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정욱 Jan 31. 2020

양자택일은 폭력이다.

<갈등해결의 지혜> 강의 정리


작년 말, 책 <갈등해결의 지혜>의 저자인 강영진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많은 부모들이 뜻을 모아 함께 운영 중인 성미산 어린이집에서 진행된 강의였는데, 강의 제목 그대로 갈등 해결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공동체와 갈등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태어나기 마련이다. 다양한 사람이 모이면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게 되고, 그에 대한 조정과 해결은 불가피하다. 그렇기에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잘 해결은 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비단 공동육아뿐만 아니라 기업을 비롯한 모든 조직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전체 내용을 공유하긴 어렵지만, 몇몇 내용은 함께 공유되어도 좋을 것 같아서 정리한다. 더 관심가는 분들은 아래의 책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 




1. 양자택일이란 폭력이다.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과 생각이 충분히 표현되었거나, 그래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충분히 공감을 받았거나, 그 속에서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면 자신의 의견을 철회하거나 일정한 양보를 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호적인 관계성 속에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논리가 아니라 정서에 있다.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는 순간부터는 아무리 합리적인 절차를 충실하게 밟고 합당한 합의를 이루어 내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애초에 서로 합의하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민주적 의사결정과 의사소통>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문장 중에 하나다. 양자택일은 폭력이라는 것. 사실 우리들은 민주주의는 다수결이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원칙에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정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 뒤의 결과”다. 다수결에 의한 양자택일 과정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도 충분히 공감받아야 한다. 사실, 민주주의적 참여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결정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지속가능한 조직 혹은 공동체를 꾸려가기 위해선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단단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소외나 불만은 결국 다른 양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기본적 자세는 관용이다. 관용의 정신을 나타내는 멋진 말이 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그 때문에 누군가 당신을 박해한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서 싸울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옳은 말만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옳지 않은 말도 허용하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2. 원효대사의 화쟁사상


교수님에 따르면, 관용의 정신을 앞서 설파한 분이 원효대사라고 한다. 화쟁의 기본원칙은 皆是皆非 개시개비 (모두 맞기도 하고, 모두 틀리기도 하다)로, 비슷한 예화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우리는 결국 각자 자기가 본 것만 말할 수밖에 없기에, 코끼리라는 전체를 보기 위해선 함께 대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도 그렇지만, 각자의 조직에서 회의를 하는 이유는 각자가 본 조각 나누고 함께 해석하기 위함이 아닐까. 그래서 이것만 옳다는 식으로 고집하면 안 된다. 또한 너무 겸손해서도 안 된다. 내가 본 것이 전체 모습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의견만큼은 소신을 갖고 확실히 말해야 한다.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까? ‘不違彼情, 不違道理 불위피정, 불위도리’를 기억하자. 상대방의 정서를 상하지 않게 하고,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하라.’는 뜻이며 중요한 것은 순서다. 비정이 먼저이고 도리가 다음이다.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이고, 이치나 논리는 두 번째라는 것이다. 논리를 좋아하는 혹자는 따질 수도 있다. 지금 바빠 죽겠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에 있냐고. 하지만, 교수님은 이렇게 말했고, 나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헌법보다 우선하는 것이 국민 저항권입니다. 국민들이 들고일어나 갈아엎자고 하면, 헌법도 바뀌는 것입니다.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맞는 말이다.    


3.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칙


민주적 의사결정의 4가지 원칙이 있다.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원칙 1. 사안 관련한 모든 이들의 의미 있는 참여가 중요하다.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은 (형식적이지 않게, 의미 있게) 참여시켜야 한다.

원칙 2. 참석자들, 특히 대립하는 측간의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원칙 3.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논의하여, 결정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진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원칙 4. 모든 관심사를 충족할 통합적 해결책을 창출해야 한다. 표결로 어느 한쪽만 양자택일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회의 진행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회의를 준비하고, 진행 방식을 공유한다. 

갈등과 의제를 논의하고, 문제를 규명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계속해서 이행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문제를 잘 규명하는 것이다. 잘 정의된 문제는 이미 절반이 해결된 것에 가까우며, 성급하게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우리가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가 '밝은 곳에서 열쇠 꾸러미를 찾는 것'이다. 열쇠를 잃어버린 곳에서 찾아야 하는데 말이다. 늘 기억하자. 


마지막 효과적이고 효율적 회의 수칙으로, 구글의 회의법을 참고하면 좋다고 한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이며,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실제로 구글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것이 몇번일까? 바로 8번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들었던 바에 의하면 미팅 시 노트북을 가지고 오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시도해봤지만, 막상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회사도 이런 부분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이 어려움은 앞선 7가지가 충실하게 되고, 회의 하나하나가 더욱 의미 있게 진행될수록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1. 모든 회의엔 한 명의 의사결정자/책임자가 있어야 한다. 

2. 의사결정자는 회의 준비부터 결과 공지까지 손수 해야 한다. 

3. 의사결정이든 정보 공유이든, 브레인스토밍이든 확실한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 

4. 회의 준비가 덜 되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면 회의 개최를 취소할 수 있어야 한다. 

5. 회의 참석 인원은 8명 이내가 되도록 한다. (의미 있는 참여를 위해서) 

6. 꼭 필요치 않은 경우에는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도 된다. 

7. 시간을 지켜라. 정시에 시작하고 정시에 끝내라. 

8. 회의에 참석했다면, 딴짓하지 말고 회의에 참석하라. 

매거진의 이전글 2019년에 읽은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