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꼬맹이가 바라본 비상계엄사태
[사진출처 뉴시스. 2024.12.04]
"엄마, 저 아저씨들 왜 싸워요?"
TV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의 창문을 깨고 들어갔다. 그들을 저지하고자 국회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맨몸으로 맞섰다. 몸싸움이 벌어졌고, 소화기가 등장했다.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본청으로 들어갔다.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이 정말 2024년 12월이 맞나. 안경을 다시 고쳐 끼고 인상을 쓰며 화면을 응시했다. 아무리 다시 봐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평소 TV를 잘 보지 않는다. 하지만 12.3 사태 이후 쏟아지는 속보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혼란에 휩싸인 대한민국. 나는 그저 아이 둘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러나 나라가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고 싶었다. 아니, 알아야만 했다. 그래서 틈틈이 뉴스 속보를 챙겨보았다. 그리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뉴스를 함께 보게 되었다.
6살 딸. 아이가 맑은 눈망울로 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평소와 다름없는 발랄한 말투였지만,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발랄하게 답하기 어려웠다.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질문. 도대체 왜 싸우는 걸까?
"어, 사실은 저 아저씨들끼리 싸우는 게 아니야. 대통령이 하면 안 되는 일을 시켜서 저렇게 된 거야."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굴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곧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불었다.
"저기는 어느 나라예요?"
"대한민국이란다."
"에? 대한민국이 왜 싸워어~ 싸우면 안 되는데~"
그러게 말이다. 6살짜리 꼬맹이도 아는걸. 싸우면 안 된다는, 그 단순하고 명확한 진리를.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되나.
아이가 자꾸 지금의 상황에 대해 "왜요?"를 남발하며 물었다.
어떻게 말해주면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한 뒤, 나는 차근차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할아버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막지 못하게 하려고 군인 아저씨들을 보낸 거야."
"군인 아저씨들도 나쁘네?"
"아니야. 원래 군인은 대통령이 하는 말을 따라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대. 저기 봐봐. 아저씨들이 그렇게 무섭게 싸우고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화면에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전사 대원들이 시민들에게 이리저리 떠밀려도 반응하지 않으며 오히려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하는 모습이 나왔다. 아이는 화면을 한참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국회의원 아저씨들이 대통령이 하려는 행동을 막았대. 그리고 이제 대통령이 잘못한 게 많아서 국회의원 아저씨들이 또 모여서 투표를 한대."
"투표가 뭐야?"
"투표는 이렇게 하는 거야. '저 사람은 대통령을 하면 안 됩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종이에 '동그라미'를, '계속해도 됩니다.' 생각하는 사람은'엑스'를 해. 그리고 그 종이를 투표함에 넣어. '동그라미' 표가 많으면 대통령은 바뀌는 거고, '엑스'표가 많으면 대통령이 안 바뀌는 거야."
아이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말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싸움은 단순했다. 누군가 잘못을 했고, 그 잘못을 고쳐야 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중, TV에서는 탄핵안 표결이 생중계로 나오기 시작했다.
"엄마, 지금 아저씨들 투표하고 있는 거야?"
"응, 맞아. 저기 종이를 상자에 넣는 거 보이지?"
"응, 보여."
아이가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저 화면 속에서 싸우는 아저씨들과 대통령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끊임없이 "왜요?"라고 묻는다. 그러나 그 투명한 질문은 내 마음 깊은 곳을 찌른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려면,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 그저 뉴스를 챙겨보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나는 잠시 화면을 끄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처럼 글을 쓰는 것이 작은 행동이 될 수 있을까. 아이와 시위현장에 함께 나가 보는 건 어떨까.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한 것은 나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해야 할 일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금의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느라 바쁜 정치인들에게 6살 아이의 맑은 시선을 빌려주고 싶다. 만약 정치인들이 아이처럼 단순하고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의 혼란은 훨씬 더 빨리 끝날지도 모른다.
아이는 나에게 또 질문을 던진다.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간절히 다짐했다. 어른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아이의 질문에, 언젠가는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날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새벽에 작은 책상 앞에 앉아 '글쓰기'부터 시작해 본다. 그것이야말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책임을 다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아이들의 미래는 우리의 현재 행동에 달려 있다.
존 듀이(John Dew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