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클래스에서 내 나이를 배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꽃의 향기가
마음을 말랑하게 한다.
클래스실에는 긴 화병 안에 꽃들이 담겨있다.
긴 꽃은 긴 모습 그대로,
하늘하늘 꽃은 그 느낌 그대로
색과 형태가 주는 조화로움에 흐뭇하다.
생명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탄을 했다.
오늘도 꽃을 자르는 것은 불편했다.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은 그대로의 꽃이
너무 예뻐서일까?
높낮이를 다르게 하여 모든 꽃의 얼굴이
잘 보일 수 있게, 밀집도를 생각해서 빈 곳을 채우며
화병에 꽃을 연출했다.
이상하게도 꽃에서 향기가 나지 않는 느낌이다.
자연스러움 사라지고 예쁨만 남았다.
왠일인지 내가 만지고 담기 전
있는 그대로의 꽃이 주는 감동이 더 컸다.
그리고 클래스에서 꽃과 함께 내 나이를 배웠다.
그 모습 그대로, 애써 잘 보이려고 하지 않는 나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나이
자연스러운 사진이 더 좋은 나이
자연스러운 관계가 더 편한 나이
익숙하지 않음이 불편한 나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마흔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