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방패 : 기술의 시대에서 심리학이 할 수 있는 일
최근에 KAIST에서 주최한 <허위정보 대응 아이디어 공모전> 소식을 접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가짜뉴스 또한 정교해지는 이 시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화두를 던진 흥미로운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 공모전은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기술적인 탐지 알고리즘도 중요하지만, 결국 속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기획했던 것이 바로, '인지 면역 방어 체계(Cognitive Immunity Defense)'였고, 단상을 이곳에 짧게 공유해 보고자 한다. 단순한 기술 제안이라기보다는, 다가올 미래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에 대비해 한국이 갖추면 좋을 '심리적 안전벨트'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똑똑하면 가짜뉴스나 사기에 안 속는다"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허위정보는 지능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외의 정보 공작 사례나 딥페이크 범죄를 보면, 사실 여부를 떠나 대중의 분노나 공포, 혐오 등의 감정을 자극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감정이 격해지면 뇌의 이성적 판단 기능은 마비된다. 그것이 바로, 기술적으로 팩트 체크가 아무리 빨라져도 허위정보의 확산을 막지 못하는 이유이다.
나는 그 지점에 대해 생각해 봤다. "정보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면,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을 단단하게(Immune) 만들 수는 없을까?"
내가 구상한 모델은 '한국형 인지 면역(K-Cognitive Immunity)' 시스템이다. 의학에서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백신을 접종하듯, 정보 환경에서도 심리적인 백신이 필요하다는 개념과 같다. 여기에 담은 핵심 철학은 크게 세 가지 흐름이다.
1) 진단(Diagnosis)
: 나의 심리적 상태가 현재 어떤 정보(분노 유발, 공포 조장 등)에 취약한 지 스스로 인지할 수 있게 돕는다
2) 경고(Alert)
: 정보의 진위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 정보가 얼마나 과도한 '감정적 자극'을 포함하고 있는지 신호를 준다
3) 면역(Pre-bunking)
: 나를 속이려는 패턴을 미리 경험하고 학습하여, 실제 상황에서 "어? 이건 나를 조종하려는 수법인가"라고
알아차리는 인지적 근육을 기른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결국,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여 정보를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힘을 기술이 돕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지향하는 해결책은 '사람 중심(Human-Centric)'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내용을 기획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인지 주권'이다. 그것은 외부의 알고리즘이나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쉽게 조종당하지 않을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집필 중인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외부의 충격은 인간의 성격이나 삶까지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세상에서의 허위정보 또한 우리 내면을 흔드는 거대한 지진과도 같다.
이번 기획은 이번에 비록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나의 MindMark Lab을 통해 더 깊이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기술 만능주의 시대일수록,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방패는 더욱더 정교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사람보다 더 빠른 AI도 필요하지만, 더 단단한 마음이 먼저다.
제인 마크 Jane Mark
MindMark Lab은 행동신경과학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의 잠재된 욕망와 행동 원리를 분석하여,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위한 최적의 성공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휴먼 솔루션 연구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