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빌의 EX팀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왜 함께 일하는가?" 피터 드러커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조직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답 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그 해답을 조금씩 밝혀나갔던 지난 1년이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우리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하는 성향이다. 우리의 삶과 일을 하나의 길이라고 했을 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만큼이나 가는 여정도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글을 쓰는 이유도, 결과나 성과를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의 과정과 개인적으로 느끼고 배운 점을 남기기 위함이다. 물론, 연말까지 팀에 대한 글을 쓰겠다는 팀원들과의 약속도 강력하게 작동했다. 더불어, 아래에 기술된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지금의 나는 버즈빌에서 EX팀을 리드하고 있지만, 살아오면서 그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다. 물론, (반장이나 동아리 회장을 비롯해서) 여의치 않게 가벼운 '리더 역할'을 맡게 된 적은 있지만, 진심으로 '리더십'을 고민했던 적은 없었다.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게다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사실상 1인 기업을 했었기 때문에, 팀을 이끄는 경험은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이라는 주제가 흥미로운 이유는 경영과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특히 조직문화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리더가 어떻게 비전을 제시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지, 그 어떤 요소보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우선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2019년 상반기부터 조금씩 팀을 이끌어가기 시작했고, 2020년 올해부터 좀 더 본격적으로 팀 빌딩을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느끼고 배운 점이 많다. 지금까지 리더십을 글로 배웠다면, 지난 1년은 조금이나마 몸으로 체득하게 된 느낌이다. 연애를 글로 배우기 어렵듯, 리더십도 그렇다.
우리 팀의 정식 명칭은 Employee eXperience Team(줄여서 EX팀)이다. 직원 몰입을 넘어, 구성원들의 삶과 일터에서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고민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팀 방향성이기에, 이러한 관점을 팀 이름에 담았다. 팀의 미션은 '모든 버즈빌리언들이 즐겁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이다. 우리 팀이 존재하는 이유로서 회사와 구성원의 성장은 빼놓을 수 없겠지만, 그 과정 역시도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팀 비전은 '최고의 팀워크로 스타트업 EX에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이다. 다소 거창하다고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잘 만든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실제로 팀을 운영할 때 비전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기준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되고, 자극과 반성의 원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팀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세우게 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또한, 다른 회사의 좋은 사례는 기꺼이 차용하게 되었다. 핵심가치는 '균형감 있는 결정, 열린 소통, 분명한 목적, 안팎으로의 신뢰'다. 이러한 팀의 미션, 비전, 핵심 가치는 매년 진행하는 팀 워크숍을 통해 한 번씩 수정 및 재검증 작업을 거치고, 팀 내 만장일치로 의사 결정하고 있다. 짧은 문장에 불과하지만, 팀을 이루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구성요소다.
우리 팀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멤버는 총 4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특히 평가와 교육, 회의 진행을 책임진다. Emma는 채용과 온보딩을 주로 담당하며, 외국인 멤버들에 대한 관리도 함께 맡고 있다. 또한 버즈빌 Fun Club의 수장으로, 조직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활동도 이끌어가고 있다. Hoon은 급여를 비롯한 인사 운영과 노무, 그리고 정부지원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버즈빌이 '서울형 강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인건비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Kate는 버즈빌리언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모든 활동을 하고 있다. 사무실의 각종 이슈 처리부터 구매, 협력 업체 관리 등 늘 바쁘게 뛰어다닌다. 최근 동영상 편집 기술과 협업 툴을 다루는 스킬이 나날이 발전하여, 업무를 최적화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 팀의 특징이 있다면 서로의 영역이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으면서도, 자신의 직무를 근접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질과 성향이 달라서, 협력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영역이 많다. 모두가 성장을 지향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우리 팀에는 총 3가지 소통 채널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매일 아침 20~30분 진행하는 일일 회의다. 서로의 컨디션을 묻고, 각자 중요한 우선순위를 공유하고, 함께 공유해야 할 정보를 전달한다. 그 짧은 대화를 통해 팀워크를 다지고, 하나의 팀 리츄얼(Ritual)로서 의미를 가진다. 두 번째는 1 on 1 미팅이다. 격주로 1시간씩, 모든 팀원들과 1:1로 진행되는 미팅으로, 초기에는 업무 보고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주요 의사결정 사항 및 경력개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실상 주제를 막론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채널이다. 1 on 1 미팅의 강점은 앤디 그로브가 말했듯, 무엇보다 "상대방을 진지하게 대하게 만들고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를 토론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나, 마음속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1 on 1 미팅에서는 충분한 심리적 안전감을 갖고 대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팀 미팅이 있다. 앞선 1 on 1 미팅과 격주마다 교차로 진행되는데, 주로 정보 공유와 브레인스토밍, 그리고 학습 공유 활동으로 구성된다. 시간은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데, 상당히 몰입도 높게 진행된다. 팀원 모두가 각자의 안건을 가져오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시간이기도 한데, 특히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활발히 교환한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갖고 와서, 함께 논의하여 훨씬 나은 답을 찾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팀의 가치를 경험한다. 미팅의 말미에는 배움 나눔이 진행되는데, 최근에 배우고 있는 것을 정리해서 각자 순서대로 공유하는 시간이다. 함께 자극받고 학습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꽤 도움이 된다는 것이 팀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 팀이 회고하는 방식 역시 총 3가지다. 하는 방법과 주기, 그리고 주제가 서로 다른데, 첫 번째는 주간 회고다. 매주 금요일마다 KPI 회고(유지할 점 Keep, 그만한 점 Stop, 시작할 점 Start)를 진행 중인데 별도의 회의가 아닌, 함께 공유하는 노트에 기록한다. 마치 일기처럼 쓰게 되는데, 서로 어떤 것을 느끼고 배웠는지 알게 된다. 두 번째는 분기별 OKR 회고다. 분기가 끝날 때마다 개인별 OKR을 회고하고, 또 우리 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미팅 시간이나 구성이 달라지기도 하고, 서로의 기대치도 공유하게 된다. 이렇듯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회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회고한다는 것' 그 자체가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방식은 팀 워크숍이다. 보통은 1년에 1번 진행되는데, 하루 종일 서로의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년을 함께 기대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 과정에서 팀의 미션, 비전, 핵심 가치를 돌아보기도 하고 내년도에 새롭게 추진할 프로젝트를 계획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청결을 위해서 하루 3번 양치질하고, 매일 머리를 감고, 종종 목욕탕을 가듯, 회고 또한 그 목적에 따라서 방법과 도구, 주기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팀 회고를 본격적으로 해본 것은 올해가 처음인데, 돌이켜 보니 그 어떤 시도보다 팀 빌딩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었다. 그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는데, 결국 좋은 리더는 균형감 있는 리더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왜냐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편향되고 치우치기 마련이기에. 우리는 자신이 살아온 방식, 익숙한 방법에 이끌려 대부분 하던 대로 하게 된다. 이때 자신의 맹점을 깨닫고, 써보지 않은 근육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계속 연습하는 소수의 사람이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위임과 지시는 극단에 위치한다. 하지만 좋은 리더는 맥락과 상대를 파악해서 적절하게 위임하거나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론 위임에 치우친 편이라 이 균형이 참 어려웠다.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과 솔직하고 직접적인 피드백도 마찬가지다. 단호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해야 할 때는 그래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나마 팀원들의 강점과 기질을 서로 파악하게 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은 분명하다. 앞서 말한 미팅 방식과 회고도 계속적으로 실험해 보면서, 더 나은 팀워크를 고민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발전도 있었지만, 어려움도 경험한 1년이었다.
지금에 와서 1년을 돌아볼 때 여러 번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팀워크와 관련해선 딱 한 번의 순간이 떠오른다. 서로의 오해가 쌓이고, 커뮤니케이션이 감춰졌던 시기가 분명 있었다. 물론, 그 어떤 조직도 솔직한 마음을 100% 표현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건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것이 있다면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는, 100%는 아니어도 90%까지는 진솔할 수 있는 관계를 나는 원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나의 지향점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었다. 책 <실리콘벨리의 팀장들>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 '완전한 자아를 가지고 일터로 나오는 것'이 나에겐 중요했다. 거기선 뒤로 물러서기가 어려웠다. 결국 오해는 풀리고, 커뮤니케이션은 회복되었다. 비가 오고 땅이 단단해지듯, 팀 분위기도 그 이전보다 더 나아졌음을 느꼈다. 그렇다, 모든 조직과 인간은 저마다 미성숙하다. 고통과 아픔 없이 성장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평범한 나에겐 그런 일은 찾아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찾아올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으로서 여전히 비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가.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왜 함께 일하는가?" 그 답을 찾아 나고자 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해준 팀원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