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힘들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by 제인 Jane



우리는 살다 보면 가끔씩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접할 때, 마음속에서 먼저 올라오는 게 연민이 아니라, "너만 힘들어?"라는 생각일 때가 있다. 즉,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속으로는 비교하고, 재단하고, 심지어는 냉소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는 것이다.


사실 머리로는 안다. '공감'이 중요하다는 걸,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말이다. 그런데도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솔직하고, 때로는 참 이기적이게 굴 때가 많다.


그럼 우리가 본성이 나쁜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


절대 아니다. 그건 꼭 내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마음에도 체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버거운 업무를 하고, 내 안에 이미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쌓여 있다면, 누군가의 무게를 함께 짊어질 여유는 줄어든다.


감정이 고갈된 상태에서는 타인의 아픔이 ‘나를 힘들게 하는 부가적인 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 본능적으로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투사'는 나의 불편함을 상대의 문제로 돌리고, '합리화'는 "모두 힘드니 너도 참아야지"라는 논리로 나의 무관심을 그럴듯하게 포장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누가 누가 더 힘든가'를 재는 보이지 않는 저울 위에 올라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이런 마음의 기제들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굳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오랫동안 같은 길로만 출근하다 보니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는 것처럼, 비교와 냉소가 익숙해지면 '판단 없는 경청'이라는 길을 떠올리기조차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길로 돌아가기 위해서 먼저 내 안의 감정 반응 패턴을 들여다봐야 한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들었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먼저 하는지, 그 생각 뒤에는 어떤 감정이 숨어 있는지, 그리고 그 감정은 나의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건지를 말이다.




공감은 타고난 성격이라기보다, 훈련할 수 있는 근육에 가깝다. 그렇기에 그 근육이 약해졌을 때는 무작정 '안 돼, 공감을 해야지!'라는 의지만으로는 절대 강화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가장 먼저 내 마음의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쉬고, 나를 돌보고, 내 감정을 건강하게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타인의 고통이 내 짐이 아니라, '함께 들어줄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힘, 나와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힘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작은 연습이 꼭 필요하다. 하루에 한 번쯤은, 주변 누군가의 불편이나 힘든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듣는 것 같은 그런 연습을 말이다. 우리는 그때, 나의 경험이나 조언을 무슨 코러스를 넣듯 덧붙이지 않아야 한다. 그저 "그랬구나, 힘들었겠다."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종종 잊게 되는 건, 공감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기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감은 누군가가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다'라고 느끼게 해주는, 말 없는 동반인 것이다. 물론, 삶은 때때로 경쟁처럼 느껴지고, 타인의 인정과 자원을 나눠 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절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누구 하나가 패배해야지만 한쪽이 성공하는 게임이나 힘 겨루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저 그것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내 몫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둘 사이에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린 그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덜 외롭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누군가를 보며 "너만 힘드냐?"라는 말이 속에서 먼저 튀어나올 것 같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만약 저 사람이 내 가족이라면, 나라면, 내 연인이고, 내 자식이고, 내 부모라면, 과연 내가 해주고 싶은 또는 듣고 말은 무엇일까?"



지금 사회에서는 우리에게 그 질문 하나가, 비교의 저울에서 가볍게 내려와 같은 편이 되어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기억해 보자. '공감'이라는 것, 완벽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때로는 불완전한 마음이 서로를 마주 보려는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그 사실을 말이다. 그러한 용기 있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인간적인 힘이 아닐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