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좋은 이유

다시 나에게 집중하기

by 심횬


후끈한 열기와 습기가

어느 늦여름 바람의 장난에 한 번에 실려갔다.

여름내 꽁꽁 닫아 둔 창을 여니

어색한 가을바람이 휙 불어온다.


풀벌레 소리에 슬쩍 들어오려는 잠이 걸음을 멈춘다.

소리에 집중하여 수를 세어본다.

하나, 둘, 셋, 넷..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에 오늘도 실패다.


더위에 흐느적대며 녹아버렸던

사유가 하나 둘 단단해져 선명하게 채워지고,

가을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그러다 잠시 지나온 내 가을들에 다가가

살짝 들춰보려 했지만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머리를 지끈거리며 떠올려본다.


가을의 공기, 그 안의 습도, 순간의 냄새만이

머릿속을 맴돈다.

기억은 조각조각 그해 가을바람 끝자락에

실려갔나 보다.


다시 오늘의 나에게 집중한다.

나에게 닿는 바람의 담백함에 감동하고,

깊어가는 밤의 고요에 취해본다.


여름날 못다 한 온전히 나와 만나는 순간,

이 시간과 나를 이어 줄 가을이 왔다.

나에게 집중하기 좋은 계절, 가을


순간이 조각조각나지 않게 이제 담아보려 한다.

마음의 소리를 잘 담아내어 곱게 열어봐야지.

바람이 실어가지 못하게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