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체구가 작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수녀님이 오셨습니다. 나이는 50대 중반이신데, 수녀복이 좀 커 보일 정도로 체구가 작으셨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성당에 다니시는 어떤 분 소개로 오셨다고 했습니다.
“뜸을 뜨려고 왔어요.”
주소지를 살펴보니 서울 저 먼 곳이었습니다. 자주 오실 수 있으시냐고 여쭤보니 주소지만 거기고 현재는 어떤 섬에서 살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섬 주소를 들어보니 보통 외딴곳이 아니었습니다. 이경우 여기저기 수소문할 정도로 중병인 경우가 많은데, 아니나 다를까 차트를 보니 암 병력이 있었습니다.
“수녀님, 암이 있으셨나 봐요.”
“네..?”
환자분들은 한의원 차트에 자신의 암 병력이 뜨는지 의아해합니다. 그러나 암이나 결핵 등은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암은 병원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분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도록 보살펴줄 의무도 있습니다.
“아, 네... 원장님한테도 보이나 봐요. 제가 사실은 한 4년 전쯤에 대장암 진단을 받았어요. 그것 때문에 여기 내려오게 된 거고요.”
“네..., 그러시군요.”
“거기에 수녀원이 하나 있어요..... 제가 거기서 자연식이랑 자연요법 하면서 지내고 있거든요. 수녀다 보니까 성모병원에서 검사도 하고 다 해봤는데, 저는 자연요법이 더 잘 맞는 거 같아서요.”
“네.. 그러면 항암이나 수술은 그때 끝나신 거죠?”
“(머뭇거리다가) 그런 셈이죠....”
그때는 수녀님이 머뭇거리는 것에 대해서 별생각을 안 했습니다. 오죽 힘들었으면 여기까지 오셨을까 하는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수술 가능한 초기 암 환자"들에게는 뜸 같은 온열 치료가 면역력 회복에 '보조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나이드신 말기 암 환자분 이야기는 나중에 다루겠습니다. ^^) 특히 고주파 같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장비를 이용하기에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분들에게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의원에서 뜨는 뜸은 비싸야 10,000원이고, 암 환자들은 2,400 ~ 5,000원보다 적은 가격으로 물리치료랑 침 치료까지 같이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분이 생각나는 한 가지 이유는 수녀님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먼 거리에서도 정말 부지런하게 한의원에 오셨기 때문이었습니다. 4시간 정도 거리를 그렇게 매일 같이 오셨으니 말입니다. 옆에서 보면서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2~3주가 지났을까요? 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무심결에 말 한마디를 던지셨습니다.
“저 원장님... 그런데 혹시... 뜸을 뜨면 암 덩어리가 좀 줄어들까요?”
.....(아뿔싸!)....
저는 전기가 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분명히 4년 전쯤에 암을 발견하셨고, 1기에 해당하는 암이라 수술만 하면 간단하게 끝날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암 덩어리’가 줄어들 수 있냐고 물어보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머뭇거리며 “그런 셈이죠”라고 말했던 것은 ‘초기에 수술할 수 있었던 암을 제거했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시설에 들어가서 채식과 자연치료를 혼자서 받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설득을 하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암은 크게 고형암과 비고형암(혈액암 등)으로 나눌 수도 있는데, 고형 암세포가 옹기종기 모여있다면 초기에 수술적으로 제거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시기를 놓쳐서 전이가 되거나 암이 지나치게 커지면 정말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비고형암과는 달리 고형암은 한 번 주변 조직에 침투해서 자리 잡으면 약물로는 정말 낫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원장님 그래도 나는 병원보다는 자연요법이 좋은 거 같아요. 암 수술하다 죽는 수녀님도 봤고 항암하다 몸이 이상해지는 분들도 많이 봤거든요. 그런 거 보면 무서워. 여기 시설에서는 암 환자들 모여있는데 말기 암 환자까지 있어요. 그런데 다들 좋은 음식 먹고 증상들이 회복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병원에 가라고 안 권하면 안 될까요?”
물론 이런 말씀하시는 것이 이해는 갑니다. 고령의 말기 암 환자는 오히려 강력한 항암을 하는 것보다 여생을 가족이랑 자연과 함께 지내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50대 중반 정도 되셨고, 아직 기대수명이 많이 남아있는 분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수술하셔도 충분히 잘 회복하실 수 있고, 잘못되는 경우보다는 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학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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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며칠간의 설득 끝에 다시 여의도로 가시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마치 선생님한테 혼나러 가기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고 인사하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 후 소식이 없다가 1개월 정도 지나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습니다. 저는 반갑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원장님 여기 여의도예요.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1기였는데 지금 3기래요. 다행히 전이는 없어서 다음 주 정도에 수술할 건가 봐요. 그래서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내가 괜한 짓을 했나 봐.”
“아이고 아니에요 수녀님. 그래도 전이 없으니 다행이에요. 1기 때나 3기 때나 다 깔끔하게 제거하면 되니까 늦진 않았다 생각하지 마시고요, 지나간 일에 자책하지 마세요.”
그렇게 전화로 한참을 대화하다가 수녀님이 갑자기 조심스럽게 저한테 물어보셨습니다.
“그런데 원장님...”
“네! 말씀하세요!”
“그냥 나 이거 안 하고 자연요법 하면 안 될까? 아니면 주사라도 안 맞고 싶은...”
“헉..!”

수녀님도 참... 결국엔 수술도 잘 되고 항암도 잘 되셔서 다행이었지만, 그때도 전화를 한참을 붙들고 설득해야 했네요. 자연요법도 좋지만 문명의 이기를 십분 활용해서 자연요법을 하면 더욱 좋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인류의 수명이 늘어난 것도 그런 문명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니까요. ^^
연구에 의하면...
만약에 한의원이 없다면 의료비가 더 가중된다고 합니다. 뜸 한 번 뜨는데 15만 원, 침 한 번 맞는 데 15만 원 받는 곳도 많습니다. 무허가 한약 제조시설에서는 50~150만 원씩 돈을 받고 기준 이하의 약재를 노인들에게 덤핑 해서 팔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를 전문가들이 다루게 하면 의료비와 보건이 확연히 개선됩니다. 특히 대체의학은 정통의학(Orthodox medicine)과 더불어 한의사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분야입니다. 어떤 것이 맞는 말이고 어떤 것이 틀린 말인지 전문적으로 구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분별하게 남용하여 오히려 안 좋은 결과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