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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Oct 05. 2022

폭풍이 몰아치는 날들

폭풍, 며칠째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다가

잠잠해졌다. 상상하지 못한 비바람을 만났다.  

이곳이 어디인지, 너와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삶 안에 머물고 있었는지

폭풍의 중심에서 서서 묻는다.

살아온 수년의 시간이 부정당했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거짓의 시간을 밟고 온 날들을 돌아보니

한없이 초라하다.

초라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초라함이 퇴색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라 그렇게 믿다 보면

시간이 흘러 흘러 폭풍도 잠잠해지겠지.


어느 날, 심장이 쿵 내려앉아 폭풍이 내리쳤다.

예측하지 못했던 폭풍이라 온 몸이 떨리고 두려웠다.

창을 꼭 닫고 두 귀를 막고 눈을 가렸지만

그것은 순간이었다.


가을에 만난 폭풍은 그 어느 계절보다

강력해서 웃음까지 가져갔다.

웃음은 사라지고, 삶이 미워진다.

당연히 있을 것만 같았던

행복이 조각조각 깨어져 붙이려 애쓴다.

온 힘을 다해 애써도 자국이 남겠지.

그 자국마저 예쁠날이 과연 올까?


가을에 만난 폭풍은 예측할 수 없다.

어느 순간 조용해지다, 다시 성을 잔뜩 내며 일어난다.

그 폭풍 때문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쓴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 얼마나 걸릴지 모를

햇빛 눈 부신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될까?


가을에 만난 폭풍에 아파온다.

아픔에 아픔을 더하니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그 아픔을 부정하니,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남이 되어 살고 있으니, 에너지를 쓸 수가 없다.

그냥 그렇게 남이 되어 살아가면

계속 아프지 않게 될까?


폭풍에 묻는다. 언제쯤 떠날 거냐고.


ps. 남의 아픔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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