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며칠째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다가
잠잠해졌다. 상상하지 못한 비바람을 만났다.
이곳이 어디인지, 너와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삶 안에 머물고 있었는지
폭풍의 중심에서 서서 묻는다.
살아온 수년의 시간이 부정당했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거짓의 시간을 밟고 온 날들을 돌아보니
한없이 초라하다.
초라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초라함이 퇴색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라 그렇게 믿다 보면
시간이 흘러 흘러 폭풍도 잠잠해지겠지.
어느 날, 심장이 쿵 내려앉아 폭풍이 내리쳤다.
예측하지 못했던 폭풍이라 온 몸이 떨리고 두려웠다.
창을 꼭 닫고 두 귀를 막고 눈을 가렸지만
그것은 순간이었다.
가을에 만난 폭풍은 그 어느 계절보다
강력해서 웃음까지 가져갔다.
웃음은 사라지고, 삶이 미워진다.
당연히 있을 것만 같았던
행복이 조각조각 깨어져 붙이려 애쓴다.
온 힘을 다해 애써도 자국이 남겠지.
그 자국마저 예쁠날이 과연 올까?
가을에 만난 폭풍은 예측할 수 없다.
어느 순간 조용해지다, 다시 성을 잔뜩 내며 일어난다.
그 폭풍 때문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쓴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 얼마나 걸릴지 모를
햇빛 눈 부신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될까?
가을에 만난 폭풍에 아파온다.
아픔에 아픔을 더하니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그 아픔을 부정하니,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남이 되어 살고 있으니, 에너지를 쓸 수가 없다.
그냥 그렇게 남이 되어 살아가면
계속 아프지 않게 될까?
폭풍에 묻는다. 언제쯤 떠날 거냐고.
ps. 남의 아픔을 생각하며...