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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an 08. 2019

불안을 멈출 수 있을까

불안 Apprehension


현재와 미래, 당신은 어디로 향하는가?


얼마 전, 한참이나 YOLO(You only live once) 열풍이 불었다. "단 한번 뿐인 삶을 소중히 여길꺼야!"라는 주제 의식은 나름 시의적절했다. 돈을 아무리 모아도 집 한칸 마련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자, 젊은 세대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다. 퇴사를 쉽게 권유하는 분위기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세계 여행을 떠나는 현상까지. 물론, 그 과정에서 나름의 필요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러한 선택에 '지속가능함' 없다면 그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일탈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것이 진정한 내가 원하는 삶일까?


그들의 극단에는 "욜로하다 골로간다"고 외치는 YALT(You also live tomorrow)족이 서 있다. 음악은 1분 무료 듣기로 듣고, 영수증을 긁어 모은다. 돈을 아끼기 위한 방법이라곤 가리지 않는다. 무엇이 정답일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할까,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해야 할까? 어쩌면, 이러한 극단적 사회 현상의 본질은 '불안’이 아닐까?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우리를 목 조른다. 일을 해도, 놀아도 불안하다. 돈을 써도, 돈을 아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현재, 아니면 미래에 모든 것을 건다. 결국, 같은 문제에 대한 다른 해결책인 것이다. 그것이 내가 YOLO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다.



삶은 하나의 욕망을 또 다른 욕망으로 하나의 불안을 또 다른 불안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알랭 드 보통



어떻게 해야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


왜 그렇게 시니컬하게 바라보느냐고? 나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들뜬 희망에 찬 시기는 언제일까? 전공을 막 포기한 시점이었다. 물론, 가장 불안한 시기도 마찬가지로 그때다. 그래서 나는 현실에 눈을 감았다. 당시에 나는 ‘코칭'을 배우고 있었는데, 그때까지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가며 ‘코치'가 되고자 애썼다. 몇 개월 간 열심히 공부했지만,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결국 일자리가 필요했고, 내 경험을 확장하고자, 그리고 돈을 벌고자 나에게 맞는 현실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불안감과 방황은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몇 번의 상승과 하강을 통해서 내 위치를 찾아나갈 수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무엇이 두려웠던 것일까? 현실과의 '직면'이다. 마주하기 싫을 수록 일상을 도피하는 법이다. 다들 그래서 '워어얼화아수목금퉐'처럼 불금만 목을 빼고 기다린다. 불안을 극복하는 다른 방법은 없다. 지금의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일상과 업무를 바라봐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집요하게 성찰해야 한다. 반복해서 묻다보면, 현실이라는 바닥을 단단히 딛게 된다. 그제서야 나아갈 곳을 쳐다볼 수 있다. 불안과 욕망이라는 그릇된 필터 없이, 있는 그대로의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진다.



일상을 그대로 들여다보기


일상의 업무를 들여다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잘게 쪼개는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일도 ‘완벽하게' 싫거나, 좋은 일은 없다. 구체적으로 쪼개다 보면 하나씩 보인다. 나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개선해야 할 점이. 예를 들어, 나는 새롭게 관계를 만드는 과정은 힘들어했지만 (고객 발굴), 관계를 유지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즐거웠다. (대화) 강의를 진행하고 피드백 듣는 것(교육)은 행복했고, 회계 처리나 반복적인 일은 힘들었다. (회계) 이러한 구체적 분석은 ‘번아웃’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내가 구체적으로 언제 행복한지 알아야,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할 때 만족을 느끼는지 알아야 그 경험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YOLO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지식을 쌓고,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연스럽게 다음 스텝을 정할 수 있었다. "직접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코치가 되겠다는 현실 도피성 꿈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영업으로 시작해서 컨텐츠 회사로 옮기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그 변화의 시작은 ‘현실에의 직면'그리고 '나에 대한 성찰'이었다. 대담한 꿈을 꾸더라도, 변화는 하나씩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기적은 없었다.  


“진정한 삶의 고수는 일과 놀이, 노동과 여가, 몸과 머리, 공부와 휴식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는 두 가지 중 뭐가 뭔지도 잘 알지 못한다. 무엇을 하든 그저 탁월함을 추구하고 그에 걸맞게 완성할 뿐, 그것이 일인지 놀이인지는 타인의 판단에 맡긴다. 그 자신은 언제나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다." 프랑수아 르네 드 샤토브리앙


YOLO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꿈꾼다. 타자의 욕망이 아닌 진정한 욕구에 눈 뜨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YALT는 지속가능한 삶을 꿈꾼다. 순간적 욕구가 아닌 지속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 역시 올바른 변화다. 결국 대립되어 보이는 키워드는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이 고되다고 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해서 눈을 감아선 안 된다. 두 눈을 두릅뜨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아야 한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지속가능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동시 추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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