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정욱 Jan 13. 2019

어떤 사람들에겐 천직이 없다

천직 Vocation

전문성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규정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이력도 특이하다. 공대를 나와서, 영업을 하다가, 강의도 하다가, 3년 전에는 HRD, 지금은 HR 전반을 다룬다. 보는 책도 그렇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파고드는 사람들의 눈에 나는 그저 '어중간한 사람’으로 느껴질 것이다. 물론 변명할 생각은 없지만, 내 입장에서도 논리는 있다. '깊이 파기 위해선, 넓게 파야 한다'라고 믿는 사람이다. 뭐, 그렇다고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높은 수준의 전문적 기술이 중요한 특정 분야와 직위가 있다. 심장 전문의는 고도로 전문적이어야 하며, 이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당신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기필코 전문의가 내 심장을 수술하도록 할 것이다! 반면 만성 건강 질환을 치료해야 할 때면 심장에 관해서는 덜 전문적이더라도 신체의 각 체계가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실제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일반의에게 치료받는 편을 더 선호할 것이다. 전문의와 일반의는 둘 다 소중하며 필요하다. 단지 경우에 따라 필요한 대상이 달라질 뿐이다. (모든 것이 되는 법, P.34) 


<모든 것이 되는 법>의 저자 에밀리 와프닉은 좋은 예시를 들었다. 모든 사람이 꼭 전문의가 될 필요는 없다. 나 역시 그렇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은 수많은 전문가들, 업계의 구루들에게 일반인도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 갖고 공부하면, 전문 지식은 더딜 수 있지만 전문가들이 보지 못한 '균형 잡힌 시각’도 쌓일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하게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그 교집합을 만드는 것, 그것을 '나만의 전문성’으로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다능인이 살아남는 길이다. 나도 그렇다.

     


전문의와 일반의는 둘 다 소중하며 필요하다. 단지 경우에 따라 필요한 대상이 달라질 뿐이다.



돈에 대해서 고민이라면?


나 역시 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특히 처음으로 1인 기업을 시작한 2013년은 그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였다. 당시 다니던 스타트업이 사실상 망했기 때문에, 준비 없이 1인 기업가가 되었다. 정해진 일감도 없이, 주어지는 대로 받아서 일을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나자,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출을 통해 버텼지만 쉽게 답이 보이지 않았다. 얼추 계산을 해보니, 그때 나에게 필요한 돈은 약 700만원이었다. 그때까지의 흐름으로는 이룰 수 없는 목표였지만 어떻게 해서든 숫자를 맞춰야 했다. 그해 여름 나는 정말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가릴 것도 뺄 것도 없었다. 그렇게 뛰어다니다 보니, 나에게도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것이 작동했다. 어려운 시기를 버틸 만큼 돈이 들어온 것이다. 어쩌면 세상이 나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 같았다. 요즘도 그때 기억을 종종 떠올린다. 최소한의 돈은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가치를 따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빠져든 모든 일이 수입을 내고 상당한 의미까지 느껴진다면 가히 환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을 가치와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단지 돈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도 괜찮다. 닐 휴스는 프리랜스 프로그래머로, 동시에 작가이자 희극배우이기도 하다. 프로그래밍은 그의 가장 수익성 좋은 기술이며, 비록 다른 프로젝트들 정도의 의미를 선사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일로 다른 프로젝트들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반드시 수익을 낼 필요가 없듯이 꼭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되는 법, P. 65)


'수익과 가치'의 균형은 늘 어렵다. 나는 비교적 가치를 중시하는 편인데 그래서 돈을 벌 때 스트레스도 많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활동이 돈을 벌 필요가 없다. 이것을 적절히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내가 가진 패턴을 거슬러보기도 한다. 만약 수익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치에 따라서 의사결정을 해보는 것은 의미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은 손익만을 따져서 행동해 볼 필요도 있다. 그래야 반대편 가치를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는 나를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반드시 수익을 낼 필요가 없듯이 모든 활동이 꼭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쉽게 그만두는 것이 고민이라면?


에밀리 와프닉은 "다능인은 너무 어려워질 때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너무 쉬워질 때 그만둔다."고 말한다. 그말이 나에겐 정말 맞다. 나 역시 변화를 갈망할 때는 늘 ‘지루함을 느꼈을 때’다. 2015년 하반기가 그랬다. 강의하고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바빴던 시기다. 많을 때는 한 달에 30번 정도의 강의가 있었다. 일요일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떠들었다.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는 내가 믿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때는 정말 말하는 것이 힘들었다. 일하고 있지만 불안했다. 축적하지 못하고 쏟아내고만 있는 게 아닐까 걱정되었다.


결과적으론 그때 내가 느낀 직감들이 맞다. 계속해서 같은 일을 반복했다면, 지금의 내가 가진 질문에 대답을 하긴 어려웠을 것 같다. 적절하게 그만두는 것은 변화의 초석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은 독립적인 삶, 그리고 영향을 미치는 삶이다. 이를 위해선 회사에 얽매여서도, 1인 기업이라는 형태에도 얽매여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나는 3년이라는 1인 기업 생활을 접고, 다시 회사로 들어갔다. 조직 내부에서의 지속 가능한 변화라는 도전을 받아들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 멀리는 조직의 안팎을 넘나들며 일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만약 무언가가 너무 쉬워질 때 그만두고 싶다면, 당신도 다능인이 아닐까? 반갑다! :)




PS: 제 브런치 글을 일부 수정하여 업로드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목표는 삶의 질을 높이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