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정욱 Aug 02. 2020

월간 성찰 2020년 7월호

경험하고, 만나고, 읽은 책에 대하여

어느새 하반기가 시작된 7월, 엄청난 무더위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을 뒤로하고, 끝도 없는 폭우에 시달리고 있다. 기억에 남는 사건과 책을 중심으로 성찰을 간략히 정리해 보도록 한다. 그건 그렇고 비는 언제 그치나.



1. 기억에 남는 시도: 학습하는 조직 북클럽


이번 달, 나의 새로운 시도는 '학습하는 조직 북클럽'을 운영하는 것이다. 브런치에 모집 공고를 올리기도 했었다.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의 연지원 작가님과 예전부터 진행해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열게 되었다. 북클럽에서 내 역할은 모집 & 총무다. 평소 해오던 역할이 아니어서 그런지 상당히 새롭고 즐겁다. 


사실 처음 기획했을 때 걱정되었던 것은 역시 모집이었다. 신청자가 너무 적으면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다들 코로나 때문에 만남이 그리웠던 탓인지, 페이스북과 브런치만 보고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셨다. 비대면도 좋고, 온라인도 다 좋지만, 역시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만들어지는 고유의 분위기는 쉽게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몇몇 생각들.

- 피터 센게의 정의에 의하면 "학습이란,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를 회사로 가져오면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란 '성과'다. 즉, 회사에서의 학습이란 성과 달성 능력을 끊임없이 키워나가는 것이다. (Learning: Expending the ability to produce the result we truly want in life.)

- 학습자의 중요한 태도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학습자는 지금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목적 인식) 그리고 지금 스스로 처한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한다. (현실인식) 하지만 목적의식이나 현실인식이 부족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개인적 기질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 지향적인 사람은 비전을 세우는 것을, 반대로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지금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는 걸 어려워한다.

- 어떻게 해야, 그 목적의식에 대한 감각을 기를 수 있는가? 어떤 일이 내 일인지 아닌지 알려면, 몰입을 해야 한다. (누군가를 사귀는 것과 같다.) 그러고 나서, 성찰을 해야 한다. 진정 원하는 것을 위해선 후사건적 성찰이 필요하다. 즉 사건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만큼의 몰입을 해서, 성찰을 해야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다.

- 피터 센게는 '비전'에 대해서 상당히 완고하다. 감정적 저항이 있더라도, 쉽게 타협하지 않는 것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앞서 말한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터 센게의 진의를 100% 이해하기 위해선, 책을 제대로 읽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것이 '타자화'다. 탁월한 학습자는 자기화가 아닌, 타자화에 능하다.




기억에 남는 책: 왜 일본 제국은 실패하였는가?


7월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왜 일본 제국은 실패 하였는가?>다. 부제는 '태평양 전쟁에서 배우는 조직경영'으로, 지식 경영의 구루인 노나카 이쿠지로 외 5분의 공동 저작으로 이뤄졌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애정 하는 프로그램인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보다가 태평양 전쟁에 대한 호기심이 계속해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전쟁 이후 "우리는 왜 패배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전쟁을 위해선 조직문화와 구조,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그 결과는 승리 혹은 패배로 직결된다. 꼭 전쟁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조직 문화나 애자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우리나라의 징비록을 생각하면 된다. 



P. 294

일본군은 전투에 있어서 치밀하고 용맹한 모습을 발휘, 그 자체가 전략적 강점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일정한 틀 안에서 적의 행동이 눈에 보이고, 아군의 행동을 고도로 통일시킬 필요가 없을 때에만 통했다. 이것은 근대전에서 통하지 않았다. 일본 해군의 경직된 전략은 러일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쓰시마 해협에서 벌어진 해협의 대승으로 인해 대함거포주의와 함대결전주의는 해군의 유일하면서 최고의 전략이 되었다. 이는 교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종일관 유지되었다. 일본 해군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응해 <해전요무령>을 고쳐야 했다. 전략은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321 

일본군 조직 구조의 특징은 '집단주의'라고 할 수 있다. 개인과 조직을 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조직과 그 조직의 구성원의 함께 살아가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지극히 '일본다운 집단주의'이다. 이 집단주의는 조직 목표와 그 목표 달성 수단을 합리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를 더욱 중시한다. 


P. 338 

일본군의 조직 학습은 목표와 문제 구조를 주어진 것 또는 일정한 것으로 보고 최적 답안을 찾는 학습 과정, 즉 단일 고리 학습이었다. 그러나 학습은 필요에 따라 목표나 문제 구조를 재정의해 변혁해 나간다는 보다 역동적인 과정이 존재한다. 어떤 조직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오랜 기간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을 끊임없이 변하는 현실에 비추어 수정하고, 나아가 학습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이른바 자기 혁신적 행동을 포함한 '이중 고리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군은 이 점에서 결정적인 결함을 지녔다.


과거의 성공에 얽매인 조직에겐 미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월간 성찰 2020년 6월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