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인사 조직 전략> 2부
좋은 기회로 휴넷 CEO 포럼, 포사이트 코리아 2025에 참여하게 되었다. 2025년 사업 계획을 준비하는 경영진 및 리더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는데, 나는 대부분 트랙 D <AI 시대의 인사 조직 전략>에 머물며,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문장과 느낀 점도 간략히 작성했다. 지난 1부에 이어서 2부 후기다.
(가천대학교 이중학 교수)
- 케인즈는 1931년에 예측했다. “100년 후에는 생산성이 8배 늘어나고, 주당 15시간만 일해도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산성 예측은 맞췄다. 하지만 근무시간은 맞추지 못했다. 우린 여전히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생산성이 증가하면 근무시간도 비례해서 감소하지만, 인간에게 일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 주 4일제 실험에서, 영국 직장인들은 무엇을 할까? 1년 차에는 여행, 가족, 운동이 주요 키워드였다. 2년 차가 되니, 변화가 있었다. 자기 계발과 교육이었다. 샘 울트먼도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한 달에 1000달러를 추가로 지급했다. 근무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으나, 일주일에 1.3시간만 줄었다. 새로운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일자리를 찾는 경향을 보였다. 교육과 직업 훈련에 더 많은 투자를 하거나, 자기 사업을 시작하더라.
- "시스템 1은 빠른 의사결정에 효율적이지만, 질적으로 다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는 시스템 2 사고가 중요하다." (노이즈/ 데니얼 카너먼) 우리 사고의 95%는 시스템 1로 이뤄지는데 효율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효과적이진 않다. 생성형 AI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과거에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관적으로 답을 했지만, 최근 버전에선 시스템 2처럼 좀 더 많은 연산을 거쳐 답하고 있다.
- ‘왜 일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코로나 중심으로 많이 바뀐다. 코로나 이전에는 ‘돈, 안정, 업무’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으나, 이후에는 ‘성장, 기회, 전문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다. 즉, 고용관계가 법적 계약 관계(장기)에서 심리적 거래 관계(단기)로 진화한 것이다.
- 돈은 만족에 예외 없이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특정 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 효력이 없다. 급여 수준과 몰입, 만족과는 100% 일치하지 않는다. 결국, 구성원에게 자율성과 성장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를 보면 의외로 ‘수평적인 문화’가 언급되지 않는다. 되려 공통의 단점으로 '관료주의나 성과 압박, 수직적 문화'가 언급된다. 미국에서 평가 권한은 라인 매니저에게 대부분 주어지기에, 되려 반박하기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공통된 장점으로 ‘성장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문화’가 언급된다.
- 2030년이 되면, 생산 가능 인구가 확 줄어든다. 즉, 회사에 지원하는 지원자들도 줄어든다. 다들 인구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책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에선 생각만큼 악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고, 인구의 질 측면에선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앞으로 산업 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절대적 노동력보다 인적자원 수준이 더 중요하다
- 코로나 전에 상사 바쁘고, 승인을 기다리는 존재라면, 코로나 이후에는 역량 있고, 소통해 주며, 실행을 도와주는 존재로 인식하거나 기대한다. 동료의 인식도 달라졌다. 과거처럼 단순히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이가 아니라, 함께 협업하며 ‘배울 수 있는’ 파트너다.
- 생성형 AI는 성과/효율성은 엄청나게 높인다. 하지만, 그로 인한 단점도 존재한다. ‘고민하는 힘’이 떨어지는 것이다. GPT 사용 이후, 언어 및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즉, ‘사람 대체’가 아니라 ‘인지 대체’가 일어나는 것이다.
- 생성형 AI는 저 숙련 근로자에게 효율적으로 근무를 도울 수 있고, 고숙련 근로자의 경험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함으로써 창의적인 근무를 도울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아직 논의 중이다. 데이터 분석가에 대한 예측도 달라지고 있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각광받는 직무였으나 생성형 AI가 도입된 이후에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단순한 데이터를 넘어, 경험을 기반으로 한 인사이트가 필요하다.
느낀 점: 개인적으론 실리콘벨리 기업에서 의외로 '수평적인 문화'가 언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보다는 '성장할 수 있는 문화와 배울 수 있는 동료가 중요하다'는 것도 익숙하지만 새롭게 느껴졌다. 그들이 바라보는 시장은 글로벌이고, 비즈니스 임팩트도 클 수밖에 없기에 그에 대한 자부심도 크지 않을까. AI 시대가 될수록, 세계적 인재들의 쏠림 현상과 부익부 빈익빈이 함께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김앤장 Management & People Center 박형철 센터장)
- 기술경쟁 심화에 따른 제품, 서비스, 기술의 수명주기가 급격히 단축되고 있다. 즉, 핵심인재도 영원하지 않고, 과거에 비해 관리도 어렵다. 기술 경쟁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이 크고, 빠르게 만들어지고 소멸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밥솥 시장이 줄어드는 이유는 다른 경쟁사가 아니라, 햇반이다. 업종을 벗어난 대체재의 위협이 커졌다. 지금 필요한 핵심 인재가 내일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2020년에 사라진 미국의 유통 기업은 50개가 넘고, 아마존과 월마트는 승자 독식 중이다. 새로운 스킬과 인재에 대한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다.
- 제품, 서비스, 기술 수명주기가 단축됨으로써, 연공/직무 중심에서 “역량/스킬 중심”의 인사 관리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Re-Skilling과 Up-Skilling이 과거에는 저성과자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핵심인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핵심인재 역량 범위도 확대되어야 하는데, 인재 확보, 보상, 육성 시 'Learning Agility”를 핵심 검증 요소로 사용해야 한다. 계속해서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이제는 “누가 핵심인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없어졌을 때 가장 임팩트가 큰 사람' 그리고 ‘Skill Lifecyle 상, 성장기 이전 스킬’을 보유한 사람이다. 또, '확장성 높은 스킬을 가지거나, 학습 민첩성이 높은' 사람이 선호된다. 높은 보상을 주고 모셔왔는데, 하나의 전문적 스킬에서만 가치를 발휘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 Re/Up Skilling이 아주 중요하다. 변화 속도에 맞춰 자기 주도성과 성장 몰입도가 강한 인재가 핵심인재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계 엔지니어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필요하지만, 개인 경력 개발 차원에서도 좋은 일이다. 핵심 인재들은 Re/Up Skilling이 가능한 조직을 선호하며, 그런 곳에서 몰입하고 성장한다. 즉, 자기 주도적 Career Curation이 가능한 조직을 원한다. (개인 관점의 상향식, 동적인 경력 개발)
- 변화의 주기가 빠르기에, 앞으론 1년 주기가 아닌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핵심 인재에 대해선 경쟁사보다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쟁사의 잡 포스팅이나 게시물을 분석하여 채용 계획 및 전략을 예측하고, 자사 인재 방어 전략을 수립하기도 한다. 즉, HR의 정보가 전략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참고로, 학습 민첩성이 낮은 인재는 채용 시 전문성이 강하였더라도, 전문성 수명이 성숙기에 들어서기 전 조직을 이탈, 경쟁사로 이직해 조직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 HR 조직을 업적관리, 인사운영, 역량 센터로 구분하여 역량 센터에서 역량 등급화, 채용, 교육, 배치, 육성, 핵심인재 관리까지 통합 운영을 했다. 그렇게 했더니, 핵심인재 풀의 확대, 이직률 감소, 빠른 승진이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핵심인재의 활발한 유입과 빠른 상승 이동은 한계 인력의 Out-flow를 촉진하게 된다. (핵심인력 In-flow와 한계인력 Out-flow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동시에 운영되어야 효과적이다)
역량이 높은데 성과가 나지 않을 때? 일시적 저성과자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역량, 성과가 높은데 저성과 조직에 있을 때? 좀 더 성장하는 조직에 배치가 필요하다.
권한 위임을 하지 않는 리더 밑에 있을 때? HR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직무 중요도와 관련 없는 핵심인재를 뽑았을 때? (좋은 대학이나 글로벌 출신): 개인과 조직 모두 성과와 몰입도가 모두 하락할 수 있다.
직무, 역량 수준에 맞지 않는 보상? 상대적으로 너무 낮아도 문제지만, 높아도 문제다.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역량과 성과는 높지만, 핵심가치와 맞지 않는 상황? 조직의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한때 핵심인재였던 사람들이 남는 것. 혹은 변하지 않는 인재상? 지속되면 진짜 핵심인재가 떠날 수 있다.
느낀 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조직 별로 '지금의 우리에게 핵심 인재란 누구인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준이 지금 맞지 않을 수 있고, 앞으로 더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학습 민첩성인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법을 찾고자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어디에서나 선호하는, 핵심 인재가 아닐까 한다.
(연세대학교 이무원 교수)
- 왜 복합 위기이고, 상시 위기인가?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HR뿐 아니라 조직의 모든 영역에서 동시에 위기가 벌어졌다. 상호 연결이 강화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또한 매년 초 신년사에서 CEO들은 “올해가 위기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다만, 예전에는 위기를 특정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특정할 수 없다. “어떻게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적응해 나갈 것인가?”에 답하는 것이 위기 경영의 핵심이다.
- 위기를 한자로 보자면, Danger와 Opportunity이다. 위협을 관리하되, 기회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를 영어로 보자면 Crisis인데, 어원은 Krinein이다. 그 뜻은, 분리하고,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위기에선 ‘엄청나게 많은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Dynamic Capability (동적 역량)의 렌즈로 위기 경영을 보자. 동적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조직 역시 동적이어야 한다.
- 조직은 위기를 감지하고, 모니터링하며,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조직 입장에선 회복 탄력성과 학습력이 필요하고, 개인 입장에선 Collective Leadership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CEO 혼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구성원들과 함께 이뤄내야 한다.
- 위기 경영을 위해선 무엇보다 사고의 틀이 바뀌어야 하는데, 위기를 ‘어려움’이 아닌 ‘복잡함’으로 바라봐야 한다. (어려운 <> 쉬움, 복잡한 <> 단순한) 복잡한 위기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양성(Diversity)으로 이뤄진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필요하다. Loose Coupling이 필요하다. 몸에 힘을 빼야, 충격을 완충하며 대응이 가능하다. 너무 Tight 하면 근육과 관절을 다친다.
- 한국의 기업과 애플을 비교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R&D팀을 비교했는데, 성비를 비롯하여 전공까지 다 달랐다. 특히 애플 65%가 공학 전공인데, 35%는 인문 출신으로 채용했다. (반면 한국은 90%가 공학 출신) 엔지니어만 있으면 위기의 같은 측면, 특히 엔지니어링 측면만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애플에선 의도적으로 Slow Learner를 키운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다른 관점과 생각을 불어넣도록 한다. 모든 것을 생산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
- 상시 위기에서 계속 긴장을 주면 어떻게 될까? 되려 Pressing이 아니라, Compassion과 Trust가 중요하다. 모두가 위기 극복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부족하니, 함께 극복해 보자는 것이다. 이때 심리적 안전감이 중요하다. 위기에서 구성원들은 침묵하고 굳어버리는데, 그러면 현재 운영 가능한 리소스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첼린저호가 폭발한 이유는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아무도 말하지 않아서’이다.
- 위기 극복을 위해선 개인 리워드가 아닌 팀 중심으로 리워드를 부여해야 한다.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 Punish 해야 한다. “우리 시스템에서 뭐가 문제지?”라고 시작해야 말을 꺼낸다. “누가 문제야?”라고 말하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위기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조직은 ‘영웅’과 ‘빌런’, ‘우리 편’과 ‘저쪽 편’으로 나뉜다. 그 고민과 연결된 보상 시스템도 필요하다.
- Liminality(경계인),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경계, 중간 지대를 넘어야 한다. 중간 지대는 모호하고 불확실한데, 그래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리더는 “저도 답을 모르겠습니다. 함께 고민해서 달성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위기가 오면,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적시에, 알려야 한다. 그 사례로, 과거 미국 자동차 업체는 리콜을 숨기려고 했으나, 도요타는 달랐다. 소비자 불만도 없었음에도, 자발적으로 리콜해서 대응했다. 그렇게 하니, 소비자들의 신뢰는 더 높아졌다.
- 위기에서 배우고, 극복하면, 과거가 아닌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게 된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기대해야 한다. 반드시 성공한 조직으로부터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정말 힘들게 버텨나가고 , 하나씩 이겨내는 조직으로부터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큰 성공이 아닌, 작은 성공을 취하도록.
사실, 위기를 극복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더 우선 되어야 한다. 우리는 위기를 극복해 낸 영웅을 찾지만, 그 확률을 줄이는 것이 진짜 영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왔다면, 앞서 말했던 것처럼 솔직하게 소통하고, 다 함께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감지하고,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느낀 점: 애플 엔지니어링의 35%는 인문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다양한 민족과 인종, 그리고 전공으로 구성된 팀이 속도나 효율성 측면에선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상황에선 더욱 강력한 팀이 될 수 있는게 아닐까. 더불어 위기를 숨기기보단 솔직히 드러내고, 함께 극복하자고 말하는 리더가 더욱 필요한 게 아닐까.
*본 포스팅은 휴넷으로부터 '포사이트 코리아 2025'에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