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입문기
그저 한가지를 하고 싶었다.
꽃을 그리고 싶었다.
흙의 에너지와 햇살, 물, 바람을 맞아
작디작은 꽃봉오리에서
청초한 한송이의 꽃이 될 때까지의
그 기다림의 시간들에 비해
너무 빠르게 생명을 다하는 꽃들의
모습이 마음을 슬프게 흔들었다.
그래서 에너지가 넘칠 때, 가장 예쁠 때의 모습을
붓에 담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기초부터 탄탄하게!
선생님께 여쭈었다. “전 입이 넓고 어려운 꽃을 하고 싶어요” 이제 막 손을 뗀 초보의 그림 욕심은 이미
저 멀리 1년쯤 지난 실력자가 되어 있다.
“안됩니다”,
“차근차근 배우지 않으면 혼자서 그리기가 어려워집니다.”
“네”
선생님께서 계속해서 강조하시는 것은 ‘물’이었다.
물을 듬뿍 해야 한다.
그리고 한선으로 마무리하라.
맑은 느낌을 추구하라.
팔레트에서 단단하게 짜여 굳은 수채화 물감에는
‘물’ 이 없으면 안 된다. 물은 물감을 녹여준다.
물감의 본연의 컬러를 보여주게 한다.
물은 붓에 묻은 물감을 잘 씻겨주고,
새로운 컬러를 잘 묻어지게 도운다.
스밈과 번짐을 도운다.
물은 수채화 그림의 풍성함을 도운다.
물의 조절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니 그 매력에 흠뻑
빠져 금방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나뭇잎과 꽃이
그려져 있다.
수채화의 물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물 조절을 잘하여 맑고 투명한 그림을 그리듯
아이들을 잘 이끌어 멋진 사람으로 그려내고 싶다.
아이들의 숨겨진 장점을 잘 녹여주고 새로운 모습을
찾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풍성하게 세상에 잘 스며들게 도우고 싶다.
수채화의 물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내 아이들이 투명한 모습으로 세상에 잘 설 수 있게
행복이 풍성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나’를 억지스럽게 끼워 넣지 않고
‘너’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게 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