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편안함

이루마의 Riminiscent(회상)

by 심횬


사실 상황은 편안하지 않다. 현대사회와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 중이다. 배우는 앎의 기쁨도 내 삶의 가장 큰 부분인데 요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꽃을 그리고 싶다. 사유를 글로 풀어놓고 싶다.

그 마음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과제를 시작하니, 시간에 쫓겨 불편한 상황이다.


언젠가 푹 빠져 지냈던 이루마의 음악을 찾아 재생했다. 시간은 자정이 넘었고, 내 앞에는 부담스러운 과제가 놓여있고, 밖은 오토바이가 달리는 소리가 여러 번 들려오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한낮이 무척이나 뜨거웠던 여름밤이어서 그런 걸까?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는 땅이 낮동안 받은 뜨거운 햇살의 냄새다. 그 냄새가 편안하다. 길게 호흡해 코에 머금어 본다. 참 좋다.


또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달려간다. 아무래도 그 소리마저 편안한 건 이루마의 영혼이 담긴 피아노 연주 때문인 것 같다.


어떤 것도 지금의 편안함을 흔들지 못할 듯, 바람이 있다면 지금 이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가주었으면 한다.


한 번씩 불편함이 가득한 상황에서도 편안할 때가 있다. 코로 들어오는 바람, 귀로 들려오는 음악, 차가 달리는 소리, 눈으로 들어오는 스탠드 불빛과 밤의 색, 전체적인 고요함, 오늘 같은 날은 밤이 길고 길었으면 좋겠다.


정말 피곤한 날이였는데, 마치 나를 위해 짠 하고 나타난 이 모든것에 감사하며 하루에 마침표를 찍어본다.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청춘들이 주고받는 목소리가 반갑다. 그것마저 나를 위한 연출인듯하니, 피아노 연주곡이 오늘밤 마법을 부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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