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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ul 05. 2020

월간 성찰 2020년 6월호

경험하고, 만나고, 읽은 책에 대하여

2002년 월드컵처럼, (어쩌면 다른 의미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상반기가 지나갔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일상의 전초를 미리 경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0년 상반기 성찰은 오랜만에 지금까지 읽은 책을 정리해보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책 리뷰를 거의 쓰지 않았기도 했고. 


상반기를 돌아보며 느끼지만, 역시 나는 책을 다양하게 읽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문학이나 소설은 더욱 그렇다. 올해 상반기에도 HR, 경영, 리더십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총 읽은 책은 23권이고, 한 달 평균 4권씩 읽은 격이다. 한 달에 한 권, 총 6권의 의미 있는 책과 짧은 리뷰를 적어본다. 철저하게 주관적 관점임을 미리 밝힌다.





2020년 상반기, 기억에 남는 책들


1월: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책이 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엔터테인먼트적 즐거움을 준 책이다. 속도감 있는 SF 대작을 한편 본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단순한 재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생존을 위해서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몇몇 철학적 시사점도 분명하다. 인간이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다른 종과의 조우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을 잘 나타낸 소설이다. 영화도 보기 어려운 요즘, 주말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다. 



2월: 대서양 문명사 (김명섭)


올해 상반기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자면, 이 책이다. 개인적으로 철학과 역사를 워낙 좋아하는데, 유럽 열망들의 흥망성쇠를 읽다 보면 정말 흥미롭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느낀다. 하나의 조직이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다양한 시행착오를 배우기에 역사 만한 것이 없다. 어서 다른 역사책을 보고 싶다. 




3월: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피터슨)


저자인 조던 피터슨은 유튜브에서 꽤나 유명한 사람이더라. 한번 들어본 적은 있지만 관련한 영상이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솔직히, 책의 도입부는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매력적이었다. 흔한 바닷가재에게서 발견한 인생의 교훈은 묵직했고, 앞으로도 자주 상기될 것 같다. 하지만 책 전반적으론 나의 관점과 다른 점도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뭐라고 반론을 펼칠까?"를 생각하며 읽다 보니 역설적으로 꽤 기억에 남는 책이 되었다. 인식을 넓히는 도끼로서 충분히 훌륭한 책이다.



4월: 지식인의 두 얼굴 (폴 존슨)


사실 이 책 자체가 좋은 책이라기 보단, 이 책이 가진 관점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저항 정신' 때문이다. 사실 6살 재원이에게 최근에 위인전을 읽어주고 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한 책에는 단편적인 모습만 담겨있는 편이다. 특히 톨스토이 편을 읽다가 '사람이 이렇게 완벽할 수 없는데..?'라는 삐뚤어진 생각에 진실을 파해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책까지 읽게 되었다. (ㅋㅋㅋ) 위대한 명성에 가려진 지식인의 이중성을 모은 책이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했다. 참고로, 루소, 마르크스, 톨스토이, 헤밍웨이, 러셀, 사르틀, 촘스키 같은 분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그들에 대한 맹목적 신뢰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이룬 업적이 무시되어선 안 된다. 균형감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위대한 인물을 가까이서 관찰할수록, 그 인물의 모습은 더욱 괴상해진다. 




5월: 성격의 탄생 (대니얼 네틀)


최근 MBTI가 굉장히 뜨겁다. 관련해서 할 이야기가 많긴 한데 각설하고, 애니어그램을 비롯하여 다양한 성격 유형 검사를 배우고 또 활용하는 입장에서 '유형화'를 가장 경계하는 편이다. 이러한 도구들은 나와 타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쉬운, 빠른 판단을 위한, 유희를 목적으로한 도구로 쓰일 때 속상하다. 성격의 탄생은 성격 특성 5요소(Big5)를 다루는 책으로, 가급적 증명된 연구와 심리학계의 정설을 다룬다. 특히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비롯하여 진화 심리학에 대한 관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성격과 관련한 책 중에서  <성격이란 무엇인가?>에 이어서 강추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앞으론 MBTI가 아닌, Big5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6월: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킴 스콧)


리더십과 피드백에 대한 좋은 책은 정말 많다. 하지만, 최근에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추천하는 책은 이 책이다. 스타트업 환경에 적절한 피드백과 조언들이 잘 녹여져 있다. "리더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완전한 자아로 일터에 나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등의 질문을 던지는 책이며, 쭉 읽다 보면 개인적 관심을 형성하고 솔직하게 피드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된다. 세상의 모든 리더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핵심 아이디어 





그 외 재미있게 읽은 책 한 줄 평.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

: 작년에 본 '배드 블러드'라는 논픽션과 비슷한 느낌의 책이다. 옐로모바일도 나중에 영화화되려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 놀랍게도, 지대넓얕 시리즈를 처음 읽었다. 뇌를 식히려는 찰나에 보았고, 나름 즐겁게 슥슥 읽어나갔다.


학이란 무엇인가

: 배움에 대한 동양 성현들의 말씀을 듣다 보면, 지금 내가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더라. 반성 또 반성.


다시 책으로

: <책 읽는 뇌>의 저자라 기대감이 높게 형성되었는데, 그에 비해선 다소 실망. 하지만 내용은 여전히 좋다.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 애자일 경영이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잘 설명해주는 책이다. 좋은 길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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