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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May 29. 2022

왜 일본제국은 실패하였는가? (2)

일본군의 전략 분석

지난 1부에선 태평양 전쟁에서의 패배를 분석하고 회고했다면, 2부에선 일본군의 전략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애매한 전략 목적과 불충분한 커뮤니케이션

모든 군사 작전에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군의 작전 목적은 서로 다른 성격의 목적을 합쳐놓은 ‘이중 목적’이 될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드웨이 섬을 공략하는 동시에, 나타날 적 함대를 격멸하라”라는 목적을 동시에 내린 것이다. 반면 미군은 항공모함의 격멸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했다. “항모 이외엔 손대지 마라”라고 엄명을 내려 전력을 집중했다.


또한, 일본군 목적은 애매하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이뤄졌지만, 의사소통은 철저히 이뤄지지 못했고 적당히 타협하는 경우가 많았다. 육해군 합동 작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군은 오랜 시간 논의를 거듭하여, 작전 계획을 검토해 의사를 통일했다. 이러한 교훈을 기업으로 가져와서 되물어보자.


우리 조직은 명확하고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는가?
각 부서별로 타협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되고 있는가?




장기가 아닌 단기 지향, 논리가 아닌 분위기에 지배되는 문화

일본군은 확실한 장기 전망 없이 전쟁에 돌입했으며, 그래서 단기를 지향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러한 전략은 단번에 승부를 보려는 것이 특징이며, 그래서 결전을 중시하게 되지만 방어와 정보, 첩보는 소홀히 여긴다. 병력 보충, 보급과 병참 역시 경시하기 쉽다. 특히 첩보 능력의 부족은 일본 해군의 결정적 패배 원인이었는데, 정보 담당 부서들의 의견은 참모본부에서도 무시되기 쉬웠다.


일본군은 논리에 기초하기보다는 다분히 감정이나 분위기에 의해 지배되었다. 작전 계획서는 “전기가 무르익음. 천우신조. 천명의 가호. 국운을 결고 단행”등의 표현이 가득했다. 반면 미군은 일관적으로 전력이 질과 양, 안정성을 확보한 후에 공세에 나셨다. 논리실증주의를 꾸준히 관철시킨 것이다. 우리 조직은 어떠한가?


우리 조직은 장기적 관점을 지향하고 있는가?
감정과 분위기가 아닌 사실과 데이터로 의사 결정하는가?



진화하지 않는, 단순한 승리 전략

일본군은 전쟁 초기부터 단숨에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기습 전략”을 선호했다. 그 출발점은 육군의 경우 초기 전투에서 야습의 성공이었고 보병 전투 및 단기 결전 지침을 명확히 했다. 해군의 경우 러일 전쟁에서의 대승이 시발점이었는데, 이 바람에 대함 거포 주의와 함대 결전 주의는 해군의 유일한 전략이 되었고 시종일관 유지되었다.


과거에 승리했던 전략이 경전처럼 숭상됨에 따라, 진화와 변화를 가로막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미 해병대는 1775년 창설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환경 변화에 대응해 전략을 바꾸었다. 또한 새로운 전략을 뒷받침하는 기술 체계와 조직 구조, 관리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발전시켜 조직 전체가 진화했다.


우리 조직은 과거의 성공을 경전처럼 숭상하는가?
새로운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어떤 시스템을 발전시키는가?



불균형한 기술 체계

미국과 일본의 생산 시스템과 무기를 바라보는 관점은 전혀 달랐다. 미국의 생산 시스템은 철저한 표준화와 대량생산이 기본이었다. 예를 들어, 가급적 잠수함의 종류를 줄이고, 성능도 그에 맞춰 최소화했다. 하지만, 일본은 그야말로 일품요리를 만들듯 다양한 종류의 잠수함을 제작했고 무기를 조작하는 데도 장인의 솜씨가 필요했다. 무엇이든 최고로 만들려는 태도 때문에 대량생산은 불가능했다.

 

즉, 일본군의 기술 체계는 균형이 맞지 않았다. 어떤 부분은 매우 우수했지만, 어떤 부분은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야마토 전함이 대표적인 예시인데, 당시 어느 전함보다 화력이 우수했지만 부족한 레이더 기술로 인해 그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침몰했다. 반면 미국은 모든 것을 표준화하고, 특히 레이더 기능을 발전시켜 정보전에서 결정적으로 승기를 잡았다.


우리 조직은 전략에 맞춘 조직 문화를 갖고 있는가?




결론: 일본군의 전략은 실패했다.

일본군은 전략적으로 애매한 전략과 단기 지향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커뮤니케이션도 애매하게 이뤄졌다. 경직된 분위기 때문에 초기에 승리했던 전략은 더 이상 변화하지 않았다. 단기 지향적 성향으로 인해 정보 획득과 병참 보급은 소홀히 되었는데,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에 논리보단 분위기로 의사결정 되었다. 생산 시스템 역시 미국처럼 표준화가 되지 않았다. 즉, 상위 전략부터 하위 시스템까지 한방향으로 정렬되지 않았고, 조직은 외부 변화에 둔감했다. 일본군의 전략은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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