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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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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Sep 03. 2022

놀고 싶은 날



웃음이 터져 멈추지 않을 땐,

정말 배꼽이 빠질 듯 배가 아파온다.

지금, 그렇게 웃고 싶다.

배가 아픈 것쯤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몇 달 전 그 웃음에 받은 에너지로 아직 버티고 있다.

그 웃음은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오지 않는다.

그래서 잘 담아두었다.


한 잔에, 두 잔에, 석 잔에,

내 이야기, 남 이야기를 같이 부어

알딸딸 기분 좋은 취기를 만나고 싶다.

소리의 옥타브가 높아져 자리 밖으로 통통 튀어나가는 부끄러움도 참을 수 있다.


힘든 우울한 이야기는 싫다.  

일상의 소소함 담은 유쾌한 목소리를

귓가에 담고 잠이 들 때까지 미소 짓고 싶다.


늑장을 부리며 늦잠을 늘어지게 잘 수 있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어서 밤이 깊어지는 것 따위

걱정하지 않고 눈을 맞추며 시끌벅적함에 스며들고 싶다.


어두운 공간에 조명이 멋들어지게 내리고

밖은 빗소리에 낭만이 뿌려져 그 순간에

행복만으로 마음이 채워지고 싶다.


와인그라스에 담긴 와인의 빛깔에 감동하며

머금은 향에 또 감동하며, 비워진 와인 한 병에 뿌듯해하며, 또 다른 와인을 고르는 장면으로 이동하고 싶다.

잔에 담기는 와인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와인의 맛을 기대하고 있겠지.


그냥 그렇게 아주 특별하게

마음이 놀고 싶은 날이다.


이렇게 끄적였으니 오늘 나는 마음으로 실컷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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