다. 어느 쪽이 더 우세한 지에 따라 집의 청결도가 결정된다.
오늘은 비움 승!
D-41
물려줄 옷들을 추리고, 동네에 있는 구세군 희망 나누미 착한 가게에 기부할 물품들을 챙겼다. 이곳에서는 받는 물건과 받지 않는 물건이 있으므로 기준을 잘 보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