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이름을 붙이는 자 vs 그걸 이해할 수 없는 자

일상생활 뇌과학

by 제인 Jane



얼마 전, 지인이 자신의 반려 식물(몬스테라) 잎을 닦아주며 이렇게 속삭이는 걸 목격했다. "우리 예쁜 테라~ 목말랐지? 언니가 물 줄게. 오구오구 잘 먹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지독한 이성주의자의 다른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야, 걔는 뇌가 없어. 물을 주는 건 좋은데, 무섭게 제발 대화는 하지 마."


사실 우리는 살다 보면 이런 장면을 자주 본다. 그들은 자동차나 인형이 이름을 붙이거나 괜히 한마디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때로는 떨어뜨린 핸드폰이나 시들어 가는 식물 등에게 발을 동동 구르며 사과를 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흔한 풍경 속에도 사실 뇌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이나 동식물에 인격을 부여하는 사람(Namer)과, 그것을 철저히 도구로 보는 사람(Non-Namer) 중에, 과연 누가 더 정상... 아니, 누가 더 진화한 뇌를 가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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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r의 뇌, '외로워서가 아니라 사회 지능이 높아서 그렇다'


물건에 이름을 붙이고 의인화(Anthropomorphism)하는 사람들을 보면, 흔히 "외로운가 봐"라거나 "아직 애 같네"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 저자로도 유명한 시카고 대학의 니컬러스 에플리(Nicholas Epley) 교수는, "의인화는 인간만이 가진 최고의 지적 능력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 뇌에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라는 고차원적인 기능이 있다. 타인에게도 나처럼 생각과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유추하는 능력이다. 물건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은 이 기능이 '매우 발달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뇌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볼 때, 단순히 전조등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뇌의 방추상 얼굴 영역(Fusiforom Face Area), 쉽게 말해 얼굴 전문 인식 컴퓨터와 같은 영역을 풀가동해 '사람의 눈'처럼 인식하기도 한다.


이는, '그들이 미쳤다'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그저 공감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그 공감의 대상을 인간을 넘어 무생물까지 확장해 버린 '프로 공감러'들이다. 그러니 당신의 차에 이름을 붙이는 친구를 비웃지 말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는 당신이 우울할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줄 사람일 확률이 높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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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Namer의 뇌, '냉혈한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 좋아서 그렇다'


반면에, 인형은 솜뭉치일 뿐이고, 자동차는 이동 수단일 뿐인 사람들의 뇌는 어떨까? 이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일까?


아니다. 그들의 뇌는 '시스템화(Systemizing) 능력'이 발달했을 뿐이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이들은 사물을 볼 때 사회적 뇌(Social Brain)의 네트워크를 끄고, 철저하게 기능적 분석 모드로 진입한다. "이 자동차는 나를 A에서 B로 이동시켜 주는 편리한 기계다" 얼마나 명쾌하고 효율적인가? 그래서 그들은 불필요한 곳에는 감정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배터리가 방전된 핸드폰을 보면서 "얼마나 배고팠니"라고 슬퍼하는 대신, 1초 만에 충전기를 꽂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물건에 말을 거는' 행동은, 마치 엑셀(Excel) 프로그램에 대고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묻는 것과 비슷한 '비효율의 극치'로 느껴질 뿐이다.





서로의 OS 차이를 존중합시다


결국 그 둘의 차이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뇌가 세상을 해석하는 '기본 설정값(Default Mode)'의 차이이다. Namer의 세상에서 모든 존재는 잠재적 친구이고, 세상은 따뜻하고 시끌벅적한 곳이다. 반대로 Non-Namer의 세상에서 사물은 사물이고 사람은 사람이며, 세상은 명확하고 질서 정연한 곳인 것이다.


만약 당신이 물건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이해 못 하는 친구에게 서운해하지는 말자. 그는 당신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당신의 차가 기계라는 팩트를 말했을 뿐이니까. 그리고 반대로 당신이 그것이 이해 못 하는 사람이라면, 인형에게 말을 거는 친구를 보며 혀를 차지 말자. 그는 지금 인간이 가진 가장 고등한 능력인 '상상력'과 '공감'을 발휘하는 중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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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끔은 이름 하나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Namer에 가깝다. 내가 가장 아끼는 인형의 이름은 몇십 년 동안 '뽀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내 노트북의 이름은 '북북'이다. 그래서 가끔 원고가 안 써져서 답답할 때면, "북북 아, 머리가 안 돌아간다"라며 중얼거리기도 한다.


그것이 뇌과학적으로는 착각일지 몰라도, 심리적으로는 때때로 확실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차가운 기계에 내 마음 한 조각을 떼어 붙이는 순간, 그것은 하나의 의미가 되며 시너지 효과가 생기니까.


요즘 세상을 가만히 둘러보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라는 말이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이 삭막해진 듯하다. 그래서 가끔씩은, 굳이 살아있는 게 아니더라도, 내 편이 되어줄 무언가에 이름 하나쯤 붙여주는 것 정도는 '돈 안 드는 최고의 정신 건강 보험'이 될지도 모르겠다(너무 빠져 대화만 하지 않는다면!).







제인 마크 Jane Mark









MindMark Lab은 행동신경과학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의 잠재된 욕망 행동 원리를 분석하여,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위한 최적의 성공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휴먼 솔루션 연구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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