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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an 06. 2019

일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관점 Perspective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행동을 결정한다.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월급인가? 습관인가? 사교 활동인가? 혹은 사명인가? 일에 대한 관점은 모두 다르지만, 이것이 일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전공을 포기한 사람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관점을 정립하는데 있어서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이 있다. 티모시 골웨이의 <이너게임>이다. 이너 게임이란 ‘외부가 아닌, 나 자신과의 게임’에서 이기는 것을 말하는데, 저자는 수많은 선수들의 훈련을 관찰하여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한다. 


"코치 시절 초기에 나는 두 가지 특징적인 현상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레슨을 받으러 오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고치기 위해 정말 열성적이라는 점이었다. 또 코치인 내가 자신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치료법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다들 믿고 있었다.” 


이렇게 학생들을 지도하던 티모시 골웨이는 어느 날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스포츠 선수들이 최고의 능력을 펼칠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의 내면세계가 궁금해진 것이다. 티모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게임의 룰’을 바꿔버린다. ‘패자가 아닌 승자가 탈락하는 토너먼트’로. '시합은 곧 승패’라는 정의를 갖고 있는 선수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대 혼란을 초래한다. 승리가 자신에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망설임 끝에 선수들은 자신들의 관심을 ‘시합의 승패’에서 ‘시합 그 자체’로 돌린다. 결국 “이기기 위해선 이렇게 해야 해!”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탁월한 경기력이 이끌어졌다. 시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바라보는 관점과 정의가 바뀌자 행동과 결과가 모두 바뀌게 된 것이다. 


티모시 골웨이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무엇인가요?


이는 과연 운동에서만 활용될 수 있는 전략일까? 그렇지 않다. 티모시는 AT&T의 상담원들을 위한 교육을 만든다. 지루하고 스트레스받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시키기 위해, 그는 질문한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무엇인가요” 그때부터 상담원들은 ‘스트레스’가 아닌 하나의 ‘게임’으로 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신경질적인 고객의 폭언이었는데, 이 훈련을 통해 상당 수의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었다. 지루함과 스트레스가 40% 감소, 일이 재미있다는 응답은 30% 정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인지훈련’ 시리즈를 개발했다. 우리는 고객의 음성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들을 ‘온화함’, ‘친근함’, ‘신경질적임’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하고 각 속성의 수준을 1부터 10의 척도로 판정하도록 상담원들에게 요구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다양한 음성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했다. 마치 연기를 공부하듯. 스트레스 레벨이 9에 달하는 고객의 소리를 들은 상담원은 레벨 9의 온화함을 넣어서 응대한다."


나의 첫 번째 직장은 HRD 컨설팅 회사였다. 지금보다 훨씬 내성적인 성격이던 나는, 스스로를 바꿔보고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울 것 같은’ 세일즈를 시작했다. 그것만 극복하면 다른 문제는 쉬워보일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낯선 사람에게 전화하는 ‘콜드 콜’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10번 전화하면 1번 미팅에 성공하곤 했었는데, 9번의 거절을 버텨내는 건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중 어디선가 이런 내용을 읽었다. 입꼬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목소리가 달라진다고. 그때 나는 ‘콜드 콜 게임'을 바꿔보기로 한다. 무조건 입꼬리를 올리고, 성공률을 측정해 보기로 한 것이다. 운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10번 중 3번 미팅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성과도 기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것이다. 콜드 콜을 바라보는 관점이 ‘실전’에서 ‘실험’으로 바뀌었다.


정의를 바꾼다는 것은 나만의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정의를 바꾼다는 것은 나만의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가 되는 것, 내 안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러한 시도의 진짜 성과다. 한 번의 작은 시도가 결과를 바꾸게 되면, 그것은 또 다른 능동적 시도로 이어진다. 나 역시 ‘입꼬리 올리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실험을 전개했다. 어떤 담당자와 대화할 때 성과가 좋은지, 처음에는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하는지 등. 그 과정에서 나는 영업에 대한,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나는 것에 대한 막연한 스트레스를 꽤 해소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관점 전환은 이후에 프리 에이전트를 하고, 회사로 다시 입사하면서도 지속되었고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동료들과 대화를 할 때 종종 이렇게 묻는 경우가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못 느끼겠어요. 회사를 바꿔야 할까요?” 나는 되묻는다.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그중에서 가장 흥미롭거나 배우고 싶은 영역은 무엇인가요?” 하나의 영역을 정하고, 나만의 실험을 이끌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자발적 선택’을 통해 관점을 전환하는 것은 ‘저항’을 사라지게 만든다. 외부에서 요구하는 기준도 중요하지만, 내가 스스로 만드는 기준을 충족시켜 나가야, 80세까지 일을 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 우리들이 오래 일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학생은 자신이 스스로 학습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낄 때 자신의 학습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되며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학생은 전통적인 지시와 통제의 학습방법에 심리적으로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학습의 선택권을 갖게 되면 학생은 학습에 거의 저항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나만의 게임’ 중 하나에 속한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내 안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를 붙들기 위해서, 무엇보다 솔직한 나와 대면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나에게 일은 곧 ‘배움’이고, 글쓰기는 ‘배움을 정리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되물어보시길 권한다.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우리가 일에 부여하는 의미는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모든 행위의 배경과 상황을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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