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를 솜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존재
마흔셋의 우리는 참치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들을
이야기하며 마지막 목적지인 매운탕을 향해 달린다.
한참을 웃고 있는 모습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니,
그 모습이 멀어지며 어느새 우리는
십 대의 소녀들이다
어느 언저리에 머물고 있던 이 기억, 저 기억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오면, 시원한 폭포 같은 웃음들에
우리의 나이는 싹 씻겨간다.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지,
만남과 만남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좋은 일은 없는지, 지금 힘든 건 없는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십 대 소녀가 되어
한껏 높아진 톤의 목소리로 말하는
이야기들이 어떤 것은 무겁기도 하지만
함께 나누면 아주 쿨해진다.
너의 고민, 나의 고민, 너의 행복, 나의 행복
머리 지끈했던 삶의 무게가 솜털처럼 가벼워진다.
비록 자주 보지는 못해도, 비록 국경을 달리해
먼 나라에 있다고 해도 존재만으로도
내 삶의 무거운 돌들을 기꺼이 치워주는 친구들
매운탕이 늦게 늦게 나오기를 바랬다.
왠지 매운탕이 나오고 나면,
마흔셋으로 돌아올 것 같았다.
모두 같은 색으로 지내온 십 대의 시절을 지나
여러 가지 색의 삶을 살아온 우리가
다시 같은 색으로 만난 오늘의 시간 덕분에
삶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내 삶을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다.
그래, 그게 마흔셋까지 함께 살아온 친구다!
그들이 있어 내 삶에 용기가 채워진다.
더 잘 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