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일이든 내가 다 해야 맘이 놓인다.
무슨 일이든 잘 해내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랬더니 모든 일에 힘을 꽉꽉 주어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틈이 생길 틈이 없다. 온 힘을 쏟아 많은 일들을
했기에 나의 신체도 경직되어 있다.
살기 위해 등록하고 몇 달을 다닌 필라테스에서
경직된 몸을 달래보기도 하였지만 습관이 가장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굳어진 자세와 몸의 균형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동양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붓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그려지는데 손이 도무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내 삶과 닮아 있는 듯해
오기가 생겼다.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그리고 또 그렸다. 수업이 끝날때까지 힘의 조절이 가장 힘들었다. 삼주 동안 그림을 그리며 삶을 고민했다.
그리고 삶을 현명하게 살고 싶어졌다.
열심히 달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최선은 맞지만 최고는 아니었다.
현명하게 내 삶의 힘을 조절하는 것,
그것이 나를 지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힘을 줄 땐 주고 힘을 빼야 할 곳은 과감하게 빼는 것,
그래야 틈이 생기고 그 틈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주변의 모든 일들을 혼자 짊어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조금 덜 중요한 일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야 진짜 나로 오래오래 지치지 않고
나답게 잘 살 수 있다.
어느 부분에서 힘을 빼야 하는가를 선택하는 것은
나의 몫인데, 아직은 서툴 것이다.
이제 그 선택에 현명함을 담아
많은 일을 완벽히 해내어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힘의 조절을 칭찬할 수 있는 현명한 삶을 살고자 한다.
"그래, 잘했어! 매우 잘한 선택이야"
동양화는 내면의 공부라고 한다.
붓끝에서 깊은 내면의 이야기가 묻어난다.
조묵을 잘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마음을 수련해야한다고 하시며 교수님께서는 5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멋진 국화를 그려내셨다.
교수님은 얼마나 수련한 단단한 내면을 가지셨을까? 그 내면이 궁금하다.
내면이 묻어나는 붓의 터치는 손과 몰아일체가 되어 그림같은 그림을 만들어 낸다.
붓의 강약, 내 삶의 힘의 강약,
나에게는 모두 어려운 두가지
마음을 돌아보며 현명하게 힘의 강약을
선택하는 내일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